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먼지 폭탄’, 뇌관을 뽑아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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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ᆞ기업ᆞ민간 단체, 중국ᆞ몽골 사막 지역에서 녹지화 사업 비지땀

▲ 몽골 남부 고비사막 지역의 모래언덕(왼쪽). 사막화 방지를 위해 독일 정부기관 GTZ가 몽골 남부 지역에 인공저수지를 만들고 관개수로를 조성했다(오른쪽). ⓒ시민정보미디어 센터

동북아의 불청객 황사(黃砂)를 막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황사 발원국인 중국과 몽골, 황사 피해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등이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을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등 4개 국가의 단체들이 민간 차원에서 황사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발원지 현장에서 대대적인 조림 사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황사는 누런 모래를 뜻하지만 봄철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른 뒤 멀리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가 각종 피해를 일으키는 현상을 통틀어 가리킨다. 황사 철이 되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고 예민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반도를 덮친 황사의 강도가 약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봄에 푸른 하늘을 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센 황사가 몰아닥쳤다.

황사는 한 번 발생하면 동북아시아 상공에 약 100만t에 이르는 미세먼지를 띄워놓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반도에 쌓이는 먼지는 4만6천t에서 8만6천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사는 정밀한 공정을 요하는 기계 및 전자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 사막화 지역에서 모래에 묻혀가는 마을(왼쪽). 건조화로 인해 떼죽음을 당한 야생동물(오른쪽). ⓒ시민정보미디어센터

황사 피해액, 한 해 약 7조5천억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5년 발표한 자료에서 황사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많게는 1백81만7천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1백65명이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원측은 이런 유·무형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한 해 피해액은 많게는 7조3천억여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황사에서는 규소, 철, 알루미늄, 납, 카드뮴 성분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성분들이 대기 중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황사가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것은 발원지인 중국이나 몽골 지역에 사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화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에서도 황사 피해는 심각하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데다 황사까지 겹치는 봄철에는 중국 동해안 대도시에서 호흡이 곤란할 정도다. 게다가 이웃 동북아 국가로부터는 황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원망까지 듣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황사 발원지인 고비 사막의 확장과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녹색장성(great Green wall)’을 쌓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74년에 완료될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의 대기업과 민간 단체, 일본의 대기업과 민간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경우 성공적인 인공 숲을 만들 수 있다. 현지인들의 농경지와 그 농경지를 보호하는 방품림.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산림청의 국제산림협력 사업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정부 기구나 민간 기구의 활동상을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민간 부문 국제산림협력사업 17건이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방지 협력 사업에서 이루어졌고, 나라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 부문의 국제산림협력사업 역시 지난 2005년까지 중국과 몽골에서 펼쳐졌다. 2005년 이후 70% 이상의 관련 예산이 중국과 몽골에 집중되었다. 최근 들어 경제력이 향상되어 자체적으로 녹화 사업에 나설 여력이 생긴 중국보다는 몽골에 전체 예산 지원액의 50% 정도가 투입되고 있다. 국내 민간 기업이 후원하고 있는 민간 단체의 활동은 몽골보다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활동이 몽골보다는 중국에서 활발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조림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는 단체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나무를 심는 조림 사업 위주의 황사 방지 활동을 하는 곳이 있고, 풀씨를 심어 초원 복원을 통한 황사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초지 복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풀도 못자라는 곳에 조림하면 결국 돈만 허공에 날리게 될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산림 조성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초지 복원이 2~3년간 사막에 모래가 일지 않도록 토지를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양떼의 한 끼 식사로 초지가 궤멸되고 다시 사막으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몽골에서 조림 사업을 하고 있는 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제진수 사무처장은 “몽골 지역은 애초에 산림 지역이 사막으로 변한 곳이 많다. 우리가 조림 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도 산림 지역이었다. 애초에 그곳에 나무와 숲이 있었다는 얘기는 생태적으로 산림 복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라며 단순히 ‘초원 복원이냐’ ‘산림복원이냐’라는 논쟁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

▲ 지난 5월4일과 5일 인천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바양노르 구에서 공동으로 조림 사업을 벌였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막에 나무만 심는다고 황사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강우량도 많지 않고 토양도 척박하기 때문에 나무가 자생적으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지에 나무를 심으러 온 외지인들이 조림 운동 초기에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해 무지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령 네이멍구 지역은 애초 유목민들의 터전이었던 초지였으나 한족들이 몰려오면서 무분별한 개발 붐이 일어 땅이 망가졌다. 환경운동연합의 박상호 중국사무소장은 “중국 서부 네이멍구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4백ml 이하인 지역으로 기본적으로 나무가 자라기 힘든 초원이었다. 기본적으로 대규모의 인구를 부양할 생태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개발 붐을 타고 수많은 인구가 들어와 개간과 개발을 하면서 초원 생태계가 사막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중국 국토의 37.6%만이 사막 지역이었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사막화된 토지가 연평균 1천5백60㎢씩 늘어나면서 사막은 이제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시 부근에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초원 생태계의 인위적인 변화는 몽골에서도 나타났다. 과거에 풀이 난 곳을 따라 유랑하던 유목민의 라이프스타일이 정주형(定住形)으로 바뀌면서 가축이 특정 지역의 초원에 난 풀만 먹어치워 토양이 황폐해지고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에 따르면 몽골에서 1990년대 이후 사막화된 지역만 6천㎢로 서울 면적의 10배가 넘는다.

지속 가능한 조림 사업으로 활착률 높여

따라서 사막화 방지 활동에서 현지인들의 참여나 협조 없이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국내 민간 단체 활동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나무를 심어도 물을 주어야 하고, 양떼가 어린 나무들의 잎을 뜯어먹지 못하게 막으려면 현지인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현지인들을 동참시키는 과정에서 국내 민간 단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몇몇 단체에서 조림 전문가를 현지에 상주시키면서 조림에 대한 현지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서 나무의 활착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UNCCDD의 룩 낙가자 사무총장은 “사막화 문제는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 세계 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을 그곳에서 몰아내는 방법으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지인들이 계속 그 땅에서 살게 하며 그들의 협조와 참여 속에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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