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묘향산까지 간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9.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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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나서는 수경 스님
▲ 2003년 삼보일배를 했던(위) 수경스님(오른쪽)이 이번에는 ‘오체투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저는 오늘 이 모임 이후, 더 이상 불자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하여 오체투지의 길을 나설 것입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지리산에서 계룡산을 거쳐 묘향산까지, 수행자로서 제 삶을 반조하고 이 땅 모든 생명의 평화를 기원하는 참회의 기도를 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갑니다.” 서울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이 ‘헌법 파괴 종교 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서 ‘오체투지 고행’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03년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라는 새로운 운동적인 표현 방법을 도입해 환경·생명 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오체투지’는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게 절을 하는 것이다.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교만을 경계하며 어리석음을 뉘우친다는 의미에서 하는 큰 절이다. 티베트 등에서는 엎드려 온몸을 완전히 땅에 붙이며 절을 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수경 스님이 고행을 시작하는 지리산에는 하악단이, 계룡산에는 중악단이, 묘향산에는 상악단이 있었다. 이들은 조선 시대 때 국가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곳인데 지금은 중악단만 남아 있다. 불교계에서는 오체투지 코스가 삼보일배를 할 때보다 두 배 가까이 길고 육체적으로도 더 힘든 데다가 날씨도 추워지고 있기 때문에 ‘수경 스님이 목숨을 걸고 수행에 나섰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경 스님은 사실 지난 8월 초부터 오체투지에 나설 계획이었다. 당시 그는 기자와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어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산다.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촛불 집회 주동자들에 대한 검거와 수배 등을 필두로 이른바 ‘신 공안 정국’이 조성되면서 계획이 한 달가량 연기된 셈이다. 수경 스님이 오체투지를 하는 시기는 불교계와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면 불교계가 다시 거리로 나서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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