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을 즐겁게”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5.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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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니와 장수과학연구소 스즈키 마코토 교수 인터뷰

ⓒ시사저널 황문성
오키나와 장수과학연구소의 스즈키 마코토 교수(75)는 장수 선진국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백세인 연구자다. 게이오(慶應) 의대를 졸업했으며 1976년 오키나와의 류큐 대(琉球大)로 옮겨 오면서 백세인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류큐대에서 지역사회의학과 과장을 맡으면서 당시 의료 불모지였던 오키나와 지역에 필요한 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 지역으로 직접 나갔다가 백세인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스즈키 교수가 브래들리 윌콕스, 크레이그 윌콕스와 함께 저술한 <오키나와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는 오키나와 백세인의 생리학적 특성, 음식 문화와 식습관, 운동 습관, 정신 건강, 사회적 관계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오키나와에서 백세인 연구가 활발해진 이유는?
백세인이 많고 나름대로 장수의 비결을 지닌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미딴(讀谷)이라는 마을에 100세를 넘은 남자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다. 마을에 도착하니 많아야 7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한 분이 집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100세가 넘은 분을 찾으니 우리를 안내했던 분이 자기가 100세를 넘긴 당사자라고 대답했다. 찾아가기 전에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백세인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
당시 그 작은 지역에 거주하던 32명의 백세인 가운데 28명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고 4명만 와병 노인이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건강한 백세인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의학이 발달해 수명이 연장된 것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백세인을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 백세인 장수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엇인가?
첫째는 식문화다. 곡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식사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 장수의 40%가 식문화에서 비롯된다. 둘째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운동이나 일을 통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셋째는 스스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Self-help). 자기 스스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체크하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서로 도와야 한다(Mutual help). 백세인은 혼자 살더라도 친구·가족이 언제든지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과 항상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굳이 가족이 없더라도 외롭지 않다.

오키나와의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이유는?
오키나와에서 여성은 집안에서 제를 지낸다. 제사상에 기도 드리고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도 여성의 몫이다. 가족들의 안녕과 성공을 선조들에게 기원하며 주는 삶을 산다. 남자들은 이에 대해 미친 짓이나 바보 취급을 한다. 교사·경찰 등을 지낸 사람도 일을 그만두면 유유자적한 은퇴 생활을 보낸다. 이는 바로 치매 등으로 이어지고 장수를 누리지 못한다. 오키나와의 여성이 남성들보다 오래 사는 것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역할에서 보람을 찾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무엇인가?
백세인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건강한 삶을 살았던 두 경우를 보고했다. 첫째 사례는 1992년까지 농사일을 하시고 90세까지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신문을 배달했던 할머니다. 그녀는 98세에 등뼈와 엉덩이를 다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고 다친 이후에는 2년 만에 돌아가셨다. 부검한 결과 그녀의 위벽은 젊은이처럼 두터웠고 특별한 장기 손상도 없었다. 두 번째는 1백10세의 초백세인(super-centenarian) 할머니다. 그녀 역시 독감 백신을 맞고 아프기 시작한 108세 이전까지 누구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왔다. 위 두 경우는 “compression of morbidity”의 예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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