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 승인 2008.07.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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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만 5개월이 되었는데, 물가는 급등하고 성장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 또, 국민 지지도는 20%대에서 헤매고 있고 경제적 민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하다.

일자리 창출을 공약한 정부에서 오히려 고용 쇼크라고 할 정도로 일자리 증가세가 3년 반 만에 최저로 급격히 둔화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고 있으니 지지율이 높아질 까닭이 없다. 대선 과정에서 때마다 도와주었던 하늘만 바라볼 수도 없고, 도대체 이명박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적 카드는 무엇인가?

게임 이론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경매나 입찰 경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된 쪽이 이기기는 했지만, 워낙 치열한 경쟁으로 적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를 하게 됨으로써 손해와 리스크라는 저주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서민 경제 실정에 따른 국민의 반노(反盧) 정서를 바탕으로 대기업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여기에 ‘승자의 저주’와 같은 요소가 숨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라는 공약의 구체적 수단으로 내세운 7·4·7 공약이나 한반도 대운하가 바로 인수 가격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노릇을 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가 7·4·7이 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환영할 일은 없다. 하지만, 잠재성장률(4~4.5%)을 높일 수 없는 상태에서 7% 성장을 고집한다면 이는 물가 급등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인데, 이는 취임 직후부터 나타난 고환율 정책을 통한 고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현실화되면서, 엄청난 국민적 저항감을 불러왔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대운하는 이미 반환경적인 것으로 판명이 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편익 분석에서도 효율성이 없는 사업으로 드러나고, 오히려 정부와 운하를 반대하는 국민(80%) 간에 불신만 팽배해지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신뢰 회복할 수 있는 특단의 인사 단행해야

그러면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통상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걸린 기업들로부터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나는 매각을 통해 그룹의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자가 실책을 인정하고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근로자들을 잘 설득해 기업 가치가 매수 가격을 상회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경영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전자가 더 쉽게 채택되는 방법이지만, 민주적 정치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쉽지는 않지만, 후자를 택하는 기업들처럼, 이해 관계자들(국민)에게 인수 가격이 높았음(무리한 MB노믹스 공약의 인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추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해야 할 것이 최고경영자(대통령)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다. 그런데, 이대통령은 아직도 MB노믹스에 대한 미련과 함께 인수 가격을 높게 써낸 경제 참모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는 이대통령이 대선 캠프의 수장이 아니고 5천만 국민의 대통령임을 가슴 깊이 느끼고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특단의 인사를 단행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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