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올드보이들 펄펄 살아 돌아왔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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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서청원·박지원, 지역구 민심 업고 부활 이사철·송광호·이재선도 절치부심 끝에 큰 웃음

 
그들이 돌아왔다. 지난 17대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여야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들이들어오는 문은 각각 달랐다. 정당 공천을 받고 여유 있게 입성한 인사도 있지만 공천 탈락 후 당을 바꾸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간신히 살아남은 인사도 있다. 한때 ‘정치 폐기물’ ‘철새 정치인’으로 분류되었던 인사들은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인사는 ‘친박연대’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다. 두 사람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친박연대는 낙오자들의 몸부림으로 비추어졌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은 유권자들에게 너무 잘 먹혔다. 홍 전 부의장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출마해 무난하게 6선 고지에 올랐다. 18대 총선에 당선되기 전에는 당 안팎에서 ‘퇴물’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17대 총선 때는 경기 일산 갑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한명숙 후보에게 패배했다. 2005년 경기도 광주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정진섭 의원을 공천하자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공천불복’은 낙선으로 이어졌고 당 안팎에서는 정치 이단아로 몰렸다. 서청원 전 대표는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2번으로 출사표를 던져 6선 고지를 밟았다. 서 전 대표도 지난 2002년 대선 후 정치 행보가 순탄하지 않았다. 대선 때 한나라당 대표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되었고, 17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18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을 노렸으나 공천 부적격자로 배제되었다.
 

공천 탈락이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로

홍 전 국회부의장과 서 전 대표에게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이 오히려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친박연대의 돌풍에 힘입어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마련했다. 18대 국회에서 이 두 사람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친박연대는 향후 복당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 안팎의 세력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한나라당에 복당할 것 같지는 않다. 8명의 비례대표가 있어 당 대 당 통합을 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 서청원 공동대표도 “한나라당 복당을 서두르지 않고 애걸하지도 않겠다”라며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 전 부의장과 서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복당하면 최다선 그룹에 든다. 벌써부터 차기 국회의장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우여곡절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박후보는 ‘금고형 이상 공천 배제’ 원칙에 걸려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무안·신안)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광주 북구 갑)도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들 동교동 3인방 중 유일하게 박 전 실장만 살아남았다. 박 전 실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과 동교동계의 지원에 힘입어 지지율에서 상대 후보를 앞서며 줄곧 1위를 지켰다. 선거 막판에 2, 3위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박 전 실장의 대세를 뒤엎지는 못했다.
박 전 실장에게는 김대중 정부가 막을 내린 뒤 불운이 겹쳤다.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되어 복역한 뒤 지난해말 사면 복권되었다. 그는 이번 당선으로 대북 송금 과정에서의 알선수재죄에 대한 정치적 사면과 함께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당선 확정 후 “5년 뒤 정권 교체의 성공을 준비하는 자세로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라며 복당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향후 민주당에 복당해 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전망된다. 광주 서구 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은 운이 좋았다. 당내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분류되었으나 가까스로 공천을 받았다. 현역인 정동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어부지리를 얻었다. 김 전 장관은 13~16대국회의원을 지냈으나 2004년 총선 당시 탄핵 역풍을 맞아 낙선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구 민주당을 탈당해 통합신당에 합류하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는 당선된 후 ‘백의종군’하면서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바꿔탔던 김영진·변웅전도 재기 성공

부천 원미 을의 한나라당 이사철 후보는 숙적 배기선 후보를 누르고 8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5대 때 원 내에 처음 진입해 당시 신한국당의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16대와 17대에는 배기선 후보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정치 유랑 생활을 해야했다. 이번 승리로 이사철 당선인은 배기선 의원과 2승 2패를 기록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충북 제천·단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송광호 당선인은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자존심을 지켰다. 송당선인은 충청권 24개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깃발을 꽂아 충청권 참패를 면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예산·홍성에서 홍문표 의원 한 명만 당선되었으나 홍의원은 18대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에게 무릎을 꿇었다. 송광호 당선인은 지난 14대부터 총선에 출마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총선에 나서 당락을 번 갈아하며 3선 의원이 되었다. 충남 서산·태안의 변웅전 당선인는 51.7%를 득표해 통합민주당 현역인 문석호 후보를 누르고 3선 고지에 올랐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변당선인은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했다.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대전 서구 을에서 당선된 이재선 당선인은 극적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과 지난해 4·25 보궐선거 낙선, 지난달 한나라당 공천 탈락과 탈당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자유선진당 공천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중소기업 CEO 출신인 이당선인은 지난1995년 자민련 창당과 함께 정치권에 입문해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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