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통령’ 선거, 보수ᆞ진보ᆞ중도 ‘삼파전’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07.22 14: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나선 공정택ᆞ주경복ᆞ이인규 등 후보들, 공약과 교육 철학에서 뚜렷한 차이 드러나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모두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공정택 현 서울시교육감, 김성동 전 경일대 총장, 박장옥 전 동국대부고 교장, 이영만 전 경기고 교장,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대표,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쟁에 나섰다. 후보들은 저마다 ‘서울시 교육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7월30일 ‘결전의 날’에 자신을 선택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감은 해당 지역의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대통령’이다. 특히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장관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은 곧 전국 시·도 교육청의 정책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인 권한만 보아도 5만5천여 명 교직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6조1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한다.

더구나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교육 환경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고교 신입생 배정 방식을 비롯해 특목고 추가 설립, 고교선택제 도입, 학력진단평가 실시 등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각종 교육 현안이 사실상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각 후보의 주요 공약 등을 면밀히 살피고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시사저널>은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도전한 주요 후보들로부터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았다. 초반 선거 판세에 맞추어 보수 진영의 지지 속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정택 후보, 진보 진영의 지원을 등에 업은 주경복 후보, ‘반이명박, 반전교조’ 기치를 내건 중도 성향의 이인규 후보를 대상으로 했다.

특목고 추가 설립과 자사고 신설, 고교선택제 도입 등에 입장 갈려

특목고 추가 설립과 자사고 신설은 후보들의 교육 철학에 따라 차이가 뚜렷하다. 이 문제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긍정론과 ‘입시 경쟁을 유발해 사교육비를 높인다’는 부정론이 맞서온 사안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과 ‘귀족 학교를 통해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녔다.

후보들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공정택 후보는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특목고를 확대하고 과학영재고, 개방형자율학교 등 다양한 학교를 설립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반면 주경복 후보는 “연간 교육비 1천만원이 들어가는 자립형·자율형 사립고를 서울에 만들지 않겠다. 대신 대안형 공립학교를 신설해 다양하고 창조적인 교육 과정을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주후보는 또 “사교육을 조장하는 외국어고의 운영을 정상화하고, 설립 목적을 거듭 위반한 외국어고에는 강력하게 제재 조치를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이인규 후보도 “특목고 설립은 동결하고 기능 정상화를 추진하겠다. 자립형 사립고도 반대한다”라는 입장이다. 이후보는 “학생의 적성과 흥미, 진로를 반영해 다양한 집중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창의형 자율학교’를 설립해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타 학군에 있는 고등학교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고교선택제 도입 여부도 입장이 다르다. 공후보는 “평준화 기틀은 유지하되 획일적인 교육 등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공약이 2010년 고교선택제 실시다. 현행 학군제의 고질적 문제인 ‘8학군’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인규 후보는 한 발짝 더 나가 ‘학교선택권 확대를 통한 학교 간 교육 경쟁 유도’를 공약했다. 이후보는 “학교별 교육 과정 특성화와 창의형 자율학교의 운영에 관한 정보를 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 등을 고려해 선택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주후보는 “특정 지역의 학교만을 입시 명문고로 만드는 고교선택제를 중단시키겠다”라며 두 후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명박 정부 들어 실시한 학력 진단평가는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는 지적과 함께 학생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월 치른 중1 진단평가의 경우, 개인 성적표에 학교 및 지역의 평균 성적이 공개되어 서열이 매겨지기도 했다.

공후보는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해 지도하겠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통지 방법도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 최소한의 평가는 하되 다양한 방식의 통지 방식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주후보는 “시험 횟수는 줄이고 평가 방식은 다양하게 하겠다. 2009년부터 초등학교 일제고사와 사설 모의고사를 폐지하겠다. 또 석차 중심의 성적표에서 종합형 성적표로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보는 “학교별로 진단평가를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시교육청 차원의 진단평가는 실시하지 않겠다. 모든 평가 결과에서 학생 서열은 공표를 금지하지만 학교 단위의 성적 비교는 공표해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설익게 터져 나온 영어 몰입 교육 방침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기본 정책 방향은 변함이 없다. 공후보는 “실용 영어 교육을 공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최소한 고교를 졸업하면 영어권 국가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라는 계획도 세워두었다.

선거 결과, 영어몰입교육 등 정부 교육 정책에도 큰 영향

반면 주후보는 “영어 사교육비 증가와 영어 격차만 늘리는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후보도 주후보와 같은 입장이다. 다만 “영어를 영어로만 수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향하되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기까지는 영어 수업 시간에 영어 노출을 점차 늘려나가는 단계별 영어 집중 교육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교원평가제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법제화를 추진해온 사안이다. 교원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미루어졌다가 이번 18대 국회에서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공후보는 “교원평가제는 교원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를 도입해 평가를 하고, 부족한 면이 있을 경우에는 연수 지원을 강화하겠다. 부적격 교원에 대해서는 ‘3진 아웃제’를 도입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퇴출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이후보도 ‘교원평가제 실시’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주후보는 교원 간 경쟁과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입장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공후보는 “교장공모제를 임기 중 10%까지 확대하겠다. 교장공모심사위를 구성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모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보도 “교원평가제와 더불어 교장공모제를 확대해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겠다”라는 입장이다. 주후보는 “학부모와 교사가 교장을 직접 선출하는 ‘교장선출제’로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