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과 환호 없어도 흘린 땀은 ‘금’보다 아름답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7.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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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 속에서도 선전 벼르는 마이너 종목들/카누 등 사상 첫 출전

ⓒ연합뉴스
히틀러, 무솔리니 등 몇몇 정치꾼들에 의해 훼손이 되기는 했지만 올림픽은 국경,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서 참가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는 올림픽에서 공식적으로는 순위를 정하지 않는다. 가장 깨끗하고 정직한 스포츠의 광장, 올림픽 무대에서 벌이는 선의의 경쟁을 메달 순위로 폄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메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끝없는 투쟁 속에 한번쯤 깨끗하고 보람찬 승부에 자신의 전부를 던져 보려는 종목을 소개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모두 28종목의 경기가 벌어진다. 이 가운데 한국은 남녀 배구와 트라이슬론, 소프트볼을 제외한 25종목에 출전한다.

그 가운데 메달 획득이 가능한 종목은 핸드볼, 하키, 펜싱, 태권도, 탁구, 축구, 체조, 육상(마라톤), 유도, 역도, 양궁, 야구, 수영, 사격, 복싱, 배드민턴, 레슬링, 근대 5종 등 18종목이다.

그밖에 카누, 조정 등 7종목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거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다.

이제까지 올림픽에서 기적 같은 메달을 딴 선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펜싱 플뢰레의 김영호 선수뿐이다. 당시 김영호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메달은커녕 8강 진출도 불가능해 보였는데, 예선부터 이변을 일으키면서 승승장구를 하더니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결승전에서 독일의 랄스 비스도르프 선수에게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포효하는 장면은 한국 스포츠 사에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다.

사이클 대표팀 “우리에게도 메달 꿈 있다”

전제효 올림픽 사이클 대표팀 감독은 사이클 대표팀의 베이징올림픽 메달 획득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전감독은 “사이클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어서 경기 당일 작전을 잘 짜면 메달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베이징올림픽 사이클 대표는 박성백(23), 이민혜(23), 구성은(24), 손희정(21) 등 4명이다.

이민혜가 여자 트랙 종목에 출전하고, 박성백은 남자 도로, 구성은과 손희정은 여자 도로 종목에 출전한다.
여자 트랙에 출전할 이민혜는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 사이클연맹(UCI) 트랙월드컵 3차전에서 은메달을 따내 세계 사이클계를 놀라게 했다. 마이너 대회가 아니라 세계 랭킹 1위 선수와 각종 대회 우승자들이 빠짐없이 출전한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남자 도로 종목에 출전할 박성백은 톈안먼 광장을 출발해 80km 지점을 돈 다음 베이징 순환 코스를 타고 총 2백50km를 달리게 된다.

여자 도로 종목에 나설 구성은과 손희정은 톈안먼 광장을 떠난 뒤 바로 베이징 순환 코스로 진입해 총 1백20km를 질주하게 된다.

사이클에서는 여자 도로의 구성은 선수에게 10강 이내를 기대하고 있다.

구성은은 지난 3월 전남 강진군에서 열린 3·1절 기념 대회(개인 도로 2위, 크리테리움 2위)와 4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대통령기(크리테리움 3위, 도로 독주 4위)에서 거둔 성적을 인정받아 개인 도로 대표로 선발되었다.

한국인이나 아시아인 선수들에게 도로 경기는 너무 잔인한 종목이다. 올림픽 역사상 단 한 번도 아시아권의 남녀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그러나 구성은은 매주 8백km를 달리며 올림픽 1백20km를 어떻게 달릴지 고심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도로 사이클 1백20km 코스는 만리장성을 도는 순환 코스인데, 유독 언덕이 많아 엄청난 지구력이 요구된다.

한국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형택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테니스 경기에 출전한다. 한국 테니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부 김봉수와 여자부 김일순이 각각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복식에서도 2000년 시드니에서 이형택·윤용일 조가 16강에 오른 것이 유일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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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이형택, 4회 연속 올림픽 출전 쾌거

하지만 이형택은 올림픽 마지막 출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이형택은 개인적으로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에 이어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카누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다. 한국 카누의 간판 이순자가 국내 카누 사상 최초로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순자는 지난 5월11일 일본 고마츠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여자 K-1 5백m(1인승)에 출전해 2위(1분59초)를 기록하며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카누는 종목별 예선 1위만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으나 K-1 5백m(1인승)에서는 자동 출전권을 가진 중국 선수가 1위를 차지해 이순자는 2위를 하고도 올림픽에 진출하는행운을 안게 되었다.

최근 12년 동안 국가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이순자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한국 카누를 대표하는 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 조정 대표팀 수석 코치는 중국인 류췬(劉群, 45)이다. 류췬 코치는 지난 2005년 11월 처음 한국에 왔다. 류췬 코치는 한국에 온 지 1년 만인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 조정 남자부 싱글스컬(한 선수가 두 개의 노를 젓는 2천m 경기)에서 신은철이 한국의 24년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베이징 실업 조정팀의 감독을 맡고 있던 류췬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다. 2004~2005년 저장성 첸다오후로 전지훈련을 갔던 한국 대표 팀과 함께 훈련을 하게 되었고, 장현철 감독으로부터 “나와 함께 한국 대표팀을 맡아주지 않겠느냐”라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류췬 코치는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과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잇달아 조정 싱글스컬 금메달을 따낸 중국 국가 대표 출신이다. 류췬 코치가 지도하고 있는 한국 조정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한 번 기적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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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신동 하지민이 지난 2월10일 호주 테리갈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대회 레이저급 3일째 6차 레이스까지 벌점 57로 출전 선수 1백57명 가운데 26위에 올랐다.

