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지 않으면 약만 먹어도 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7.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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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는 환자도 대부분 입원 없이 치료…백내장 완치 안약, 국내에서도 개발 중
▲ 백내장 치료의 최선책은 수술이다. 백내장 수술은 2~3mm 틈새로 백내장에 걸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해야 하는 매우 정밀한 작업이다.

한쪽 눈으로 사물을 볼 때 이중삼중으로 겹쳐 보이는 단안복시(單眼複視) 현상이 발생한다. 두 눈으로 물체를 볼 때 겹쳐 보이면 사시(斜視)일 수도 있지만 한 눈으로 봐도 겹쳐 보이면 백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백내장에 걸리면 수정체가 혼탁해지므로 사물이 뿌옇게 보인다.

백내장은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백내장, 미숙 백내장, 성숙 백내장, 과숙 백내장으로 나눈다. 초기 백내장은 동공 부위가 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미숙 백내장은 수정체 주변에 쐐기 모양의 혼탁이 생기고 점차 중심부로 진행한다. 이때 수분이 없어지면서 수정체 용적이 커지고 시력은 점차 떨어진다. 성숙 백내장은 수정체가 대부분 혼탁해져 동공이 하얗게 보이고 시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과숙 백내장의 경우는 수정체가 분해되기 시작하므로 안압이 상승하거나 홍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하면 수정체낭을 지지하고 있는 가는 줄인 조뉼(zonule)이 끊어져 수정체가 유리체에 빠지기도 한다. 즉시 수술을 받지 않으면 포도막염, 녹내장, 수정체 탈구 등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가장 흔한 노인성 백내장을 예방한다는 것은 곧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으로 노화를 막을 방법이 없듯이 백내장을 예방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백내장이 생기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내장 예방하려면 선글라스ᆞ모자 써라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 약물 치료다. 비수술적 치료는 백내장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한 햇빛 즉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강한 햇빛이 외상성 백내장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나 아미노산도 도움이 된다.

수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것이다. 환자가 수술을 예약하면 가슴 사진 촬영, 혈액 검사, 소변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는 내과에서 혈당치와 혈압을 조절하면서 내과 전문의로부터 수술을 받아도 좋은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수술을 받는다. 대부분 입원을 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입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의사의 판단과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하는데, 당뇨·고혈압·심장병 등의 질환이 있거나 70세 이상 고령인 경우에는 입원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술은 초음파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을 이용해 백내장 수정체를 수정체낭 내부에서 부순 후 흡입해 제거한다.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수술 후 난시가 생기며 보통 1주일에서 두 달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수정체 굴절 정도를 디옵터(diopter)라고 하는데, 안경을 쓰지 않고 사물이 잘 보이면 0디옵터다. 1디옵터는 초점 거리가 1m인 안경의 도수다. 근시가 생기면 수치가 높아져 보통 7~8디옵터 이상을 고도근시(高度近視)라고 한다.

고도 근시는 안구가 정상보다 길고 망막이 약하다. 따라서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망막이 찢어지거나 떨어지는 망막 박리가 일어날 확률이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다. 따라서 고도근시의 환자를 수술할 때는 백내장 전문의는 물론 망막 전문의도 참여한다.

당뇨나 심장질환자도 수술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당뇨가 있으면 수정체가 더욱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아스피린 등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므로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전에 병력과 약 복용 여부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수술 후에 매우 드물게 마취에 따른 혈압 상승, 중풍 증상 등 일시적인 합병증이 미미하게 생길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합병증이 적은 안전한 수술이지만 저항력이 약해져 감염이 되기 쉬운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장기 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쓰는 사람,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사람, 결핵이나 당뇨환자, 알코올 중독자나 고령자는 특히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야 한다.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얼마 후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후낭혼탁’ 때문이다. 인공 수정체를 넣은 수정체낭에 다시 혼탁이 생기는 것인데, 이는 백내장인 수정체 혼탁과 다르다. 후낭혼탁은 60대 이전, 당뇨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레이저 치료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수술을 꼭 권하지는 않는다. 백내장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로도 진행 정도를 늦출 수 있다. 굳이 수술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시력이 저하된 경우에만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 치료는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 경우 진행을 늦추기 위해 사용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로 백내장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앞으로는 수술을 받지 않고 백내장을 완치할 수 있는 안약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수정체의 단백질을 녹여 없앨 수 있는 화학용액(C-KAD)이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예정대로라면 2년 후 시판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삼의 사포닌 성분을 이용한 안약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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