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는 그 순간 ‘공포’는 사라진다
  • 이성희 (인제의대·서울백병원) ()
  • 승인 2008.03.31 1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암, 저용량 CT와 객담 세포진 검사 함께 해야 조기 발견

57세 남성인 김 아무개씨는 최근에 목과 등에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를 방문해서 척추 X선 검사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호전되지 않고 밤에 잠을 자기 힘들 만큼 심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우측 가슴의 흉통과 함께 기침까지 잦아져 건강 검진을 받았다. 흉부 X선 검사 결과 우측 폐에 약 3㎝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곧바로 정밀 검사에 들어가 흉부 단층촬영(CT)검사를 한 결과 우측 갈비뼈, 흉추 및 경추 부위에 암세포가 전이된 폐암 4기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2년 전 건강 검진을 받을 당시에 흉부 X선 검사 결과 특별한 소견이 없다고 들었다. 10대 후반부터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 1~1.5갑씩 흡연하고 있었다.
폐암은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그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폐암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높은 흡연율 때문이다. 흡연은 폐암 발생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그 외 대기오염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해 물질이나 직업적 폭로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간접 흡연으로 비흡연자도 흡연자와 같은 종류의 발암 물질에 노출되어 흡연자의 배우자에게서 폐암 발생률이 20~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또 흡연량이 많을수록 폐암 발생 위험도 비례해 증가한다. 특히 호흡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어린 나이에 담배 연기에 노출될 경우 폐렴, 기관지염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계 질환에 잘 걸리며, 흡연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활동이 적고 병약하며 폐기능이 약하고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폐암은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려워서 예후가 매우 나쁜 편이다. 건강 검진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흉부 X선 촬영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2㎝ 이상일 경우에만 사진에 나타나 흉부 X선 촬영만 시행한 경우에는 김씨의 경우처럼 발견 당시 이미 폐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이 폐결절을 찾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방사선 피폭량이 흉부 X선에 비하여 많고 가격이 비싸 일반적인 선별 검사로서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방사선 피폭량이 기존 CT 촬영의 5분의 1 수준이면서도 영상의 질이 기존의 CT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저용량(low-dose) CT가 조기 폐암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검사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보통 3㎜ 크기의 초기 폐암 결절까지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말초 기관지 쪽의 결절은 잘 찾아내지만 기관지 중심 부분의 결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저용량 CT와 중심성 폐암을 검사하기 위한 객담 세포진 검사를 동시에 이용하면 조기 폐암을 진단하는 데 좀더 유용하다.

ⓒ시사저널 황문성

폐 중심부에 생기는 편평세포암, 발견 어려워
폐암의 확진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직 검사를 통해서 한다. 기관지 내시경 또는 세침 흡인 검사를 통해 암종의 조직을 얻는데, 조직 유형에 따라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 이유는 치료 경과 및 예후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소세포암의 경우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자라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1~4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투여해도 재발이 많아 2년 이상 생존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암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장기로 침투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예후가 좋다.
비소세포암 중 편평세포암은 흡연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페의 중심부에 잘 생긴다. 또 최근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선암은 여성과 비흡연자에서도 잘 발생해 흡연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의 가장자리, 기관지 끝부분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필터형 저타르 담배’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순한 담배의 경우 깊숙이 들이마시게 되고, 필터를 거친 미세한 발암물질 입자들이 좀더 깊숙이 존재하는 세기관지까지 자극한다.
또 일반 담배보다 적은 양이 함유된 니코틴을 보충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늘어나서 발암 물질이 폐 전체에 수시로 유입되는 것도 선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저용량 CT 검사의 경우 폐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선암에 대해서는 비교적 발견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흡연자에게서 주로 문제가 되는 편평세포암은 대체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므로 저용량 CT 검사로도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밖에 면역형광 기관지 내시경 등의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흡연자가 폐암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담배를 끊는 그 순간부터 폐암의 위험은 서서히 감소해 4~5년 후에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