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만리장성 넘는 법 “뭉치 면 이긴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6.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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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탁구, 단식보다 단체전에서 금메달 기대…남자 유승민ᆞ여자 당예서의 선전 여부가 변수
ⓒ시사저널 임영무

탁구는 중국 선수들이 전세계 전력의 8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텃세가 센 종목이다. 게다가 중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당연히 전통적으로 강세인 탁구 종목의 금메달 4개를 모두 차지할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탁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되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남녀 단식과 복식 등 4개 종목에 걸쳐 경기를 벌였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녀 단식은 그대로 열리지만 남녀 복식이 없어지고, 대신 남녀 단체전이 새로 포함되었다.

한국은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와 김기택이 남자 단식에서 금·은 메달을 독식했고, 여자 복식의 양영자·현정화가 금메달을 따내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동메달만 5개 따는 데 그쳤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동메달 2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동메달 1개로 부진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 선수가 남자 단식 결승까지 올라 중국의 왕하오를 물리치고 대망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여자 복식의 이은실·석은미 조가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단식에서는 수비 전문 선수인 김경아가 동메달을 추가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안방에서 벌어지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아놓고 있는 중국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남녀 단식에서 중국은 왕하오, 마린, 왕리친, 마룽이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독식하고 있고, 여자는 장이닝, 왕난, 궈옌, 리샤오샤 등이 1위부터 5위까지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남녀 단식, 중국이 세계 랭킹 상위권 독식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달리 올림픽은 한 국가에서 3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어 조 편성이 잘되면 결승전까지 중국 선수 한 명 정도만 상대하면 된다는 점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남자 유승민·오상은·윤재영, 여자 박미영·김경아·당예서 등 6명의 남녀 대표가 남녀 단식과 단체전에 출전한다.

남자는 아무래도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유승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여자는 박미영·김경아보다는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당예서는 일본 오픈에서 세계 4위 중국의 왕난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세계 랭킹을 27위에서 22위로 다섯 계단 올려놓았다. 당예서가 왕난을 이길 때처럼 과감한 승부를 한다면 중국 선수들과도 겨뤄볼 만하다. 단체전은 개인전보다 금메달을 딸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국제 대회에서 남녀 단체전 모두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는 개최국 중국과 아시아 등 6개 대륙 챔피언, 단식 세계 랭킹 합산에 따른 남녀 상위 9위까지를 포함한 총 16개국 선수가 참가한다. 단체전은 ‘4단 1복’(단식 4게임, 복식 1게임)으로 펼쳐진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의 경우, 올림픽에서는 처음 치러지지만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한국은 비교적 선전했다. 1973년 사라예보 대회에서 이에리사·정현숙은 중국의 벽을 넘어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1991년 지바 대회에서 현정화(남)·리분희(북)가 힘을 모은 남북 단일(유일) ‘코리아’는 또다시 중국을 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여자는 1973년 대회 이후에도 1975년, 1977년 대회에서 연속 준우승하는 등 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거의 모든 대회에서 3위권 이내의 성적을 올렸다. 남자도 1995년 대회 이후 꾸준히 3위권을 지키고 있다.

남녀 모두 단체전 복식조는 현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조를 짜서 출전시킬 예정이지만, 남자는 오상은·윤재영, 여자는 오랫동안 콤비를 이루고 있는 박미영·김경아 조가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 단체전 랭킹에서는 한국 남자가 중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킨 반면, 여자는 중국·싱가포르·홍콩·일본에도 밀려 5위로 떨어져 4강 시드 획득이 어렵게 되었다. 베이징올림픽 남녀 단식과 단체전 시드는 7월 랭킹을 기준으로 배정된다.

유승민의 올림픽 2연패 전망은 사실 불투명하다. 중국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왕하오를 4 대 2로 꺾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31일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폭스바겐 코리아오픈, 대전 2008’ 대회 남자 단식 8강에서 세계 1위 왕하오에게 2 대 4(7-11 11-8 9-11 12-10 4-11 4-11)로 패했다. 이로써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왕하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이후 4년 가까이 열 차례 열린 그와의 대결에서 전패를 당하며 상대 전적 2승16패로 절대적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5월31일 마지막 대결을 벌인 후 유승민은 “졌어도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 구질을 잘 아는 만큼 남은 2개월 동안 내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가능성이 있다”라고 가능성을 내보였다. 하지만 유승민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 마린에게도 1승11패로 밀리고 있고,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마룽에게도 전패를 당해 객관적인 전력상 중국 선수를 만나면 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티모 볼, 블라디미르 삼소노프 등 유럽 선수들과는 비교적 잘 싸우고 있다. 아테네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예선에서 유럽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을 잡아주고 유승민이 결승까지 올라 중국 선수들을 한 번만 만나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은 일단 유럽선수들에게는 모두 이긴다고 보고, 적 왕하오를 겨냥하고 있다.

오른손 펜홀더 전형인 유승민은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왕하오의 이면타법의 덫에 걸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승민은 국내에서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이정삼과의 잦은 연습 게임을 통해 왕하오와 마린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약점을 찾는 중이다. 유승민이 탁구 강국 중국 선수들을 누르고 다시 한 번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귀화한 당예서가 고국에서 못다 이룬 챔피언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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