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이천 봉” 누가 먼저 부를까
  •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
  • 승인 2008.11.04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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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10주년, 남북 대치로 시간 지날수록 서로 손해…‘선 관광 후 대화’가 낫다

▲ 2000년 3월9일 오후 부산 다대포항에서 승객을 태운 금강산 유람선 풍악호가 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첫 출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18일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은 2002년의 서해교전과 2006년 북한 핵실험 등에도 불구하고 중단되지 않았으며, 초기 단계의 사업성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사업은 10주년을 앞둔 현재 중단되어 있으며, 사업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 7월11일 새벽에 발생한 한 남한 여성 관광객의 피격 사망 사건과 이에 대한 현장 조사 및 책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남북한 당국이 대치하고 북한 관광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가면서 기약 없이 중단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은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부족한 관광 인프라와 각종 제약 때문에 ‘철조망 관광’ ‘하지만 관광’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평가 속에 관광객이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이로 인해 사업 적자가 누적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금강산 관광 사업은, 지난 2003년 9월 육로 관광이 시작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2005년 6월에는 누적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07년 6월 내금강 지역으로 관광이 확대되면서 더욱 활성화했다. 그 결과 2007년 한 해 동안 34만8천여 명이 금강산을 방문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실적 이외에도 남북의 관계 개선, 남북 주민들 간의 이질감 해소, 인도주의 분야의 협력 그리고 남북 경제 공동체 기반 조성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남북한 접경 지역과 비무장지대를 다수의 일반인들이 통과하고 있고, 북측의 주요 군사 항구였던 고성항(장전항)을 비롯해 해금강 및 내금강 지역의 북측 최전방 기지들이 개방되거나 군사 기지들이 후방으로 이전되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남북한 긴장 완화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 핵실험 와중에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

▲ 2003년 2월14일 있었던 금강산 육로관광 경축 행사. ⓒ시사저널 DB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차례에 걸친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과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관광 사업이 중단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의 안정과 남북 관계의 진전 상황을 국내외에 확인시켜주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주민이 이질감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관광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주민들의 이동과 빈번한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반세기가 넘는 분단 속에서 단절되었던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금강산 관광은 제한된 지역에서 일부 북측 주민들과의 접촉이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는 대다수 참가자들이 관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북측 안내원이나 봉사 요원들도 초기 단계의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하고 편안하게 남측 관광객을 대했다.

금강산 관광은 북측의 경제난 해소와 개혁·개방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북측은 부족한 외화를 확보함으로써 경제난을 해소하는 데 다소 도움을 받았다.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관광 대가 등으로 북측에 지불된 금액은 약 5억 달러 정도에 달하는데, 이는 북한의 지난해 무역 총액이 3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측 주민은 물론 외국인들도 금강산을 방문하게 되면서 국제 사회에 북한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는 향후 북한이 국제 사회에 진출하거나 외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 사업은 남북의 경제 공동체 기반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금강산 지역은 관광 협력을 통해서 남북을 연결하는 동해 축의 시발점으로써 남북 경제 협력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협력의 동해 축은 원산과 나진·선봉 지역을 거쳐 중국의 간도 지방과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한 지역의 경우 개발과 발전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 지역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금강산 특구 개발은 남북 관광 교류의 확대를 통해서 관광 분야의 통일 인프라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관광 상품으로서 한반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각종 남북 당국 간 회담 장소로서 이용되던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금강산 지역은 향후 민간 단체들의 각종 행사, 이산가족 상봉 장소 등으로 사용됨으로써 남북 만남과 대화의 장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미 금강산 지역에는 이산가족 면회소가 설립되어 있으며, 남북 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이산가족의 상시 상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지난 10년간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남북 화해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과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강산 관광 사업이, 지금처럼 중단된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난 7월 남한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북한 당국은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분하고 실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상대의 의도나 배경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주권 침해 요소나 군사 시설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현장 조사를 무리하게 요구했다.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 전반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금강산 지역은 남북한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지역으로 총격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이었다. 최근 관광객이 증가하고 남북 관계가 진전되어 북측 관계자들이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남측 관광객과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 모두 금강산 지역의 이러한 특성을 간과한 것이 문제가 발생한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대화 채널 없었던 것이 문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남북한 간의 제도적 장치나 대화 채널이 존재하는가, 또한 존재한다면 제대로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총격 사망 사건 당시 불행하게도 남북한 간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대화 채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일부 장치들마저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었고 이로 인해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된 점이다. 지금처럼 남북 당국 간 대화나 관계 개선이 지연된다면 남북의 교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나 서해상의 물리적 충돌 등과 같은 우발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북한 간의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 당국 간 대화 재개와 관계 복원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제도적 장치와 관련해 금강산 지역에는 개성공단처럼 당국 간 합의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공동의 관리위원회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총격 사건 발생 직후 초기 단계부터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북측이 남측 당국을 배제한 채 사업자인 현대아산과의 대화만을 고집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남북한 당국이 금강산 지역에 공동의 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이미 합의했지만,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남북한 당국은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후속 회담 과정에서 금강산 지역에 ‘관광지구 관리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 차례 실무 접촉을 한 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남북 관계 전반이 경색되면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 금강산 관광 중단 장기화에 따라 현대아산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우리측 정부 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통일부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금강산 총격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 초기보다 완화된 입장을 밝히고 있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희망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남북한 당국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이 과정은 단순히 금강산 사업의 재개가 아니라 남북 관계 전반을 복원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선 남북 대화, 후 관광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좀더 대승적이고 적극적인 접근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됨으로써 현지에 투자한 현대아산은 물론 많은 중소 협력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성을 비롯한 강원도 인근 지역도 지역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관광 사업을 재개한 이후 북측에 이미 합의한 사항인 ‘금강산관광지구 관리위원회’ 구성에 대한 실무 협의를 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대한 실무 협의 과정에서 남측 관광객의 피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해명과 사과 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유사 사건이 다시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남북이 함께 모색해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한이 현재의 대결과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경제 공동체 형성 및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그 특성상 수많은 남북한 주민들의 접촉과 인적 교류를 수반하며,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북한의 체제 변화와 남북한 간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긍정적 변화도 수반된다. 즉, 금강산으로 상징되는 남북 관광 교류·협력 사업은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조기에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비정치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계기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새로운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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