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가 보이면 이미 늦어 손 쓸 수 없어요”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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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영 연세세브란스 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췌장암은 ‘최악의 암’,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만이 살길”



질병에 대해 궁금하십니까
<시사저널>은 제966호(2008년 4월21일자)부터 연중 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시리즈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암과 성인병 등 각 질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의들로부터 최신 치료법과 예방법을 들어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의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십시오. 해당 분야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은 그동안 도움말을 준 각 분야 전문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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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폐암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
2. 위암  노영훈 연세세브란스병원 암센터장
3. 대장암  박재갑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4. 자궁암  이효표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5. 유방암  양정현 삼성서울병원 유방ㆍ내분비외과 교수
6. 간암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외과 교수
7. 전립선암  이강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8. 갑상선암  홍석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9. 소아암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장
10. 임파선암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소장
11. 심근경색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12. 당뇨병  손호영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13. 백내장  이진학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14. 고혈압  한대석 연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15. 뇌졸중  오창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16. 오십견  이강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17. 고관절  윤택림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18. 치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19. 류마티스  김호연 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20. 후두암  최은창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21. 췌장암  송시영 연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악의 암이다.” 췌장암을 두고 하는 말이다. 증세·진단·치료 중에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샘과 인슐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샘을 가진 기관이다.

위암과 폐암에 비해 발생률이 낮아 췌장암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지만 주위에서 췌장암 환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잘 알려진 미국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올해 초 췌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고,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탤런트 김주승은 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은 증세가 보이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행스럽게도 현대 의학으로는 뾰족한 치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췌장암 치료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송시영 연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방사선ㆍ항암화학 병행치료를 시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법 개발이 최선의 치료술이자 예방책이라고 주장한다. 송교수를 만나 췌장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뚜렷한 증세가 없다. 의심되는 증세가 있지만 증세가 보이면 이미 말기여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증세가 황달과 복통이다. 배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15~20cm 정도의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로 구분한다. 암이 췌장 머리 부위에 생기면 일반적으로 황달이 오고, 몸통과 꼬리 부위에 생기면 복통이 발생한다.

 췌장 머리 부위에 생긴 암이 자라면서 담낭의 담관을 막아 담즙의 주 성분 중 하나인 빌리루빈(bilirubin)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황달이 생긴다. 고열이 동반되면 염증까지 생겼다는 신호이다.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생겨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하기도 한다. 막힌 담관을 뚫어주는 내시경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한다. 

복통은 명치 부위에 생기는데, 췌장이 등 쪽에 가깝기 때문에 요통이 오기도 한다. 통증은 밤에 더 심하며, 똑바로 누우면 심해져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무릎을 배에 붙이고 새우잠을 자는 환자가 많다. 이 통증은 위염, 위궤양 등 다른 소화기 질환의 증상과 비슷해 의사나 환자 모두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췌장암을 확인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tumor marker)는 없는가?

항체를 만드는 단백질 물질인 CA19-9가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지표이다. 혈액 내 CA19-9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암을 의심하지만 췌장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암으로도 그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CA19-9의 특이도와 민감도가 낮아 진단에 애를 먹는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지를,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이다. 

췌장암 환자의 5%에서 급성 췌장염이 생기는데 아밀라아제와 지질 분해효소인 리파아제 수치가 드물게 증가한다. 이때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는데, 쉽지는 않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위, 대장, 비장 등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고 장에 가스가 있거나 복부 비만인 경우 진단이 어렵다. 암세포가 있는데도 정상으로 진단되거나 정상인데도 비정상으로 진단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도 췌장암의 필수 진단법이다. 조영제를 췌관에 주입해 이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MRI나 CT 등으로도 진단한다.

다른 암과 비교되는 췌장암의 특징은 무엇인가?

췌장암 중 90~95%가 췌관에 생기는 췌관 선암이다. 췌장에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경로인 췌관에 생기는 이 암은 예후도 나쁘다. 암이 췌장 머리에 생기는 경우가 3분의 2 정도이고 나머지는 몸통과 꼬리 부분에 생긴다.

