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재벌그룹
  • 이영미 (일요신문 기자) ()
  • 승인 2008.1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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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들, ‘몸값’ 얼마나 받나 광고 모델 수입료도 만만치 않지만 대부분 ‘대외비’

 

▲ 왼쪽은 김연아. LPGA에 정식으로 등극하지도 않은 신지애(가운데)가 비회원 자격으로 나가 3승을 따냈다. 오른쪽은 박지성. ⓒ(왼쪽,가운데)연합뉴스/(오른쪽)로이터 연합

여자 골프의 ‘월드 지존’으로 등극한 신지애 때문에 골프계가 난리법석이다. 연일 그녀가 벌어들인 상금과 몸값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금융 위기로 경제 한파를 느끼는 요즘 모처럼 돈 얘기가 풍년을 이루었다. 스무 살 나이에 올 한 해 벌어들인 순수 상금액만 42억원. 신지애에게 관심이 더욱 쏠리는 것은 앞으로 이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쯤 되면 자식 둔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들, 내 딸도 골프를?’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신지애처럼 수십억 원대 연봉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PGA에서 활동하는 최경주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 프랑스에서 활약 중인 박주영,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등 가슴 속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몸값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프로 스포츠가 아닌 피겨나 수영 등의 김연아, 박태환 등은 상금이나 연봉이 아닌 광고 출연료로 30억~40억원을 벌어들였다.

몸값 너무 오른 신지애에 하이마트 골머리

신지애는 아직 LPGA에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 초청 선수, 즉 비회원 자격으로 LPGA 투어에 나가 3승을 따냈다. 그중에서도 브리티시오픈 우승은 LPGA 메이저대회 중 우승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영국 대회였다. 신지애가 미국 LPGA에서 3승을 거두며 받은 상금은 총 1백87만 달러(한화 약 28억2천5백만원). 브리티시오픈 우승에서 31만4천5백 달러, 미즈노클래식 우승으로 21만 달러 그리고 최근 열렸던 ADT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 100만 달러의 상금을 보탰다. JLPGA, 즉 일본 대회에서는 우승 1회, 준우승 3회로 3천8백58만 엔(약 6억1천만원)을, 그리고 한국 KLPGA에서는 3개 메이저대회 전관왕 우승을 포함해 7승을 거두어 7억6천5백만원을 챙겼다. 올 시즌 상금으로만 벌어들인 총액이 42억원 정도 된다.

여기에 소속사인 하이마트로부터 연봉과 각종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난 3년간 약 2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우승시 상금의 50%를 받는 등 ‘톱 5’까지 별도의 보너스를 받았는데 올 시즌 신지애는 국내 대회에 15차례 출전해 한 차례만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신지애는 오는 12월 말이면 지난 3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하이마트와의 계약이 끝난다. 하이마트측에서는 몸값이 올라도 너무나 오른 ‘지존’을 붙잡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3년 전 계약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서 적어도 10배 이상은 몸값이 급등한 신지애를 안고 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에 당면해 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신지애와 손을 잡기 위한 대기업들의 ‘입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신지애측의 얘기이다. 내년 LPGA에 공식 데뷔하는 신지애가 부담 없이 투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연간 10억원대의 규모로 기본 5년 이상의 계약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 신지애 에이전트의 설명이다. 그런데 메인스폰서(모자 정면 로고)만 연간 10억원대이지 가슴과 팔, 골프백 등의 스폰서에다 우승 때마다 지급되는 보너스까지 합치면 1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어린 나이의 신지애가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였거나 앞으로 더 많이 벌어들일 계획이지만 박세리의 전성기 때에 비교하면 아직 ‘명함’도 못 내민다.

박세리는 2007년 6월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미국에서만 24승을 거두며 상금을 긁어모았다. 우승 상금만 9백만 달러. 더욱이 박세리는 2002년 한국 골프 역사에 기념비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CJ로부터 계약 기간 5년에 연간 최대 30억원(10억원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이라는 초특급 후원 계약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용품회사(서브스폰서)인 테일러메이드로부터 3년의 계약 기간에 연간 10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남자 골프에서는 최경주(나이키골프)가 독보적이다. 최경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PGA투어 자격을 얻은 골프 선수이다. PGA투어에서 지금까지 7승을 올렸고, 통산 상금만 1천8백83만 달러를 챙겼다. 올 시즌 우승 횟수는 1회. 지난 시즌 상금만 4백58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비해 올해는 2백68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 데 그쳤다. 국내 대회를 통해서는 2억7천만원을 상금에 보탰다.

