대선 최대 우군 범보수 우파 공천에선 ‘헛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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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서 줄줄이 탈락하자 충격에 빠져 뉴라이트전국연합 “토사구팽 당했다”

 
이명박 정부에 뉴라이트는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최대 우군으로 활약했던 뉴라이트 진영이 정부 참여와 한나라당 공천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망스럽다’라는 반응을 넘어서 ‘납득할 수 없다’라는 반발 움직임마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해 “물갈이에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외부 인사 영입에는 실패했다”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범보수 우파 성향의 시민사회 진영은 크게 세 줄기로 나뉘어진다(오른쪽 표 참조). 먼저 기존의 정통 보수 우파 진영이다. 강경 보수 우파로서 대중 집회를 주도해 ‘아스팔트 보수’로도 불린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친북좌익척결국민행동본부 등이 여기에 속하며, 서정갑 대령연합회 회장을 위시한 군 출신 인사들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기존 우파와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혁신 우파’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 뉴라이트 진영이다. 운동권 출신인 신지호·홍진표·최홍재 ‘3인방’이 이끄는 자유주의연대가 대표적인 단체로 꼽힌다. 2004년 말 문을 연 자유주의연대는 비운동권 전문가들과 결합하면서 뉴라이트 운동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과서포럼·뉴라이트싱크넷·북한민주화네트워크·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료와사회포럼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함께 지난 2005년 10월 뉴라이트네트워크라는 연대기구를 결성했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대중 조직으로서 뉴라이트 운동의 중심에 놓여있다. 뉴라이트교사연합·뉴라이트의사연합·뉴라이트신노동연합 등 직능별 단체로 분화하는 한편, 각 지역별 지부에 상임대표를 두는 방식으로 전국 조직화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정책연구센터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자유주의연대가 뉴라이트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뉴라이트를 대중운동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다른 한쪽으로 뉴라이트 진영과 일부 중첩되면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선진화 진영이 있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서경석 목사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선진화국민회의가 대표적인 단체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교수 중심의 싱크탱크 성격이 강하다면 선진화국민회의는 대중적 시민운동 경향이 강하다.
지난 대선에서 범보수 우파 시민사회 진영은 대부분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강경 보수파 일각에서 이후보의 이념 정체성을 문제 삼기는 했지만 뉴라이트 진영을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시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공헌했다. 자유주의연대는 비판적 지지를 통해 ‘사상전’을 펼쳤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조직을 ‘올인’하다시피 하며 선거를 도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는 4·9 총선을 통해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정치’ ‘탈여의도 정치’와도 부합되어 뉴라이트 진영 대표급 인사들이 속속 정계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여의도 입성 꿈, 대부분 ‘물거품’
하지만 한나라당 공천 결과는 이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자유주의연대에서 신지호 대표(서울 도봉 을)가 공천을 받았지만 최홍재 조직위원장(서울 은평 갑) 등은 고배를 마셨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서는 조전혁 상임대표(인천 남동 을)가 공천을 받았다.
최홍재 위원장은 “개인적인 공천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이 새로운 세력을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뉴라이트 세력이 (총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사람이 공천을 받고 열심히 일해온 사람이 배제되었는데 어떤 기준이 적용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위원장은 공천 성적이 좋지 못한 이유와 관련해 “뉴라이트 진영이 단일한 정치적 힘을 가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지만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가 있으니까 자파 세력을 많이 심으려고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계파 공천’이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홍진표 사무총장도 “현역 의원들이 많이 물갈이된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인사 영입은 대체로 ‘줄’이 있는 사람 위주로 된 것 같다. 기존 세력이 확대되는 차원이지 제대로 된 외부 인사 영입은 안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높다.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공헌을 한 만큼 ‘알아서 챙겨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던 분위기가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볼멘소리로 바뀌어갔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 법적인 문제가 걸리자 ‘토사구팽’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계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공천 결과에 대한 실망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김진홍 상임의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 1월 초 자신이 홈페이지를 통해 “뉴라이트는 확고한 개혁 보수 성향을 지니고 정치권에 많이 나가기를 권장해왔다. 정계 진출을 희망하는 한나라당에 공식 추천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천 신청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변철환 대변인은 “두 자리 수의 인사들이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한 분도 낙점을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내부에서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후원 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발 움직임도 나타났다. 허명환 뉴라이트포항연합 대표(포항 북)는 한나라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선진화 진영도 공천에서 ‘소외’되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공천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진화국민회의의 전신인 선진화정책운동 사무총장을 지낸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서울 구로 을)도 지역 사무실을 열고 총선을 준비했지만 ‘공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구이사는 “한나라당이 공천 과정에서 지난 대선의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 뉴라이트·선진화라는 시대정신을 간과한 채 기득권 보수 중심으로 공천이 이루어졌다”라고 지적한 후 “앞으로 범보수 진영 내에서 새로운 보수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치열하게 경쟁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대선 공신’으로서 정치 제도권 진입을 꾀하려던 뉴라이트 진영이 ‘총선 홀대’를 겪은 후 어떤 형태로 변모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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