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난기류 뚫을까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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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광고공사 새 사장에 친MB 인사 선임 유력…선정 기구 파행 운영으로 임명까지 난항 예상
양휘부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위)과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오른쪽)은 ‘MB 캠프’ 출신이다.

임기 3년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이하 코바코)의 사장으로 양휘부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유지에 영향을 미칠 코바코의 사장 자리에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양 전 위원을 선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전 위원의 내정설은 지난 4월25일 시작된 사장 공모 이전부터 언론과 정치권 주변에서 파다하게 돌았다.

코바코는 지난 4월14일 정순균 전 사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사임한 이후 공모를 통해 새로운 사장을 물색해왔다. 10명의 지원자가 지난 4월25일부터 5월8일까지 2주간의 공고 기간에 지원서를 접수했다.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5월13일 서류 심사, 15일 면접을 거쳐 양 전 위원을 비롯해 조천영 전 코바코 전무(전 경기방송 사장), 민영철 전 코바코 영업이사(현 OBS 전무) 등 총 3명을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사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이 중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최종 1명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의해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다. 양 전 위원은 3명의 후보 가운데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위원은 KBS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 방송특보단장을 맡으며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 전 위원의 코바코 사장 선임이 현 정부의 새로운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정 전 사장은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노무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고 발언한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코바코의 사장 교체가 미디어 구도 재편을 노리는 현 정부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 돌아…“나머지 후보들은 들러리” 비난도

▲ ⓒ연합뉴스

언론노조 코바코 지부의 함현호 위원장은 “우리의 입장을 정권, 정부, 정책 입안자에 전달하는 데 힘을 실어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친 정부 인사의 사장 선임이 미디어 재편의 한가운데 놓인 코바코의 구조 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방송사와 언론 유관 단체 임기제 수장들의 교체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유장관의 발언부터 시작해서 KBS 정연주 사장에게 사임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지난 5월15일에는 문화부 김기홍 미디어정책관이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을 만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자리에는 현 정부와 친화적인 인물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YTN은 지난 5월29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내정했다. 구본홍 YTN 사장 내정자는 양 전 위원과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의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상임특보를 맡은 인물이다. 구본홍 YTN 사장 내정자에 이어 양 전 위원까지 코바코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서 시작된 MB계 인사들의 방송사 및 언론 단체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코바코와 YTN 사장 선임 과정은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양 전 위원과 구 YTN 사장 내정자는 모두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이 돌았다. 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복수 후보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각각 코바코와 YTN에 몸담고 있거나 예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나머지 후보들이 구색 맞추기용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달 이상 지속된 사장 공백 더 길어질 듯

언론노조는 이들의 선임이 실질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코바코 노조는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 확보의 최후 저지선인 코바코 신임 사장이 현 정권의 시장 제일주의, 민영화, 경쟁 지상주의에 부화뇌동하고 방송 시장 재편의 선봉에 서기 위해 투하되는 낙하산 인사여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외견상 공모의 형식을 취했다고는 하나, 사실상 낙하산 인사에 YTN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들러리를 선 셈이다”라며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YTN과 달리 코바코 사장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가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운영위는 새 정부 들어 한 번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등 파행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운영위 민간 위원 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몇몇 위원에 대한 사퇴 압력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코바코 사장 임명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정지 작업이 끝난 후에나 이루어질 듯하다. 때문에 지난 4월14일 이후 한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바코의 사장 공백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바코 내부에서는 이같은 사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바코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 미디어 구도 재편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사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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