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거나 터지기 전에 손써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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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혈전 녹이는 약물 주입해 치료…뇌출혈, 파열 이전에 혈관 손상 정도 파악해야

어떤 이유로든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뇌세포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질환이 뇌졸중이다. 혈액이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는 괴사한다. 한 번 괴사한 뇌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뇌세포가 죽으면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생명을 유지하더라도 반신 마비,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정상으로 회복되어도 여러 차례 뇌졸중이 생겨 뇌 손상이 많아지면 혈관성 치매를 앓게 된다. 따라서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큰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혔는지 파열되었는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손상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도 종종 이용된다. 뇌혈관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데는 뇌혈관조영술도 유용하다.

뇌혈관에 어떤 이상 현상이 생기느냐에 따라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히면 뇌경색이 일어난다. 뇌혈관이고혈압 등으로 파열되는 것은 뇌출혈이다. 뇌경색에 걸리면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완전 마비를 일으키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잃는다. 따라서 발병초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은 혈액 순환 장애 정도에 따라서 증상이 시작된 후 수 분이나 수 시간 내에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이내 50% 정도는 재발해서 완전마비를 초래한다.

뇌경색은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주입해서 치료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혈관조영술을 통해 뇌혈관 협착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경동맥 혈전을 제거하는 내경동맥 내피제거술, 뇌혈관 확장술, 두개강뇌외 혈관문합술 등 다양한 수술법이 사용된다.

고혈압ᆞ뇌혈관 기형 등 뇌출혈 원인 다양 …

젊은 사람도 조심해야 뇌졸중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뇌경색이 주로 노인에게 발병한다면 뇌출혈은 젊은 사람에게도 자주 생긴다. 뇌출혈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고혈압성 뇌출혈이다. 고혈압으로 오랜 기간 뇌혈관이 손상되어 혈관이 약해진다. 어느 순간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을 일으킨다. 약 40%의 사망률을 보이며 회복되더라도 반신마비나 언어 장애와 같은 심각한후유증이 발생한다.

출혈량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출혈량이 적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로 뇌압을 낮추고 뇌출혈을 녹이는 치료를 한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는 출혈 부위의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은 후 가는 호스를 삽입하고 호스를 통해서 뇌출혈을 뽑아내거나 혈액이 고여 있는 혈종을 제거한다.

뇌동맥류에 의해 혈관이 파열하는 뇌출혈도있다. 뇌동맥류란 뇌혈관의 벽이 얇아져 꽈리처럼 부풀어지는 질환이다. 결국 압력을 이기지못하고 파열되게 되어 뇌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은 무엇보다 파열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양미선씨가 뇌수술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거의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뇌동맥류에 대한뇌출혈에다 모야모야병이 겹쳐 의사들조차 포기했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인 양미선씨(39ㆍ여ㆍ경기도 의왕시)는 어머니 배구회 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다. 1년 전 어느 날 배구 경기를 하던 중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고 한다. 양씨는 “잠시 앉아 있으니까 통증이 사라졌다. 그후 계속 머리가 묵직하게 아팠다. 빈혈이 있어 그런가 보다 했다”라며 자신의 뇌졸중 초기 증세를 설명했다.

양씨는 올해 1월 집에서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남편의 119 신고로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종합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녀는 “병원에서 뇌출혈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한림대병원으로 가서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의식이 깨어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있다가 20일 만에 겨우 눈을 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단 과정에서 양씨는 모야모야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모야모야병은 소아와 젊은 여성에게 주로 걸리는 병으로, 뇌에 피가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다. 이 혈관을 촬영해보면 내부가 마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듯하다. 결국 혈액이 줄어들고 혈관이 막혀 뇌에 괴사가 일어난다. 양씨는 “담당 의사가 퇴원하라고 했다.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오른쪽 팔이 점점 마비되기 시작했다. 식사도 못할 정도여서 포도당 주사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해야 했다. 그 병원의 모든 의사가 모여 회의를 한 끝에 분당서울대병원 등 세 개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내 경우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이 세 곳뿐이었다. 물론 수술한다고 산다는 보장은 없었지만…”이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당시를 회상했다.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3일 동안 정밀 진단을 받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양씨는 “진단을 마친 오창완 교수는 모아모아병은 뇌출혈보다 더 치료하기 어렵다면서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방법은 수술밖에 없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그녀는 무려 12시간 동안 두개골을 절개하고 좌측 뇌에 혈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두 달 후 그녀의 뇌혈관에는 과거처럼 혈액이 흐르고 있다. 마비 증세를 보이던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약간 어눌했던 말도 또렷하게 할 수 있게되었다. 겉으로 봐서는 정상인과 전혀 다름없다. 양씨는 “머리가 아프지도 않다. 지금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지만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다른 환자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뇌출혈 수술받고 ‘사형선고’ 뇌혈관 접합 수술받고 회복

치료는, 얇아진 혈관 때문에 풍선처럼 부풀어진 뇌동맥류를 수술로 묶어 혈관 내의 압력을 떨어뜨려 출혈을 방지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수술은 특수 클립(clip)으로 뇌동맥류를 묶는 결찰술이다. 최근에는 동맥류 내에 특수 코일(coil)을 채워넣는 혈관 내 치료로 코일색전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뇌혈관 기형에 의한 뇌출혈도 있다. 뇌혈관의 선천적 기형으로 생기는 병으로 뇌동정맥기형이라는 질환이다. 뇌동맥과 뇌정맥 사이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모세혈관이 없이 동맥이 직접 정맥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런 비정상적 혈관에서 뇌출혈이 발생한다. 그 외에 모야모야병, 혈 전용해제 투여, 뇌종양 등에 의해서도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주로 10세 이하 어린이와 젊은 여성에게 발병해 ‘소아 뇌졸중’으로 불리는 모야모야병은,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점차 좁아지면서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뇌에 공급되는 피가 부족해 뇌경색을 초래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혈관의 파열로 인해 뇌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아에게는 뇌경색, 성인에게는 뇌출혈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가 심하게 울며보채거나 두통이나 신체 마비를 반복적으로 호소하면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모야모야병은 보통 두피혈관을 뇌혈관과 이어주는 두개강내외 혈관문합술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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