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서울복지재단 대표) ()
  • 승인 2008.06.17 16: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정권만 잡았지 아직 세력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도기에 정부·여당이 새로운 정치·행정적 패러다임을 적용하지 않으면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각성을 하고도 남음이 있는 과정이었다.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대선 직후 총선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국민과 새 정부의 살림살이를 놓고 구체적이고 안정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연히 정책도 집행 전략적 구체성보다는 선거 전략적 모호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정책적 실책이 나올 수 있는 빈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국민이 불안해하고 서민이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정부·여당이 겸허하게 성찰할 대목이다.

노자는 민중이 목숨을 걸고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원인을 민중에게서 찾지 않았다. 국가 권력이 그릇되게 기능하는 데서 찾았다. 몇몇 불순한 동기가 있는 세력들이 시위 현장을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 정파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는 시도들도 있겠지만 이미 국민의 의식 수준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는 국가 권력의 기능을 하루빨리 재점검하고 통치 시스템을 정비해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 시스템 정비의 기초는 바로 구성 요소의 작동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 권력 시스템의 가장 기본 구성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청와대와 내각이 총사퇴했다. 우선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경영적인 장점을 살려내 정치력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가 들어가야 한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들어오듯이 여의도에서 민의를 수렴하고 거중 조정 능력을 지닌 인사가 정무적 기능을 해야 ‘국정의 배’가 안정적으로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큰 인물로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고 안심감을 높이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 내에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의 틀’을 짜고 운영하는 팀이 구성되어야 할 것 같다.

국민과 소통 가능한 전문가가 필요해

내각에는 ‘널리 인재를 구한다’라는 익숙한 상식을 실천하면 될 것 같다. 새 정부의 인사가 국민의 호응을 못 받았던 것은 도덕적인 문제와 재산 관계에 따른 이질감 때문이라는 평가가 강하다. 그런데 실패와 성공에는 모두 다 함정이 있듯이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를 피한다고 맹목적으로 ‘명세빈’(명확하게 세 가지가 빈약한 사람)을 좇을 일은 아니다. 여기서 세 가지는 재산, 영남, 소망 교회라고 한다. 공직자를 선정시 고려해야 할 원칙은 전문지식과 조직 관리 능력, 그리고 도덕성이다.

국민은 단순히 부자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문제를 삼고 반감을 가지며 인사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과거의 일방통행식 행정 관리주의에 흠뻑 젖어 있어서 재미가 없고 기분이 나쁜 가운데 경제도 안 좋아 답답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학문 영역에서도 융합적 종합지(綜合知) 추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각 전문 분야가 서로 통합되고 융합되면서 창의적인 새로운 지적 영역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내각은 장관이면서 전문가이고, 전략가이면서도 현장감으로 무장되어 국민의 생활이 정책과 하나 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종합지를 추구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맡아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