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볼이래도 포기는 없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9.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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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임영철 감독 / “프로화는 꿈같은 얘기”

ⓒ시사저널 박경호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딴 선수들 못지않게 감독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금메달을 딴 야구의 김경문감독과 박태환을 키운 수영의 노민상 감독, 그리고 탁구의 유남규·현정화 감독, 암과 투병하면서도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양궁의 문영철 감독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비록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지만 ‘우생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격을 재현한 여자 핸드볼의 임영철 감독은 단연 돋보인다.

‘훈훈(薰薰)한 감독’, 임감독에 붙여진 또 다른 이름이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훈장(薰將)으로 거듭났다. 지도자들은 대체로 용기 있는 용장, 덕이 많은 덕장, 용맹스러운 맹장 그리고 운이 좋으면 운장(運將) 등으로 나뉘어 불린다. 그간 임감독은 많은 훈련을 시키는 지독한 감독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올림픽 핸드볼 마지막 경기에서 종료 1분을 앞두고 작전 타임을 부르고 올림픽만 세 번을 뛴 은퇴 직전의 선수 모두를 코트에 세웠다. 선수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인 그 순간을 그들 각자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감쌌다. 훈련장에서는 독사처럼 무서웠던 감독이지만, 10년을 같이 뒹굴며 고락을 함께 했던 선수들에게 자신이 베풀 수 있는 최상의 예우를 했다. ‘훈장’ 임영철 감독은 9월4일부터 시작되는 실업핸드볼대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훈장’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아는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핸드볼 팬들이 농담 삼아 부르는 것을 들으면 싫지는 않다.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 경기 종료를 불과 51초 남겨 놓고 모든 선수들을 30대 중반의 선수들로 바꿔 훈훈한 감동을 주었는데, 언제 그런 생각을 했나?
알다시피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에는 열두 살짜리 초등학생의 엄마도 있고, 그밖에 다른 종목 같으면 코치나 감독 급에 속하는 30대 중반의 선수들도 있다. 이들에게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마지막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의 시간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선수들에게 맡기려고 했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은퇴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만약 헝가리에 밀리고 있어도 그렇게 했을까?
만약 1~2점 차의 박빙의 승부라면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은퇴보다는 메달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 그러나 5~6골 차로 밀리고 있어 승패에 상관이 없다면 역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무튼 승부 다음에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 핸드볼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엄청난 체력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생의 엄마도 있고, 30대 중반의 아줌마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혹사(?)라고 할 정도의 훈련을 어떻게 할 수 있었나?
만약 목표가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달콤한 열매(메달 또는 연금)가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핸드볼이 ‘한데볼’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에는 인기가 없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모으기 위해 유럽 국가들처럼 프로화를 하면 어떨까?
고작 전국체전에 대비할 정도로 시청 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로는 프로화가 요원하다. 꿈같은 얘기다.

다시 베이징올림픽으로 돌아가보자.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에서 막판에 억울하게(?) 골을 먹고 한 점 차로 패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골을 인정할 수가 없다. 하나는 경기 종료 이후에 공이 골라인을 넘어섰고, 또 하나는 28 대 28 동점 상황에서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노르웨이의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노르웨이 선수들이 중앙선을 넘어 공격하고 있었다.

6초가 남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너무 방심한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핸드볼에서 골을 허용한 팀이 6초 만에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골을 허용한 골키퍼가 골을 자기 팀 선수에게 전달하고, 중앙선을 넘지 않은 선수가 심판의 경기 속행 휘슬을 들은 후에 공격을 해서 상대 골문에 골을 넣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은 우리 골대, 골라인 위에 놓여 있었다. 심판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애매한 순간에 골로 선언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심판으로서는 판단하기 애매한데 노르웨이 편을 들어준 것으로 봐야 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심하지 않았지만, 한국 팀이 심판의 판정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았는데.
물론 유럽 심판들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결정적일 때는 유럽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럽 심판들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아시아권의 일부 심판들이다. 특히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국가 심판들의 경우 편파 판정이 도를 지나친다. 아예 작정을 하고 회장국인 쿠웨이트나 중동 지역 편을 든다.

