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면 ‘ㅋㅋㅋ’
  • 전진석 (만화평론가) ()
  • 승인 2008.07.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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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만화, 잡지 떠나 인터넷 속으로…<마음의 소리> 등 히트작 수두룩

한국 문화에서 ‘엽기’라는 코드가 화두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엽기 토끼, 엽기적인 그녀…. 당시 엽기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파괴하는 문화의 코드로 쓰였다. 1990년대에는 <멋지다 마사루> <이나중 탁구부>라는 일본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 흔히 보아왔던 타입의 주인공도 아니고, 흔히 보아왔던 스토리 라인도 아니다. 그림이 예쁘지도 않고, 이야기에서 애써 교훈을 주려고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만화를 좀 본다는 계층에서도 이 만화를 보면서 웃는 계층과 웃지 못하는 계층으로 갈렸다. 하지만 이런 추악한 외모를 지니고 지저분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은 우리나라에서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만화 잡지들은 이러한 ‘엽기 코드’를 받아주지 못했다. 개그 만화를 잡지의 감초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엽기 코드를 다룰 줄 아는 작가들은 메이저 만화 잡지가 아닌 동인지나 <OZ> 같은 실험적인 대안 지면에서 활동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서울문화사가 발행하는 격주간 만화잡지 <영점프>가 엽기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을 수용해주었다. 당시 <영점프>에서 사진을 이용한 <포툰>이라는 엽기 개그 만화를 연재하던 정필용은 현재 <와탕카>라는 인터넷 만화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투맨코미디>라는 엽기적인 개그 만화 단편을 그리던 곽백수도 <트라우마>로 최고 인기의 인터넷 작가가 되어 있다.

만화 잡지 <영점프> 통해 만개…폐간 후 온라인에 새 둥지 틀어

이처럼 <영점프>의 기획진에 의해 숨통이 트여진 만화의 엽기 코드는 2003년 <영점프> 폐간 이후에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굳이 잡지 기자의 입맛에 맞추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기의 만화를 네티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자, 기존 만화 잡지에서 홀대받던 ‘엽기 만화’들이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가 엄청난 클릭 수와 단행본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만화 잡지에서는 이런 만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점이 만화 독자들을 점차 만화 잡지에서 멀어지게 하고, 인터넷 만화를 클릭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최근에는 귀귀 작가의 <야심작 정열맨>도 인기를 끌고 있는 엽기 만화로 주목되고 있다.



 
추천 엽기 만화 ──────────────────────────────────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말이 필요 없는 엽기 만화의 고전 <멋지다 마사루>로 엽기 만화의 지존이 된 우스타 쿄스케의 차기작. 더욱 업그레이드된 그의 엽기는 생각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임을 증명했다.






<디트로이트메탈시티>
기괴한 화장과 퍼포먼스로 잔인하고 악마적인 데스메탈을 부르는 록커ᆞ그러나 그는 사실 예쁘고 귀여운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순진한 시골 소년이다. 엽기적인 상황에 웃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는 뽕짝 개그가 일품.






<무적콧털 보보보>
기존 소년 만화가 가지고 있는 전형성을 철저히 파괴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대사와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나름으로 만화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돌격!! 크로마티 고교>
‘일진회’라고 불리는 학원 폭력의 책임을 만화책에 돌리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사나이> <짱> 같은 학원 액션물을 읽었던 사람에게 강추한다. 단, 공공 장소에서 읽지 말 것을 충고한다. 일진들의 어이없는 모습에 큰소리로 웃어버리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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