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위한 ‘노인을 위한 나라’
  • 전남식 편집국장 (niceshot@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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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추석 명절 시간이 나는 분들에게 DVD 영화 한 편을 권할까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수백만 달러의 돈뭉치를 훔쳐 달아나는 절도범과 그를 좇는 희대의 살인마, 그리고 이들을 잡아야 하는 보안관이 뒤엉켜 엮어내는 스릴러물이다. 얼핏 보면 총과 갖가지 흉기로 살인극을 벌이며 말초신경을 잔뜩 흔들어놓는 3류 할리우드 영화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물론 등장인물들이 예외 없이 허망하게 숨지는 장면들은 다른 영화와 달리 진한 잔상을 남긴다. 영화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인간은 누구나 신나게 살다 죽으며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돈다. 노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는 없다. 여생을 기다리는 노인에게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정말 참담한 감정에 싸이게 될 것이다. 젊음을 다 바쳐 자식을 키우고 사회를 위해 일했는데, 나라가 그 공로를 모른 척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평생 먹을 것이나 챙기고 번식만 하다가 사라지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이 나을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러나 나라가 보살피지 못해 불행한 최후를 맞는 노년의 인생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연간 자살률의 통계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자살하는 사람들 10명 중 4명이 노인이다.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사연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극단의 길을 택하며 품었을 회한은 이루 짐작할 만하다.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자식 뒷바라지에 ‘올인’하다 보니 막판에 자신은 앞가림조차 어려울 만큼 구차해진다. “이렇게 사느니 죽자”라는 절박한 심경 속에 나날을 보내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삶의 질을 따지는 요즘 세상에 많은 사람의 일생이 이렇게 끝난다면 그야말로 비극이다. 우리도 인생 100년의 시대를 맞는다. 저출산 여파로 노령 인구가 계속 불어나고 2020년이면 노동 인구가 1백50만명이나 부족한 지경에 이른다. 노년층을 부양해야 할 젊은 층이 줄어 세대 간 인구 구성의 불균형에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대재앙을 맞게 된다. 노인문제는 단순히 노인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노인은, 장년은 물론 청년의 미래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는 말을 남의 일인 양 무심하게 넘길 수는 없다.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노후 인생을 의식하고 살아야 한다. 국가 또한 사회안전망을 탄탄히 다져 별 준비를 못하고 노후를 맞는 보통 사람들의 여생을 돕는 것을 의무로 여겨야 한다.

<시사저널>은 이번 추석 합병호의 커버스토리로 우리들의 미래, 그리고 노후를 풍요롭고 안정되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고 부부만의 인생을 꾸리면서 어떻게 하면 품위와 격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비단 노년을 앞둔 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화두다. 추석 한가위에 한자리에 모인 온가족에게 좋은 화제가 되리라 본다. 이밖에 추석 민심을 살펴보는 여론조사와 함께 풍성한 기획물을 준비했다. 독자 여러분이 <시사저널>과 함께 추석 연휴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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