앞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는가?
우선 핸드볼은 커플 심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 경기에 한 나라 심판 2명이 보는 것이다. 핸드볼만의 전통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것만이라도 고치면 개선의 여지는 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세계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중동 출신 심판들이 편파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져서 앞으로는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팀은 노르웨이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3분 만에 25 대 28에서 3골을 따라붙었고, 헝가리전에서는 후반 6분을 남겨 놓고 27 대 27 동점 상황에서 내리 5골을 터뜨리는 등 경기 종료 직전에 매우 강했다.
체력에서 상대 팀에게 앞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팀의 체력이 강하다는 것은 세계 핸드볼계에서 잘 알려진 것 아닌가?
그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엄청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아무리 상대가 알고 있어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과 8강전에서 31 대 23으로 이겼는데.
핸드볼이 강해지려면 오랜 세월 동안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감독을 초청해서 2년 가까이 맹훈련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핸드볼이 강해지려면 역사와 전통이 있어야 한다. 단시간에는 안 된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 오려면 최소한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0년 후라면 한국 핸드볼 수준이 더 멀리 달아나 있지 않을까.

중국이 우리에게 뒤지는 것은 무엇인가?
기술, 체력, 경기 운영 능력 모두 뒤진다. 기술만 해도 우리 선수들, 특히 아시아권 선수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피봇이나 페인팅 같은 기술이 있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 운영 능력이나 감독의 순간적인 작전도 마찬가지다.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우리나라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던 덴마크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도 하지 못했다.
덴마크는 아테네올림픽 이후 세대 교체에 실패했다. 당분간 세계 여자핸드볼은 한국과 이번에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차지한 노르웨이, 전통적인 강국 러시아 등이 정상을 다툴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세대 교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열두 살 아이 엄마 오성옥, 핸드볼 부부 골키퍼 오영란, 7m 드로우를 전담했었던 홍정호, 대회 직전 코뼈가부러지고도 올림픽 이후로 수술을 미뤘던 허순영, 잦은 부상을 극복하고 끝까지 뛰어준 박정희 등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이제는 스무살 김온아 같은 선수가 해주어야 한다.

김온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많이 성장했다.
그렇다. 김온아는 순발력이 좋고 빨라 많은 골을 터뜨리는 선수다. 앞으로 한국 여자 핸드볼을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 김온아는 앞으로 체중을 더 늘리고 파워를 길러야 실질적인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9월4일부터 국내 대회가 시작된다.
9월4일부터 6일간 전남 목포대 체육관에서 다이소배 전국실업핸드볼 대회가 벌어진다. 관중이 얼마나 들어올지 기대가 된다.

우승할 자신이 있는가?
우리 벽산건설팀으로서는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영란 골키퍼와 문필희, 박정희, 김남선, 김온아가 얼마나 피로를 회복했는가가 문제다. 대구시청 등 7팀이 출전하는데, 우리 팀이 최소한 결승전에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핸드볼의 강점은?
베이징올림픽 때 핸드볼 경기를 보셔서 알겠지만 핸드볼은 축구의 골인, 농구의 스카이 슛과 패스, 배구의 스파이크, 야구의 송구 등 다른 구기 종목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모두 갖고 있다. 1분 사이에 3~4골도 넣을 수 있고, 수비를 잘하면 10분 사이에 한 골도 안 먹을 수 있다.

변화가 무궁무진하다.
핸드볼은 룰도 간단하다. 공격에서는 오버스탭, 2분간 퇴장, 또는 완전 퇴장, 수시 선수 교체, 7m 드로우 그리고 수비에서는 맨투맨, 6 대 0,5 대 1 수비 등 몇 가지만 숙지하고 보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핸드볼 감독으로 좌우명이 있다면.
주어진 시간, 여건 등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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