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위 제물로 삼은 건 ‘한국 스포츠’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8.19 15: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 사상 처음 종합 1위를 노리는 중국은 라이벌 미국을 제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을 집중 견제했다. 중국 심판들은 편파 판정에 열을 올렸고, 중국 관중들은 ‘인해전술’을 쓰듯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했다.

▲ 수영 400m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다.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는 이 종목이 끝나기까지 모두 세 번의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8월13일 베이징 공과대학 체육관, 여자 배드민턴 복식 세계 랭킹 4위인 한국의 이효정·이경원 조와 세계 랭킹 8위인 일본의 마에다·스에츠나 조의 여자 배드민턴 준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와 영국 코리아오픈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희한한 장면이 벌어졌다.

중국인 여자 부심이 이경원 조에게 1세트에만 무려 4개, 2세트에서도 1개 등 모두 5개의 서비스 폴트를 선언한 것이다. 서비스 폴트를 선언당하면 1점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주눅이 들어서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다. 배드민턴에서 서비스 폴트는 한 대회에 한 개 나올까 말까 한 반칙이다. 서비스를 할 때 셔틀콕을 허리 위에서 친다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일본 선수들은 더 높은 곳에서 서비스를 해도 한 개의 폴트도 받지 않았다. 중국인 여자 부심이 이같이 편파 판정을 한 이유는 일본 조를 결승전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일본 조는 8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양웨이·장지웬 조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 올랐지만, 결승전 상대로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만만했기 때문이다. 다른 조에는 중국의 웨이이리·장야웬 조와 두징·유양 조가 이미 준결승전에 올라, 누가 이기든 이효정·이경원 조와 금메달을 다투게 되어 있었다. 중국은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배드민턴에서 한국을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종합 1위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라이벌 미국을 제치고 많은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 금메달을 노리는 배드민턴·탁구·수영·유도 등에서 한국과의 접전이 불가피해 처음부터 우리를 견제했었다.

중국 최대 일간지 <인민일보> 8월11일자 1면에는 ‘중국 남자수영의 역사를 바꾼 장린’이라는 제목으로 남자 수영 400m 자유형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장린에 관한 기사와 경기 장면 사진이 크게 실렸다. 그러나 같은 종목에서 정작 아시아 선수로 72년 만에 금메달을 딴 박태환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태환이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첫 질문은 중국의 장린에게 돌아갔다. 국제 대회의 관행대로라면 금메달을 딴 박태환이 첫 질문을 받았어야 했다. 두 번째 질문도 중국 기자가 했다. 그 기자는 엉뚱하게 박태환에게 이제 ‘한국의 류시앙’(2004 아테네올림픽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이라고 불러도 되겠느냐’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태환은 8월3일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이튿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도핑 검사 팀에게 불시에 테스트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400m 예선을 훌륭한 성적으로 통과하자마자 다시 도핑 검사실로 끌려가 약물 복용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중국 관중들의 방해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면서 다른 선수들은 두 번 받기도 힘든 도핑 테스트를 박태환은 세 번이나 받은 것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도핑 테스트는 선수에게 큰 불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1차 소변검사는 기본이고, 2차로는 혈액 체취를 해 좀더 정밀하게 금지 약물의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데 이 검사가 1시간 정도 걸린다. 이에 세계 수영계에서는 예선 때 이미 도핑 테스트를 끝냈던 박태환에게 또다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진짜 이유는 박태환과 함께 400m 자유형 우승 후보에 올라왔던 중국의 장린에게 금메달을 따게 하기 위한 공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호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내지 못했던 장린이 느닷없이 메달권에 들어온 사실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장린은 호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는 8강에도 들지 못해 예선 탈락을 했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박태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1년 사이에 기록이 3초 이상 좋아져 의심을 받을 만했는데, 도핑 테스트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선수ᆞ관중ᆞ심판 일심동체 되어 비열하게 경기 진행 방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증오(?)는 양궁에서 극에 달했다.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한국과 중국이 만났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1점 차로 꺾고 올림픽 5연패에 성공했었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4년간 별러온 일전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엔드부터 2엔드까지 각각 2점, 3점씩 리드하며 한국의 우세가 점쳐지자 자국을 응원하기 위해 관람석을 메운 중국 응원단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중국 선수도 본인이 활을 쏘고 난 뒤 큰소리로 과녁을 향해 ‘텐(Ten)’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비스포츠맨적인 행동을 했다. 베이징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그린 양궁장을 꽉 메운 중국 관중들도 자국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는 조용히 있다가 한국 선수들이 시위를 당기는 순간에 고함을 치거나 호루라기를 부는 등 일부러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비열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점수는 점차 더 커졌고, 4엔드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박성현이 2점 이상만 쏘면 이기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당락이 결정된 상태에서 마지막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에 중국 응원단에서 난데없는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박성현은 쏟아지는 소음과 중국의 노골적인 방해에도 마지막 화살은 훌륭하게 10점의 골드 과녁에 맞추고 거의 10점에 가까운 차이(한국 224 대 중국 215)로 한국 팀이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여자 개인전에서는 이같은 중국 관중들의 방해 공작이 먹혀들었다. 여자 개인전 8강전에서 장 주안주안과 맞붙은 주현정이 활을 쏘는 순간에 중국 관중들은 호루라기를 불고 헛기침을 하며 방해했다. 갑작스런 폭우에다 중국 관중들의 야유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주현정은 6점을 쏘며 무너졌다. 준결승전에서 장 주안주안을 만난 윤옥희 역시 중국 응원단의 상식 밖 행동에 방해받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에이스 박성현과 장 주안주안의 결승전에서도 중국 관중들의 비신사적인 관람 매너는 계속되었다. 중국 응원단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박성현은 꿋꿋이 좋은 점수를 얻어냈으나 평소 그답지 않게 연속 8점을 쏘며 결국, 110 대 109 단 1점 차로 통한의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수영·양궁·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유도·태권도·탁구 등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어야 하는 종목에는 예외 없이 중국의 방해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