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권? 우린 생존의 문제”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7: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 직업을 지켜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6월2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지난 6월5일부터 수업 거부에 들어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회 진출을 눈앞에 둔 고3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도 안마사를 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으로 인해 단체 행동에 들어간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7월 말 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를 허용하는 의료법이 위헌인지를 결정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보다 비장애인들의 직업 선택권에 더 힘이 실리는 것 같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송근수 회장(43)은 “‘생존권보장’이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지만 우리들에게 안마사는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정부에게 먹여 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아니지 않은가. 단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수 있도록 비장애인들의 안마사 진출을 막아달라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촉각과 귀가 예민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피아노 조율사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순간 도태되었다. 안마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위헌 판결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2003년,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게만 허용한 안마사 규칙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규칙’이 아닌 ‘법률’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2006년이 되도록 법률로 승격되지 않았고 비장애인들은 또다시 헌법재판소에 ‘규칙’이 위헌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과 달리 현행 규칙은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시각장애인 3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 뒤에서야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해 법률로 승격시켰다. 이번에는 이의료법이 위헌이라고 비장애인들이 다시 위헌 소송을 냈다.

송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은 학교에서 3년간 안마 교육을 배운다. 우리나라는 안마를 의료 행위로 보기 때문에 교육 과정이 까다롭다. 국가공인자격증도 한 해 2백50명에게만 부여한다.

비장애인들의 퇴폐 영업 때문에 ‘안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도 억울한데 우리의 직업까지 빼앗기게 된다면 죽으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