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지방이 전립선암 키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5: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3년 내 사망 확률 높아”
▲  ⓒ시사저널 박은숙

전립선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정액을 구성하는 액체 성분의 30%를 만드는 남성 생식기관이다. 방광의 바로 아래, 직장 앞에 위치해 방광에서 나오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무게는 약 20g 정도로 호두알 크기다.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전립선액은 정소에서 만들어진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며, 사정된 정액이 액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정액의 독특한 냄새는 바로 전립선액에서 나는 것이다.

전립선에 생기는 악성 종양, 즉 전립선암은 주로 60대 이상 남성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암’이라고도 불린다. 이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호르몬 요법’이 주요 치료법 중 하나다. 이 치료를 받으면 병세가 일정 기간 동안 호전된다. 문제는 그 후에 암세포가 호르몬 치료에 내성을 가지게 될 때 발생한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 절제술의 대가로 꼽히는 전문의다. 이원장으로부터 전립선암의 최신 진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호르몬 요법이란 무엇인가?
- 유방암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호르몬의 90%는 고환에서 분비되는데 이를 억제해서 암을 죽이는 것이 호르몬 요법이다. 과거에는 고환을 제거하거나 여성호르몬을 주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약물이 개발되어 남성호르몬 분비를 직접 억제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조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외과적 수술로 치료하지만, 뼈 등으로 전이된 상태에서는 호르몬 요법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치료를 받은 환자 중 80~90%는 1년6개월 동안은 병세가 호전된다.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할 필요도 없다. 아마 암 치료법 가운데는 가장 쉬운 치료법일 것이다. 이 치료법을 개발한 미국의 허긴스 박사는 1966년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1년 이내 사망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 전이가 되었으면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전립선암 환자의 40%가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 1년6개월 정도 지나면 더 이상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발전한다. 이때부터 생존 기간은 약 1년 정도다. 불행히도 이때에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아직 없다. 항암 치료를 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전세계 전립선 전문의들이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 치료법 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전립선암 치료 수준은 어떤가?
- 아직도 외국에 가서 치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바람직하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았다. 전립선암은 서양에서 자주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은 치료 노하우를 오랜 기간 축적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재는 치료 수준이 현저히 높아졌다. 미국의 A급 병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로봇과 양전자를 이용한 치료 수준은 외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전립선암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사람이 간혹 있다.
- 전립선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니까 그런 오해가 생긴다. 전립선암의 진행 속도는 다른 암 특히 간암이나 폐암에 비해 평균적으로 느린 편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환자마다 차이가 커 진행 속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환자에게서는 매우 빨리 진행하는 반면 다른 환자에게서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자란다.
전립선암을 전립선비대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에 생긴 양성 종양이 요도를 압박해서 배뇨 장애 등을 일으키는데, 그 증상이 전립선암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전립선비대증으로 알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참고로 과거에는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된 적이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서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암의 증상은 어떤가?
- 조기 증상이 없어 초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0명 중 4명은 이미 암이 전이된 후에 병원을 찾는다.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되면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요도를 압박한다. 이 정도면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소변줄기도 가늘어지며, 소변을 본 후에도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잔뇨감을 느낀다. 소변이 급하거나 심지어는 소변을 못 참아서 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정액증이 생기기도 하고, 암이 림프선이나 뼈로 전이가 되면 뼈가 아픈 골통(骨痛)을 유발한다. 척추로 전이되면 요통이 심해진다. 뼈가 아프니까 정형외과로 가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진단은 어려운가?

- 진단이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립선암에 대한 인식이 서양보다 매우 낮은 편이어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편적인 전립선암 진단으로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와 직장수지검사를 들 수 있다. PSA는 전립선암이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종양표지자’다. 혈액에서 PSA수치가 4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 검사를 할 수 있으므로 손쉽게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다. 직장수지검사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암 후면을 만져보는 것이다. 단 초기 암은 작아서 만져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행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PSA 검사로 전립선암을 다 확인할 수 있나?
-
PSA 검사를 받은 환자의 약 4분의 1 정도는 PSA 수치가 4ng/ml 이하로 측정되어 전립선암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립선암을 의심하는 기준을 3ng/ml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의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나는)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게는 이 수치를 2.4~3ng/ml까지로 낮출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수치가 4ng/ml 이상이면 모두 전립선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4~10ng/ml인 사람 5명 중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은 1명이었다. PSA 수치는 전립선암의 경우에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하고, 동일한 나이라도 인종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염 등의 다른 전립선 질환에 걸려도 그 수치가 상승한다.
이 밖에 초음파검사 등 여러 가지 진단법을 동원하며 마지막으로는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향후 전립선암 발생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 미국의 경우 남성암의 3분의 1이 전립선암일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매우 흔한 암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5천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이 수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그 상승곡선이 대장암보다 가파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향후 몇 년 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 1~2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전립선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노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서구식 식습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립선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암을 억제하는 기능이 떨어져 암을 막지 못하는데, 동물성 지방이 이를 가속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육류 섭취와 전립선암 증가는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전립선암이 육류섭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
같은 일본인이라도 미국에 사는 사람과 일본에 사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에게서 전립선암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또 아시아보다는 고기가 주식인 서양에서 전립선암이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같은 역학조사를 통해 동물성 지방과의 관계가 밝혀졌다. 덧붙이자면, 콩, 토마토, 녹차 등을 섭취하는 채식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채식이 전립선암 예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크게 세 가지는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호르몬, 가족력, 동물성 지방이다. 남성호르몬과 가족력은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동물성 지방은 섭취를 줄임으로써 전립선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 외에 감염성 질환, 성생활의 정도, 사회·경제적인 상태 등이 전립선암의 원인으로 거론된 바 있으나 과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주 발병연령이 60~70대인데, 그 이하 연령층은 전립선암으로부터 자유로운가?
- 젊은 층에서 전립선암이 발병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50대 이후 특히 60~70대가 전립선암에 가장 많이 걸린다. 따라서 가족력이 없는 경우라면 50세부터 전립선암에 대한 신경을 쓰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30대도 전립선암에 걸린 경우가 있지만 매우 이례적이다.


전립선암 환자가 고령이어도 굳이 고통스럽게 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과 함께 다른 질환에 걸린 고령의 환자가 전립선암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면 치료보다는 관찰 요법을 택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강조하는데, 이런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전립선암은 치료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립선암 치료 후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립선암 치료 후에 성욕이 감퇴하고 발기부전, 안면 홍조, 근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립선암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평균 10년 이상 생존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은 누구?

- 1980~1984년까지 서울대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비뇨기과와 인연을 맺었다. 1987~2001년까지 원자력병원 비뇨기과 과장으로 근무했다. 이 기간 중 1992년부터 5년 동안 서울대의과대 비뇨기과 외래교수를 역임했고 1993년부터 2년 동안 미국 UCLA 의대에서 연수했다. 1996년에는 독일 마인츠 의대에서 비뇨기종양학을 연구했다. 2001년부터는 현재까지 국립암센터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03년 특수암센터장을 거쳐 2006년부터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대한비교과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