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사로잡을 특별한 비법 있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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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컨설턴트가 말하는 기업체 ‘채용의 조건’

▲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지문인·적성컨설팅을 받으려 줄 서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김아무개씨는 면접관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다. 이 관문을 넘기면 ‘취업’이라는 고지에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면접관은 방긋방긋 웃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문을 던진다. 손쉽게 대답을 하던 김씨는 면접을 마치고 나와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이 받았던 질문을 복기해보니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질문자의 의도가 느껴졌다. 이처럼 웃으며 던지는 면접관의 질문에 ‘뼈’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실시되었던 비구조화 면접은 면접관의 자질에 따라 채용 결과가 좌우되곤 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것은 그 사람의 성장 배경을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질문 없이 아버지가 교사면 S, 목수면 C로 채점해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반면 요즘 기업체가 적용하는 구조화된 면접은 면접 프로세스, 평가 항목, 질문을 미리 다 마련한다. 예를 들어 오프닝 2분, 질문은 27분, 엔딩 1분으로 정하는 식이다. 채용의 공정성을 고려해 이런 과정을 모두 표준화시켜놓는다. 어떤 지원자가 오더라도 같은 자질을 보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열정, 혁신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체라면 이 부분을 공통 항목으로 정해놓고 각 직무마다 필요한 평가 항목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여러 개 덧붙인다. 구조화된 면접은 어떤 지원자가 오더라도 유사한 질문을 던지도록 설계된다.

물론 면접은 매우 주관적인 시험이다. 면접관이 4명이라면 같은 대답에 4명의 채점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 간극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평정자 간 신뢰도’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 면접관은 면접 자리에서 바로 채점하지 않고 이야기를 기록한다. 또, 면접관마다 기록한 부분이 다를 수 있고 빠뜨린 대답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자료를 공유한다. 평가는 이것을 바탕으로 열리는 평가회의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수정도 가능하다.

기업체마다 면접에서 보고자 하는 나름의 평가 항목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보통 ‘역량 모델링’이라고 한다. 인사조직 컨설팅 업체인 인사이트 그룹의 임대열 부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체의 경우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비슷한 평가 항목을 가진다. 창의성, 문제 해결, 팀워크, 의사 소통 능력 등인데 이것들을 평가할 수 있는 행동지표가 미리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면접관들은 그 사람의 경험 속에서 이런 요소들이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 대답을 통해 추출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모호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면접관들은 모호하게 평가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연습을 한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내가 붙어야겠다는 동기와 열정은 평가 항목에 들어 있든 그렇지 않든 자연스레 꼭 평가하기 마련이다. 임부사장은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일단 지원자가 이 회사에 들어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것이 설정되어 있다면 좋다. ‘이 사람이 계획성과 목표의식이 있고 우리 회사에 꼭 들어오고 싶구나’라는 게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답변이라도 실수하지 마라

자기소개서는 구조화된 면접을 보기 위해서 면접관들에게 미리 제공되는 참고서이다. 면접관들은 면접에 앞서 자기소개서를 미리 보고 특징적인 항목을 뽑아내 면접 질문과 연관을 시킨다. ‘STAR’라고 불리는 방법이 대표적인 스토리 라인이다. 상황(Situation), 임무(Task), 행동(Action), 결과(Result)의 약자이다. 이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인 질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을 서술하라”이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면접까지 온 지원자라면 자질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면접에서 하나의 답변이라도 실수할 경우 평가에 큰 영향을 준다. 능숙한 면접관은 지원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진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계속 꼬투리를 잡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임부사장은 “하루 이틀 남겨놓고 면접을 준비해야 할 경우에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기보다 자신이 어떤 창의적인 일을 했는지, 어떤 도전 사례가 있는지 지난 경험을 정리해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각 기업체들이 좋은 채용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면접 시간이 길수록 좋다. 노출 시간이 많으면 면접관이 지원자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는 1명당 50분의 시간이 권장된다. 현재 많은 대기업에서 면접 시간으로 50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구조화된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임부사장은 “점수를 준다면 아직 70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틀은 마련되었지만 운영 면에서 미흡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몸에 덜 맞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면접관들마다 역량의 차이도 남아 있다. 구조화시킨 질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전히 비합리적인 면접이 시행되는 곳도 있다. 한 기업은 지원자 10명을 세워놓고 20분 만에 면접을 끝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ㅅ그룹의 사례. ㅅ그룹의 경우는 서구의 제도가 국내에서 검증된 다음에 도입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는 반(半)구조화되어 있다고 한다. 면접에 대해 지원자들이 갖는 일반적 인식 가운데 하나가 ‘면접 전형이 꼬투리를 잡아 떨어뜨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임부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 항목을 준다. 이런 대답에 플러스 점수를 주자는 식이다.” 대다수 지원자들이 탈락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는 설명이다. 면접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해 플러스 점수를 얻는 것이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기획서 만들어 제출하면 합격할 확률 높아져"

1. 자기소개서에 자기 경험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쓰지 마라. 면접관들에게 의사 소통과 신뢰도 부문에서 점수를 깎인다.

2.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 ‘튄다’라고 말하지만 그쪽 세계에서는 ‘동기’와 ‘열정’이라고 말한다. 요즘 지원자들이 너무 취업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기획서’를 만들어 면접 때 제출하는 노력이라도 한다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소한의 정성을 보여야 한다.

3. 짧은 시간에 외모를 포장하는 데 너무 많이 투자하지 마라. 대신 인성이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는 것이 좋다. 합격하고 난 이후의 장기적인 플랜도 고려해보아라.

4. 요즘 지원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눈치’가 없다는 점이다. 눈치는 좋게 말하면 ‘센스’이다. 면접 때 어떻게 예의를 갖추면 상대방이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나에게 호감을 가질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듣는 상대방을 고려해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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