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홧발로 밟고 물대포도 쏘고…“내가 좀 심했나?”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6.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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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과잉 진압으로 사퇴 압력받는 어청수 경찰청장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말고 촛불 집회 현장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인물을 또 들라면 어청수 경찰청장일 것이다. 어청장은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집회에다 불을 질렀다 해서 눈총을 받고 있다. 광우병 파동에서 촉발된 시위 자체의 흐름을 잘못 읽었던 것이다. 

이번 촛불 시위는 경찰 과잉 진압 때문에 더욱 고조된 감이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어청장이 있었다. 그는 촛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동자를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계속해왔다. 주동자가 분명하지 않고 배후가 있는지도 알 길이 없는 촛불 집회를 놓고 마치 조직범죄단을 다루듯이 대처했으니 시민들의 반발을 스스로 부른 꼴이 되고 말았다. 어청장은 “자전거를 탄 선발대가 앞에서 나머지 시위대를 이끌며 경찰력을 분산시키는 등 치밀한 것 같다. 촛불문화제가 불법 시위로 번진다면 가능한 한 현장에서 연행하고, 여의치 않으면 채증 자료를 모아 처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한창 반정부시위가 극렬했던 1980년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결국 시위 현장에 물대포가 나오고 여대생이 전경의 군홧발에 차이는 등 진압의 양상이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며 어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역시 사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 총수로서 운신하기 무척 어려워졌다. 어떻게 보면 시위의 양상을 격화시켜 스스로 우물을 팠다고도 할 수 있다. 어청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경찰청장에 임명되었음에도 이명박 정부의 추인을 받은 행운의 인물이다. 관운이 길다면 무척 긴 편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국민이 이전의 국민이 아니다. 이제 자신의 문제를 공론장에서 당당하게 털어놓을 만큼 강해지고 똑똑해진 것이다.

어청장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경찰의 진압 방식이나 자세가 달라졌어야 한다. 폭력 시위라면 엄단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 시위라면 시민들의 주장이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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