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휩쓸었는데 '내분'을 격파 못해?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9.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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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 내년 총재 선거 앞두고 잡음 '솔솔' 조정원 총재와 거리 둔 박수남 부총재 출마 밝혀

▲ 9월 4일 '태권도의 날' 기념식에서 조정원 세계태권도 연맹 총재가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권도는 손태진 등 4명의 출전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획득해 ‘퍼펙트 골드’를 달성했다. 목표를 100% 이루었으니 더 이상 흠을 잡을 수 없는 기록이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는데, 당시는 4체급에 출전해서 3개의 금메달을 땄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역시 4체급에 출전했지만 남자 플러스 80kg급의 문대성 등 2개밖에 따지 못했다.

만약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성적이 부진했더라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세계태권도연맹(이하 WTF)의 난맥상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뻔했다. 태권도는 지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25개 종목 가운데, 천영석 회장이 대회 직전에 물러난 탁구, 대표팀 감독의 공금 횡령 사건이 터진 배드민턴과 함께 ‘3대 비리 종목’으로 눈총을 사고 있었다.

탁구는 동메달 2개로 그럭저럭 성적을 올렸고, 배드민턴은 혼합 복식의 금메달로 체면치레를 한 반면, 태권도는 출전 선수 4명이 모두금메달을 따는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태권도계 내분이 수면 밑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복잡한 내부 사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노조 설립과 ‘돈 봉투 비리 사건’ 여파 커

베이징올림픽이 열릴 무렵, WTF는 내분에다 지난 1월 터진 ‘돈 봉투 사건’까지 겹쳐 녹다운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지난 1월10일 WTF본부에서는 양진석 사무총장이 한 IOC 위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당시의 의혹은 독일의 스포츠 전문 뉴스레터 <스포르트 인테른>이 2007년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0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양사무총장이 낫 인드라파나 태국 IOC위원(WTF 부총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되었다. 양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
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는 “낫 인드라파나 부총재가 맨체스터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려 도움을 주고자 잡비 명목에 해당하는 약간의 돈을 건네려한 적은 있다”라고 말해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스포르트 인테른>은 그금액을 1만 달러라고 자세히 밝혔고, 인드라파나 부총재가 “더러운 돈(dirty money)은 받지않겠다”라며 거절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공교롭게도 뇌물 봉투 사건에 앞선 1월4일에는 WTF에 최초로 노조가 설립되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 산하의 ‘세계태권도연맹’ 지부로 설립 신고를 한 WTF 노조는 설립 이유에서 “WTF의 무책임한 경영, 무원칙 인사, 경영진의 불투명한 공금 사용 및 비리 척결을 통해 WTF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노조의 가장 근본적인 설립 이유와는 차이점을 보이는 내용이다.

그런 가운데 ‘김운용 사람’으로 분류되는 박수남 WTF 부총재가 2009년에 있을 WTF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부총재는 지난 2005년 4월 ‘임기 4년의 선출직 부총재’로 여유 있게 당선되었다. 이후 WTF의 품새 개발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전자호구개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부총재는 1975년부터 1985년까지 독일 태권도 대표팀을 지도해 유럽선수권대회 5연패를 달성한 떠오르는 지도자였다.

박부총재는 독일 정부로부터 연방공화국 공로훈장(Verdienstkreuz am Bande)을 수상했으며, 1986~87년에는 약체 오스트리아 태권도 팀을 맡아 단기간에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태권도 발전의 초석이 된 박부총재의 공을 인정해 그의 얼굴을 새긴 기념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태권도 세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06년 2월 모교인 건국대에서 명예체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SK 최태원 회장도 총재 선거 나설 공산 있어

▲ 세계태권도 연맹을 창립한 국기원이 최근 안팎으로 강도 높은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또한, 박부총재는 1970년대 최우수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 출신으로 국제심판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태권도인이다. 박부총재는 2009년 총재 선거에 태국의 낫 인드라파나 부총재와 동시 출마 의사를 밝힌 뒤 두 사람이 의견 조율을 거쳐서 한 사람으로 통일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 전 복권된 김운용 전 총재의 물밑 지원을 등에 업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부총재의 출마 배경에는 현 ‘조정원 WTF’와의 대립 관계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박부총재는 2007년 1월 자신과 코드가 맞던 문동후 WTF 사무총장이 퇴진한 데 이어전자호구업체 공인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현 조정원 총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취임 초기부터 김운용 전 총재와
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조총재로서는 당연히 친김운용 세력인 박부총재가 눈엣가시였다.

박부총재는 현재 무보수 명예직으로 영국 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무술 관련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2009년 10월 중순에 치러질 WTF 총재 선거에는 박부총재 외에다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 조정원WTF 총재의 재출마는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충청대학의 오경호 이사장도 국제태권도연맹 즉, ITF와 WTF를 아우르는 친화력을 앞세우며 WTF 총재 선거를 대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를 바탕으로 체육계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국제 경기 단체나 IOC 위원 등으로 활발한 스포츠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면서 대한태권도협회장인 홍준표 의원이 얼마 전 GS그룹과 SK그룹에 후원을 요청했는데, 그동안 핸드볼이나 골프 등의 스포츠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SK가 관심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만 하는 스폰서가 아니라 그룹 총수가 체육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한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은 모두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4년마다 회장단이 개편되는 관례에 따라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에 회장단을 새로 뽑는다. 최태원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태권도와 인연을 맺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자리가 총재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물론 최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권도계의 수장이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 위원임은 불문가지이다.

만약 이같은 최회장의 시나리오가 맞아떨어 진다면, WTF 총재 선거는 의외로 싱겁게 끌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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