상위 그룹인 골드 플릿에 들어간 하지민은 남은 레이스 결과에 관계없이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확정지었다.
호주 대회에는 올림픽 출전권 10장이 걸려 있는데, 이미 티켓을 확보한 30개국을 제외하고 10장이 분배되기 때문에 올림픽 티켓 미획득국 선수 가운데 1위에 오른 하지민이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한국 요트는 베이징올림픽에 남자 470급, 레이저급, RSX급 등 3개 종목에 출전하게 되었다. 올림픽 요트 대표팀 하지민은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7월8일 올림픽이 열리는 칭다오로 떠났다. 요트 종목의 특성상 바닷길과 바람 상태를 미리 점검하기 위해서 한 달가량 앞서 경기장으로 간 것이다.

하지민은 레이저급에서 떠오르는 기대주로 지난 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5위에 올랐고, 올해 2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 쿼터를 획득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요트협회장상 경기 부문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요트 신동의 하지민, 칭다오의 기적 이룰까

하지민은 한국의 요트 레이저급 간판 스타였던 김호곤 선수의 뒤를 잇는 유망주다. 체격 조건(1백87㎝)이 좋은 편이어서 강풍에서 서양 선수들과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베이징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칭다오는 하지민에게 유리한 곳은 아니다. 하지민은 미풍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 중 하나인데, 칭다오가 바람이 별로 없고 조류가 센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곳이고 다른 외국 선수들도 마찬가지 입장이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버티려 한다.

승마의 최준상 선수는 마장마술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1987년 친척의 권유로 말을 타기 시작한 최준상이 마장마술을 시작한 지는 15년이나 된다. 최준상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마장마술에서 금메달을 따 아시아 최정상에 올라 있는 선수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깝다.

국내에서 승마 마장마술의 인구는 40명 남짓이다. 올림픽 티켓 획득은 마장마술의 불모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군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최준상은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간 유럽 곳곳을 돌며 대회에 참가해 랭킹 포인트를 쌓고,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 요건을 채운 끝에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배정된 한 1장의 개인전 올림픽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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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에서 따낸 마장마술 출전권

마장마술은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는 올림픽은 커녕 세계그랑프리대회 출전조차도 쉽지 않은 종목이다. 승마의 중심인 유럽에서 대부분의 대회가 열리는데 질을 높이기 위해 경험 많은 기수들만 초빙하기 때문이다. 무명이고, 실력도 검중되지 않는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대회 신청은 거절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렵게 잡은 각종 대회 출전의 기회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꼭 출전해야 했다.

50명이 출전하는 베이징올림픽 마장마술에서 세계 랭킹 2백위권인 최준상의 세계 랭킹은 출전 선수 가운데 최하위다.

여자 농구 대표팀은 2007년 6월 인천에서 열린 22회 FIBA 아시아 여자 농구선수권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해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픽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이 확정된 중국이 2진급 선수들을 파견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여자 농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등의 화려한 올림픽 전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예선 3경기와 순위 결정전 3경기 등 6경기에서 전패를 하면서 12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는 수모를 당했었다.이런 만큼 베이징올림픽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 조에 속하게 된 호주(세계 2위), 러시아(세계 3위)는 한국 여자 농구로서는 뛰어넘기 어려운 팀이다.
특히 호주에는 지난 겨울 리그에 삼성생명에서 뛴 로렌 잭슨이 버티고 있다. 두 팀 모두 한국 팀과 최소한 10점 이상 차이가 나는 강팀이다.

그리고 나머지 3팀은 라트비아, 벨로루시,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2006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개최국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호주, 러시아와 함께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진다.

그렇다면 리트비아와 벨로루시 두 팀을 모두 잡고 6팀 중 4위 이내에 들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야 하는데, 라투비아와 벨로루시 모두 한국 팀보다 평균 신장이 7~8cm 이상 더 큰 장신 팀이라 만만치 않다.
여자 농구 올림픽 대표팀의 정덕화 감독은 하은주가 변수라고 말하고 있다. 하은주가 한 경기 10분 정도만 뛰어줘도 벨로루시와 라투비아와는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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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농구, 정신력으로 장신의 벽 뚫는다

그밖에 김영옥-이미선-최윤아로 이루어진 가드진은 모두 스피드와 강한 수비력, 센스를 겸비한 선수들이다. 특히 얼마 전 WNBA 진출설이 나돌기도 했던 최윤아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굿럭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김영옥은 작지만 팀 내 최고의 스피드를 지닌 선수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포드진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슈터 변연하와 전천후 공격수 김정은 그리고 박정은, 진미정이 나선다. 포드들은 장신의 수비벽을 상대로도 국내 리그에서 보여주었던 폭발력을 선보여야 한다.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 박정은은 본연의 포워드 포지션뿐만 아니라 리딩, 리바운드에도 참가할 것이며, 진미정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주포의 발을 묶을 예정이다.

정선민-이종애-김계령-신정자로 구성된 센터 진은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한다.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정선민은 센터진의 주축이다. 내·외곽에서 펼치는 다양한 플레이와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이름값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신정자의 성장은 대표팀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대표팀 합류 전 소속팀인 금호생명에서 체력 훈련을 소화한 터라 센터 중에서 가장 몸 상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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