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열심히 해도 암 예방 일상 생활에서 꾸준히 움직여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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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분비 조절해 면역체계 기능 저하 억제... 우울증.스트레스 감소시키는 효과도
ⓒ시사저널 황문성
"암예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뾰족한 비방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들리겠지만 규칙적인 운동이 최선이다. 매년 늘어나는 암환자를 줄이려면 예방만한 대책이 없다.” 암 전문의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이들이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명의(名醫)로 꼽히는 의사들은 암 예방 묘책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더욱 자주 접한다. 명의들은 암 종류에 따라 특별한 예방법을 설명하다가도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강조한다. ‘불로초’ 같은 비법을 바라는 환자들에게는 김이 새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물론 암이 운동으로 예방된다는 연구 결과는 그리 많지 않다. 암 억제와 운동의 상관관계를 통해 예방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추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의 특성에 따라 ‘뾰족한 예방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암을 이기고 예방하는데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 1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하버드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이 암 발생을 50%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 유방암, 폐암, 자궁내막암은 운동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운동과 대장암에 관한 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남성은 30%, 여성은 40%까지 암 발생률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굳이 운동이 아니라도 일생 생활에서 남들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2~29% 정도 대장암 발생률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방암도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암이다. 2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조사한 노르웨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으로 유방암 발생률이 37% 줄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의 경우 유방 조직에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이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켜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흡연자가 4년 동안 꾸준히 운동하면 폐암 발생률이 32%나 감소했다는 캐나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자궁내막암의 발병 위험률을 2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이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자궁암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신체 활동 부족, 체력 저하가 자궁내막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암과 운동의 연관성이 향후 꾸준히 밝혀지면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 종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허봉렬 국립암센터 암예방점진센터 고문은 “운동이 모든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무리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암의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밝혀진 자궁경부암과 같은 일부 암은 예방 접종이 최선의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장암, 유방암, 폐암, 자궁내막암 등이 대표적이다. 굳이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을 하면서 몸을 충분히 움직여주기만 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신체 활동은 암 예방뿐만 아니라 암 재발과 전이를 방지하는 효과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장암ᆞ유방암ᆞ폐암ᆞ자궁내막암에 더 큰 효과

운동은 신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암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운동이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운동은 특히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androgen) 등 여성과 남성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준다. 적절한 호르몬 분비는 면역체계 기능의 저하를 억제해 암 발생을 막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비만을 유발하는 신진대사 연관 물질인 렙틴(leptin)과 아디포카인(adipokine)의 생성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비만이다. 비만은 에너지 섭취가 에너지 소비를 초과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운동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운동에 의한 신체의 화학적 변화가 암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암 전문의들은 운동을 함으로써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두려움 등을 감소시키는 심리적인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운동 부족이 사망, 질병, 장애를 일으키는 10대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의 성인60~85%가 건강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5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52%)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주 5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저소득층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술·담배를 할수록 운동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만인 경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자각 때문에 비교적 운동 실천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국민 10명 중 4명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라고 답했다. 특히 노인 10명 중 5명은 “몸이 불편해서 운동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오상우 동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리모컨, 엘리베이터 등 편리한 생활 도구가 많아지면서 운동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 활동량은 미국의 청소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청소년의 운동량을 늘리지 않으면 우리나라 암 증가세를 막을 길이 요원하다. 노인도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운동을 멀리하면 노년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된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꾸준히 해서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아 문제


주5일제 근무 등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야외 활동은 예전보다 늘었지만 굳이 시간을 내서 운동을 따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운동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운동이라는 말 대신 ‘신체 활동’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암 전문의들은 일상 생활에서 신체를 많이 움직여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과장은 “WHO는 전세계 성인의 60% 이상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운동(신체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굳이 시간을 내서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집에서 잠자기 전에 간단한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땀으로 몸이 촉촉해질 정도로 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일부러 먼 곳까지 걸어가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부가 손빨래를 하거나 장을 볼 때도 많은 양을 한 번에 구입하기보다 필요한 양을 자주 구입해서 신체 활동량을 늘릴 수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을까? 운동과 신체 활동에도 강도가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운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라면 ‘저강도’에 해당한다. ‘중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수가 50~70%로 증가하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수가 70~85%로 증가하거나 숨쉬기가 힘들어 대화가 어려운 정도다. 암 예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강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한다.

중강도 운동으로는 걷기, 댄스, 자전거 타기, 승마, 요가, 손빨래, 진공청소기 돌리기, 카펫이나 계단 청소, 세차, 장보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배구, 골프, 소프트볼, 야구, 스키, 복식 테니스,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스포츠도 중강도 신체 활동에 속한다.

고강도 운동은 조깅, 빠르게 자전거 타기, 웨이트트레이닝, 에어로빅, 줄넘기, 인라인스케이트, 무거운 물건 옮기기 등이 해당된다. 축구, 라켓볼, 단식 테니스, 농구도 고강도 운동이다.

운동이나 일상 생활에서 신체 활동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운동량을 유지해야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국립암센터는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는, 이른바 ‘1530 운동 규칙’을 권장하고 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은 “한 번에 30분을 연속적으로 운동하기가 어렵다면 최소 10분씩 3회에 나누어 운동을 해도 된다.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주 3회 이상, 1회 최소 20분 이상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해야 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에 다니는 홍길동 부장은 매일 10분 동안 걸어서 출퇴근한다. 화·수·일요일에는 60분씩 복식 테니스를 한다. 언뜻 보기에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암 예방을 위한 최소 수준의 신체 활동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주 3일(화·수·일요일)은 30분 이상 땀이 나게 운동하라는 권장 운동량에 부합하지만, 나머지 요일에는 걷기에 10분 정도만 할애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이라는 기준에 못 미친다.

어쩌다 한 번 하는 운동은 하나마나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하더라도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정보가 있다. 식사 후 2~3시간이 지나 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해 소화가 되고, 배고픈 느낌도 없는 상태여야 한다. 취침 전 과도한 운동은 수면을 방해해 바람직하지 않다. 새벽이든 저녁이든 운동 효과에 차이는 거의 없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소금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땀에는 염분보다 수분이 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 몸의 염분 농도는 오히려 평소보다 높아진다. 소금까지 먹으면 염분 농도가 더욱 올라가므로 자칫 탈수가 심해질 수 있다. 오히려 운동 중간에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서 탈수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이온 음료는 물보다 흡수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물과 이온 음료의 체내 흡수 속도는 비슷하다. 보통 한 시간 이내의 운동을 할 때는 물만 마셔도 된다. 하지만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수분과 함께 체내의 무기질까지 빠져나가므로 무기질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이온 음료가 조금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사람마다 몸무게, 체력, 나이가 다르므로 운동 전후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조깅을 할 경우 무릎관절 등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과 운동과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연구해야 할 과제다. 외국의 경우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사들이 신체 활동이 암 예방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전문의들은 국가 차원에서 암 예방을 위한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권장하는 지침 같은 것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최보율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미 암에 걸린 환자라도 적절한 신체 활동과 운동으로 암의 재발과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외국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암 예방과 운동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 우리 국민의 비율은 70%에 달하며, 미국 등 선진국 예방의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에 경악하고 있다. 왜냐하면 운동을 하지 않는 비율이 한국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약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운동이 암 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범국가적인 연구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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