췌장암의 가장 큰 특징은 진행과 전이가 빠르다는 점이다.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암이 불과 2~3개월 만에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췌장 주변에는 대동맥, 정맥, 간문맥과 같은 주요 혈관이 모여 있어 혈관을 타고 간이나 뼈 등으로 원격 전이가 잘 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라면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고령이라 해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도 있는데.

췌장암은 65세 이상에서 많이 발병한다. 실제 고령자들 사이에는 살 만큼 살았다며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70~80세 이상 고령자가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의학적으로는 나이도 중요하지만 고혈압,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 등 여러 가지 지표를 함께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스스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밝혀진 발병 원인이 있는가?

흡연, 음주, 당뇨, 췌장염 등이 의심되지만 뚜렷하게 증명된 것은 없다.

소화효소 분비 기관인 만큼 식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역시 연관이 있다고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콜레스테롤이나 비만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은 되나?

췌장암은 가족력이나 과거력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었거나 자신이 다른 암에 걸렸던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정기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종양이 생겼을 경우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그래도 악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인이 불분명하다면 예방법도 없다는 것인가?

불행히도 예방 수칙이나 검진 기준은 없다. 췌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받아 되도록 빨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는 가능한가?

물론이다. 다른 암처럼 절제술로 췌장암을 도려낸다. 또 수술과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해서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단, 암 크기가 작으면서 전이되지 않았을 때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췌장암 환자 중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10~20%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이 췌장암 치료율을 높이는 주요 포인트이다.

어떤 수술을 받아야 하나?

암이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절제술로 췌장 일부를 절제한다. 암이 췌장 머리 부위에 있을 때는 췌장 머리, 십이지장, 위, 담당과 담도 일부분을 절제하는 휘플 씨 수술(Whipple’s operation)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췌장 전체를 떼어내기도 하는데 인슐린 분비 억제로 인해 당뇨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췌장 전체를 떼어낸 환자에게는 췌장의 역할을 대신할 소화효소와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다.

췌장암 말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치료보다는 합병증 예방에 목적을 둔다. 방사선과 항암 치료도 통증 완화와 생명 연장에 의미를 둔다.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했던 딸이 있었다. 그 딸은 마지막 2개월 동안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와 눈을 맞출 수 있어서 행복했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생명 연장의 의미는 충분하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어떤 경우에 하는가?

암이 전이가 되지 않았더라도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췌장암 환자의 30~40%가 여기에 해당한다.

항암 치료는 전이 없이 췌장 주변에 암이 몰려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해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보통 방사선 치료와 병행하거나 순차적으로 한다. 방사선 치료는 치료 부위를 중심으로 암이 퍼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해 암을 죽인다. 환자 중 30~40%는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경우인데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그래서 신약에 희망을 걸고 있는 환자가 적지 않다.

신약이라고 개발된 약물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젬사이타빈(gemsitabine)은 기존 항암제의 마약 성분(통증완화 목적)을 줄였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췌장암 치료에 특효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 약물로는 어떤 것이 있나?

10년 전만 해도 5-FU라는 항암제가 췌장암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약물이었다. 물론 현재도 사용하는데, 소화기 암의 1차 항암제로 흔히 사용된다. 1990년 개발된 젬사이타빈이 현재 췌장암의 기본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다. 젬사이타빈을 다른 항암 약물과 조합해서 사용하면 4기 말기 환자 절반의 생존 기간이 1년까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앞으로 어떤 치료법들이 나오는가?

암세포를 죽이는 유전자를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도 의미가 있다. 암세포가 잘 흡수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약물이 암세포에 모이는데, 이때 특정 파장의 빛을 암세포에 조사하면 약물이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를 죽인다. 암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생성 혈관을 억제하는 항혈관 형성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암은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신생 혈관을 만드는데,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40대 환자가 늘어나면서 췌장암은 꾸준히 증가해서 4년 내 남성 암 발생 순위 4~5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이제 체계적인 데이터를 구축해서 나이별 진단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 암 말기 이전에 발견하는 방법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송시영 교수는 누구?

198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과 1993년 같은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소화기내과와 약리학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밴더빌트 의대 부속 암센터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 대한소화기항암학회를 창립했고,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소화기암에 관련해 2백여 편의 논문을 내는 등 임상과 연구 분야에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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