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는 없다” 뜨거 워지는 ‘복수 혈전’
  • 이건상 (전남일보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8.03.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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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북 / 전남, ‘동교동 3인방’ 표밭 다지기 맹렬… 전북 일부 지역 무소속 강세

 
통합민주당 일색의 호남권 총선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화갑, 박지원, 김홍업 등 동교동 3인방이 무소속으로 출격하면서 민주당의 호남권 31개 선거구 석권에 비상이 걸렸다. 통합민주당은 지지를 양분했던 민주당과 통합한 데다, 박재승 ‘공천 특검’을 통해 현역 물갈이 등 쇄신 공천을 단행해 지지 열풍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북상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비리 전력자 배제 방침에 걸려 공천에서 제외된 박지원·김홍업 후보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무소속으로 선회하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전격적으로 광주에서 출마함으로써 마치 호남 선거전이 통합민주당 대 동교동 간의 진검 승부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
특히 동교동 후보들은 통합민주당 공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제하고, 호남 색을 탈색시켜 손학규·수도권 당으로 ‘변색’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옛 민주당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전체 8개 선거구인 광주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전격적인 무소속 출마로 인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통합민주당 공천자들은 한화갑 바람을 막기 위해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차단막을 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볼만한 선거’가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출마한 광주 북구 갑에는 386 출신 초선인 강기정 의원이 버티고 있으며, 과거 박광태 광주시장이 3선을 기록했던 곳으로 옛 민주당 정서가 강한 지역이다. 한 전 대표의 갑작스런 출마로 여유를 부리던 민주당측은 총력전 태세로 대응 모드를 전환하고, “광주 시민을 무시한 한 전 대표는 출마를 철회하라”라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에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찾고 전라도민의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 야당의 적자이자 호남 대표 정치인으로서 전라도의 수도인 광주에서 당당하게 심판받겠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지금 민주당의 주인 노릇을 하는 분은 정체성이 없는 한나라당 사람이어서 전통 지지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표를 줄 수가 없다”라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한 전 대표의 이런 언급은 공천 과정에서 홀대 받은 옛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면서 동시에 손학규 대표를 호남과 분리시켜 정치적 부활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광주 북구 갑 지역 이외에 민주당 지병문 현 의원과 무소속 강운태 전 의원이 맞붙은 남구, 민주당 김동철 현 의원과 지역기반이 탄탄한 무소속 송병태 전 광산구청장이 맞붙은 광산 갑 선거구에서도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무소속 후보들이 지지도에서 5~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무소속들이 대약진

전남은 모두 12개 선거구로 목포를 핵으로 한 전남 서부권 무소속 벨트가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DJ 최측근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전한 목포와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나선 무안·신안, 김영록 전 전남도행정부지사가 출마한 해남·완도·진도 등 전남 서부권은 정서적 연대감이 강한 지역으로 목포 바람이 직접 영향을 미친다.
목포는 민주당 정영식 전 목포시장과 박지원 전 실장의 맞대결 속에서 현역 물갈이로 탈락한 이상열 의원이 가세해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초반전에는 정-박 후보의 양강 구도로 여론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인다.
박 전 실장에 대한 목포 유권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는 동정론이 다소 우세를 보이지만, DJ를 팔아 금배지를 달려고 한다는 까칠한 시각도 존재한다.
목포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목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품안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박지원 실장에 대해 동정론도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전한 무안·신안에서는 민주당 황호순 전 당 사무부총장이 카운터 파트너다. 김의원의 재선 도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박지원 전 실장과는 다른 편이다. 무안의 자영업자인 최 아무개씨(45)는 “김홍업씨가 처음 보궐선거에 나올 때 명예회복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무안 지역 여론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DJ는 박지원·김홍업 후보를 원격 지원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최경환 비서관 명의의 논평을 통해 “당은 비리에 관련된 사람을 배제할 책임도 있지만,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라며 직접적인 지원 의사를 명백히 했다.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와 진종근 전 고흥군수가 맞붙은 고흥·보성도 관심 지역이다. 진 전 군수는 박상천 대표가 현역 의원 시절 공천한 민주당 후보와 대결해 무소속 승리를 낚은 주인공이다. 당시 군수 선거를 두고 박상천 대 진종근의 다툼이라는 설이 나돌 정도였는데, 이번에 리턴 매치인 셈이다.

 
전체 11개 의석인 전북 지역은 전반적인 민주당 우세 속에서 일부 무소속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5선 고지를 넘보는 민주당 장영달 의원과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맞붙는 전주 완산 갑, 유성엽 전 정읍시장과 민주당 후보인 장기철 전 KBS 기자가 대결하는 정읍, 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세웅 전 무주군수와 지역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이창승 후보가 맞붙는 전주 덕진, 3선을 노리는 민주당 이강래 의원과 최진영 전 남원군수가 대결하는 남원 등이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또 강봉균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군산도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고토 회복에 나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번 호남 지역의 4·9 총선은 민주당 싹쓸이 구도에 균열이 가면서 그 틈새를 동교동 3인방과 유력 무소속 후보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동교동 3인방의 부활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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