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까지 내줬는데 잘 해야지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5: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여자의 후유증 덜어주는 최소 침습 수술법 국내 첫선…절개 범위 줄여 합병증 없이 회복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 암세포가 퍼진 간을 떼어내고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이식술이 있다. 환자가 가족력이 있거나 간염 보균자라면 이식술을 권장 받는다.

새로운 간을 이식받으려면 어차피 복부를 많이 절개해야 한다. 건강한 간을 이식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을 제공하는 공여자의 개복 수술이다. 되도록 수술 부위를 작게 해야 회복도 빠르고 감염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사실 환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렸지 최근까지 간 공여자의 삶의 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간 공여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간 전문의들 사이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환자 못지않게 공여자의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간 공여자의 복부를 ‘⊥ 자’ 또는 ‘L 자’ 형으로 절개하는 개복 수술을 해왔다. 당연히 수술 후 몸에 큰 흉터가 생긴다. 공여자가 여성이라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간을 제공한 후 공중목욕탕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여성 공여자도 있다.

때문에 요즘 되도록 짧게 절개하는 최소 침습 수술법이 시선을 끌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절개의 범위를 줄이는 데 효율적이지만 큰 사이즈의 간을 꺼내고 절제하는 수술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 침습 수술법이 국내에서 개발되었다. 최근 ‘I자’ 형으로 개복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기존 수술의 절반 정도만 복부를 절개하므로 흉터가 매우 작게 남는다. ‘I자’형 상복부 중앙 복개술이라고 불리는 이 최소 침습 수술법은 공여자의 배꼽 위 복부 중앙 부위를 세로로 약 12.8cm 절개한다. ‘⊥자’와 ‘L자’ 개복술의 절반 크기다.

절개 부위 작아 수술 시간도 단축

절개의 범위가 작다고 해서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평균 2백38분이 걸려 기존 개복수술 시간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수술법을 개발한 국립암센터 간 이식 전문의 김성훈 박사는 “올해 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32차례 ‘I자’형 상복부 중앙 절개법으로 간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기존 크기의 절반 정도인 12~16cm를 절개한다. 수술 시간도 1백80~2백87분으로 기존 개복 수술과 비슷하다.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32명의 공여자 모두 “수술 중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어 수술 후 평균 9.9일 만에 퇴원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 형으로 개복하는 수술이 개발된 바 있다. ‘―자’와 ‘I자’형 개복 수술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박사는 “간을 절제할 때 세로로 잘라야 하는 만큼 복부 절개도 세로로 하는 것이 편리하다. ‘―자’형으로 복부를 절개하면 복부 근육과 신경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I자’형 개복 수술은 근육이 거의 없고 근막만 있는 상복부 중앙 부위를 세로로 절개함으로써 근육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물론 간 공여자의 수술 후 경과는 매우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간 절제나 이식 기술이 많이 발달했지만 개복술은 발달하지 않았다. ‘I자’형 상복부 중앙 개복술은 특히 미혼 여성을 포함한 여러 여성 공여자들의 수술 후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김박사는 관련 연구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