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대기오염 “독해!”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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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를 마시려면 대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달리 말하면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한 오염된 공기를 마셔야 한다. 오염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준이어서 이제 공기의 상태는 늘 감시 대상이다. 전국 대도시의 대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탁한 공기를 숨 쉬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사저널>이 환경부, 환경단체 등의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천시에 살면서 1호선과 3호선을 번갈아 타고 3호선 연신내역을 통해 부근의 예식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가장 안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생활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을 뜯어내는 공사 현장이 주변에 있다면 오염된 공기에 대한 노출 빈도는 더 높아진다. 전국 주요 대도시 가운데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중금속 등의 오염도를 종합하면 인천의 대기가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했다. 지하철과 지하 역사의 공기질도 버스, 철도 등에 비해 오염도가 훨씬 높았다. 1호선과 3호선은 가장 낮은 4호선에 비해 미세먼지 노출량이 월등했고,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들어 있지 않은 예식장, 학원 등의 발암물질 농도도 심각했다.

대기오염은 이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당장 개인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미세먼지(PM10), 아황산가스(SO2), 이산화질소(NO2), 오존(O3), 일산화탄소(CO),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인체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대기오염은 그저 호흡기와 심장에 무리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로까지 심각해졌다. 세계적으로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주요 원인이 흡연과 대기오염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시아 도시 지역에서 해마다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백5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우리에게 비교적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알려진 캐나다에서도 올 한 해 2만1천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오염 문제는 이제 개인이나 정부 모두에게 주요 관심사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대기 질 개선 대책 수립에 활용할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대기오염 자동 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전국 89개 시·군에 10개 종류 총 4백13개의 측정망이 가동되고 있어 대기 중에 있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대기오염 측정 결과를 인터넷 사이트(http://www.airkorea.or.kr)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일반인도 사이트를 통해 각 유해 물질의 대기 중 농도는 물론 대기 오염도를 보다 알기 쉽게 표시하는 통합대기환경지수(CAI)를 통해 살고 있는 지역의 대기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다.

대도시 대부분 환경부의 미세먼지 권고 기준 넘어

한편, 환경부가 2008년 2월 발표한 2007년도 <환경 백서>의 조사 자료와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 시스템을 통해 9월6일 전후 30일간의 오염도 평균을 기준으로 대기오염 정도를 도시별·지역별로 나누어 비교해보았다.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는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 등이 있지만 인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환경부의 대기 환경 기준을 넘나드는 것은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이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먼지 알갱이를 말하는 것으로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질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했던 도시는 인천이다. 인천은 연평균 68㎍/㎥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나타냈다. 그 다음으로 서울(60㎍/㎥), 부산(59㎍/㎥), 광주(55㎍/㎥)가 뒤를 이었다. 대전은 4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전 연도들의 기록을 보더라도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 도시들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가 권고하는 미세먼지의 연간 평균치 기준은 50㎍/㎥, 24시간 평균은 100㎍/㎥이다. WHO의 연평균 권고 기준인 20㎍/㎥와 유럽연합의 40㎍/㎥보다 높은 수치이다. 24시간 평균 기준 역시 50㎍/㎥인 WHO와 유럽연합의 권고 기준보다 2배 높게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100㎍/㎥이고, 미국은 1백50㎍/㎥로 우리보다 느슨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미세먼지 기준이 엄격한 편이 아님에도 대도시 가운데 대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환경부의 미세먼지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이 기울어져야 함을 일깨워준다. 게다가 많은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의 김창수 교수는 “미세먼지의 경우 상당히 낮은 정도에서도 위험도는 같기 때문에 현재 있는 기준을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와 함께 오염도가 가장 높은 물질로 손꼽힌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며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반응해 또 다른 오염물질인 오존을 생성하는 전구 물질의 역할을 한다. 만성기관지염과 폐렴을 유발하며 심하면 폐출혈, 폐수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산화질소 오염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연평균 0.036ppm을 나타낸 서울이다. 서울은 연평균 0.030ppm인 환경부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유일한 도시로 나타났다. 인천(0.029ppm), 광주(0.024ppm), 부산과 대구(0.023ppm)가 그 뒤를 따랐다. 대전이 0.020ppm으로 미세먼지에 이어 이산화질소의 오염도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WHO와 유럽연합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권고 기준은 0.021ppm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대전을 제외한 모든 주요 도시가 기준을 넘어서는 결과를 보인다. 미세먼지에 이어 이산화질소의 오염도 역시 선진국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아황산가스, 오존, 일산화탄소 등의 오염 물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별로 순서를 따지면 아황산가스의 경우 인천과 울산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오존은 부산이 가장 높았다. 일산화탄소는 광주와 대전이 높았고, 산성비의 산도는 부산이 높았다. 납과 카드뮴 등의 중금속 수치는 인천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인천의 오염도가 가장 심했고, 대전은 일산화탄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오염물질에서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차 없는 날’ 미세먼지 9% 감소

▲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대기질 측정 차량이 종로 거리의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 시스템에서 9월6일 기준으로 지난 30일간의 평균 오염도를 살펴보니 오염도가 가장 심한 인천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높은 곳은 동구이다. 다음으로 연수구와 남동구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았다. 이산화질소는 부평구와 연수구가 높게 나왔다.

서울에서는 노원구, 동작구, 마포구가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와 광진구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산화질소는 관악구, 금천구, 서초구, 영등포구가 가장 오염도가 심하고 강동구, 노원구, 은평구는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낮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차 없는 날인 지난 9월22일 대기 중 미세먼지 오염도가 9% 감소했다고 한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이용하는 시설의 공기에 대한 관심만이 결국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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