하지만 상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장외에서 벌어들였다. 먼저 최경주는 CF 모델로도 수억 원대의 광고 수입을 올렸고, 지난 3월에는 신한은행이 국내 골프 사상 최고 액수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측에서는 최경주의 몸값에 대해서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은 채 ‘국내 최고 대우+α’라고만 언급했는데 업계에서는 박세리가 과거 CJ와 5년간 100억원(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10억원 제외)에 후원 계약을 맺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α’는 최경주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받게 되는 인센티브로 계약금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박지성은 매주 1억원씩 받고 있는 셈

종목을 바꿔 축구로 눈을 돌리면 단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이다. 박지성의 주요 수입원은 연봉과 광고 출연료이다. 박지성의 연봉은 2백80만 파운드. 주급으로 받는 프리미어리그 연봉 체계로 따진다면 박지성은 매주 약 1억여 원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로 이적 후 출연한 광고들만 해도 대략 9편 정도이다. 나이키, LG전자, 하이트 맥주, 우리금융, SK텔레콤, 야후코리아, SK건설, 금호타이어, AIG생명보험 등이다. 정확한 광고 출연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두 합쳐 약 4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6개월 단발에 약 4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박지성은 올 시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연장하면서 엄청난 액수의 몸값을 챙겼다. 나이키측에서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1년간 10억원으로 2019년까지 무려 12년간 1백20억원에 이른다. 박지성은 수원, 신갈 등에 아파트와 전원주택 등 부동산을 갖고 있고 경기도 용인에 시가 2백50억원대의 빌딩을 신축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의 개인자산관리자를 두고 재테크를 하는 박지성은 우리금융그룹의 VVIP. 은행측에서는 박지성의 현재 자산만 1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가히 ‘신흥 재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박찬호를 빼놓을 수 없다. 박찬호는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선수이다. LA 다저스에서 첫 번째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면서 몸값 대박을 터뜨렸다. 5년간 6천5백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6천5백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6백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 연봉으로만 따져도 연간 1백20억원이 넘는다. 광고 출연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던 박찬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시가 100억원대 건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잠시 휴업 중인 김병현도 애리조나 시절까지 연봉이 6백30만 달러였다. 그 뒤로 팀을 옮겨 다니면서 받은 돈이 1천4백만 달러인데 총액이 2천만 달러를 웃돌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은 지난 2006 시즌을 마치고 4년 총액 30억 엔이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단, 완전 보장이 아니라 성적에 따라 조정을 하는 조건이 붙었다. 2007년 연봉 6억5천만 엔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2008 시즌 연봉은 5천만 엔이 깎인 6억 엔에 계약했다. 환율 상승 폭에 따르면 약 80억원이 넘는 액수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내년 시즌 삭감이 예상된다. 

‘피겨 요정’ 김연아는 종목 특성상 연봉보다는 부수입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계. 현재 방영되고 있는 CF만 놓고 따진다면 연예계 톱스타 이효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가장 돈 많이 번 선수는 박찬호

김연아가 최근 광고 계약에서 받은 금액은 6개월 단발에 4억원 선. 한 달에 세 편의 광고를 잇달아 새로 찍은 적도 있었다. 이미 KB국민은행, 나이키, 아이비클럽, LG생활건강 ‘샤프란’, 롯데 음료 ‘아이시스’ CF가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웠고, 톱스타들의 전유물이었던 냉장고 광고에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출연해 눈길을 모았다. 게다가 김연아가 출연한 광고마다 매출이 급신장해 광고계에서는 재계약은 물론 새로운 업체들도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김연아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설명이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가 부럽지 않은 선수가 있다. 바로 ‘국민 남동생’ 박태환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친 박태환은 올림픽 이후 거액의 포상금과 후원 계약이 줄을 이은 데다 올림픽 전후로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미 올림픽 이전부터 몸값 급상승의 조짐을 보였고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으로 박태환은 ‘19세 수영 재벌’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스폰서 업체의 지원금과 광고 출연료, 각종 포상금 등을 합쳐 7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연합뉴스

박태환은 2007년 1월 세계적인 수영 용품업체인 스피도와 2년간 30억원에 달하는 초특급 후원 계약을 맺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광고 모델로도 특AA급 대우를 받은  박태환은 SK텔레콤, KB국민은행, 캐주얼의류브랜드 ‘더베이직하우스’ 롯데음료 ‘블루마린’ 등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편당 5억원이상을 받았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도 격투기를 통해서 벌어들인 상금이나 계약금보다 광고 모델로 나서 챙긴 수입이 엄청나다. 한때 광고계에서는 박지성을 능가할 만큼 인기 폭발이라며 추성훈에 대한 기대치를 드높였을 정도로 그는 자동차, 음료, 주류, 화장품 등 다양한 종목을 넘나들며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 추성훈이 광고에 출연했을 때의 몸값은 한 편당 1억원 정도.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출연료보다 다섯 배가 뛰었다. 현재 추성훈은 김연아, 박태환처럼 5억원 정도의 모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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