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움직일 수 있으면 오십견 아닙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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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수술 없이 일반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
ⓒ시사저널 박은숙

근육이 굳어져 어깨를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이 오십견이다. 주로 50대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해서 오십견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본래 명칭은 동결견(frozen shoulder)이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마치 얼음처럼 굳어진 어깨를 의미한다.

오십견 하면 어깨 통증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통증이 아무리 심해도 어깨를 움직일 수 있다면 오십견은 아니다. 단순한 어깨 결림이나 목 디스크에 의한 통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십견 증상이 있다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팔만 움직여도 웬만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깨를 오랫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어깨 근육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 어깨가 굳어지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방치할 경우 세수조차 하기 힘들다. 이강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연간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2천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 환자를 수술 없이 치료하는 최고의 오십견 전문의로 꼽힌다. 이교수를 만나 바람직한 오십견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십견은 수술로 간단하게 치료할 것 같다.
어깨 인대가 찢어지거나 끊어져 오십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찢어진 인대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붙는다. 수술이 필요할 때는 인대가 끊어졌을 경우다. 그럼에도 수술은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운동 선수에게는 수술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급적 수술을 피할 것을 권하고 싶다. 어깨 수술은 잘못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수술 후 한동안 어깨를 사용하지 못하는데, 이때 어깨 근육이 더욱 굳어져서 수술 전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어깨에는 4개의 인대가 있는데 3개가 끊어져도 생활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내가 치료한 환자 중 수술이 필요했던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일반 치료법으로 완치되었다.

최선의 오십견 치료법은 무엇인가?
정형외과 의사들은 오십견 환자에게 수술을 권한다. 특히 인대가 끊어지면 더욱 그렇다. 수술이 나쁜 치료법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치료법을 사용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을 때 수술받아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오십견 환자의 90%는 3~6개월 동안 일반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으로 도수치료(manual therapy)를 들 수 있다. 손으로 마사지하듯이 굳어진 인대를 서서히 펴주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핫팩, 전기 자극, 초음파 등으로 열 치료를 하면서 인대를 이완시킨다. 어깨를 회전시키는 회전근이 파열되면 대부분 염증을 동반한다. 염증으로 통증이 생기는데 이때는 주사가 효과적이다. 초음파로 정확한 부위를 찾아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면 금세 통증이 사라진다.

최근에는 아킬레스건이나 팔꿈치 통증에 사용하는 충격파요법(shock wave treatment)도 오십견 치료에 사용한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고질병이라면 관절낭 팽창술을 한다. 관절낭이 유착된 경우 생리식염수를 주입해서 관절낭을 확장시킨 후 터뜨려 치료하는 방법이다. 병원에서 이런 치료를 받고 집에서 환자가 자가 운동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의 오십견은 완치된다.

오십견이 의심되면 어떤 의사를 찾아야 하는가?
재활의학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면 정형외과로 환자를 보내 수술을 받도록 할 것이다. 재활의학과가 1차 치료를, 정형외과가 2차 치료를 담당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오십견에 침이나 경락은 효과가 없는가?
어깨 통증에 경락 마사지, 침, 뜸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어깨가 결리거나 뭉친 경우라면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침은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경락과 뜸은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특히 침은 외국에서도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증요법은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십견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한다. 특히 인대가 끊어졌거나 칼슘이 인대에 침착되어 어깨가 굳어진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없다. 대증요법을 한 달 정도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병원을 찾아 어깨 통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오십견과 어깨 결림은 같은 것인가?
어깨가 결리면 오십견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깨가 깨질 듯이 아프고 결리지만 오십견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증과 관계없이 어깨를 움직일 수 있으면 오십견이 아니다.

어깨의 움직임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오십견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네 가지 동작이 있다. 우선 차렷 자세에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해서 올려보는 것이다. 또 차렷 자세에서 팔을 옆으로 올려 귀에 닿게 해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행기 날개처럼 팔을 양옆으로 든 상태에서 팔꿈치만 90°로 굽혀서 위아래로 팔을 돌려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뒷짐을 진 채로 양손을 천천히 올려보면 된다. 이 네 가지 동작이 되지 않으면 오십견이다.

네 가지 동작이 되지만 정상인처럼 자연스럽지 않다면?
오십견은 진행 정도에 따라 1~3기로 나눌 수 있다. 어깨는 움직일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가 1기다. 2기는 통증이 사라지면서 어깨가 굳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3기가 되면 굳어진 것이 만성이 되어 어깨를 거의 움직일 수 없다.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진행 정도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2기가 되면 통증이 사라지니까 치료를 받지 않다가 어깨가 완전히 굳어진 후에나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어깨나 팔 동작은 자연스럽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는?
통증이 있다고 모두 오십견은 아니다. 사실 목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오십견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근육이 뭉쳐서 통증을 유발하는 근막통증후군일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날갯죽지라고 알고 있는 견갑골에서 통증이 생긴다.

오십견이 의심되면 어떤 진단을 받아야 하나?
앞에서 설명한 네 가지 동작으로 오십견을 판단하고 초음파로 재확인한다. 단 숙달된 전문가와 고급형 초음파 장비가 있는 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오십견을 확인하지 못할 수 있고, 저급형 초음파 장비로는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는 오십견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을 고려할 때라면 MRI로 수술 부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오십견의 원인은 무엇인가?
오십견의 가장 흔한 원인은 회전근의 일부 또는 전체가 파열되거나 늘어난 경우다. 등이 가려워 손으로 긁으려다가 ‘억’ 소리를 내며 어깨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하면 회전근이 손상된다. 또 다른 이유는 점액이 차 있는 물주머니, 즉 활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칼슘이 인대에 붙는 석회화 침착도 어깨를 굳게 하는 원인이다.

당뇨가 오십견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당뇨가 어깨 인대, 활액낭, 근육을 위축시킨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당뇨는 오십견의 2차적 원인이다. 당뇨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데 이때 근육이 위축된다. 또 당뇨로 콩팥이 나빠지고 눈의 망막이나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등 합병증이 운동신경 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간접적인 원인이 오십견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지만 갑상선 질환자에게 오십견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 때문에 어깨를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어깨를 움직여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설거지 등을 할 때 팔 동작만으로 가능하다. 어깨를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을수록 어깨는 더욱 굳어진다. 불편을 느낀 후에나 병원을 찾는다. 이때 주사 한 대만 맞으면 금세 어깨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어깨는 더욱 굳어진다. 오십견은 병원과 집에서 꾸준히 치료해야 완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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