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노동자·친재벌 정권에 뭘 기대하겠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2.3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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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옥중 인터뷰 /“노동자 계급 단결 투쟁만이 살길”… 이위원장, 인터뷰 이후 건강 악화로 단식 투쟁 중단

▲ 12월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노·사·정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 성향을 띤 정권이 들어섰다고 하지만, 노동계와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그나마 노·사·정위원회가 제한적이나마 완충 역할을 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정부와 노동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노·정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현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들이 노동계를 더 자극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노사 관계 공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노동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노동부는 지난 12월24일 ‘2009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채용 기간이 2년 지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행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채용 기간을 3~4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현재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보고했다. “급속한 환경 변화에서 기업들이 고용 문제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만 늘리는 개악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복수 노조 도입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별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초부터 정부·기업과 노동계가 충돌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안들이 지뢰밭처럼 도처에 깔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석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으로 현 정부와 민주노총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19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면회실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예전보다 상당히 수척해보였으나, 그의 목소리만큼은 굵고 쩌렁쩌렁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수배를 받아오다, 지난 12월5일 경찰에 연행되어 구속 기소된 그는 인터뷰 내내 ‘단결’과 ‘투쟁’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지난 2008년 6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둔 시점에서 가졌던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때보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강도는 훨씬 세졌다. 그는 인터뷰 당시 14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었다. 이위원장은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 12월6일부터 ‘공안 탄압 중지’와 ‘비정규직법 개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는데, 건강은 어떤가?

▲ 12월6일 서울 여의도에서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원체 체력이 좋은 편이다.(웃음) 겨울 한파 속에서도 밖에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단식 투쟁으로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내 단식 투쟁이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 투쟁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산업별 노조 연맹 위원장들과 모든 조합원들에게 퍼져나가 그들이 새로운 투쟁 결의를 다지기를 바랄 뿐이다. 단식 투쟁은 내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법 등을 개악하려고 한다. 철저히 반노동자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되는 듯싶더니, 아직도 안 되었다. 이 정권은 한마디로 이미 실패한 정권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언제쯤 석방될 것 같은가?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뒤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빨리 석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랜드 투쟁과 촛불 파업 그리고 지난해(2007년) 민중대회, 올해(2008년)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관련 자료도 수북이 쌓여 담당 검사도 질릴 정도이다.

아무래도 (빨리 석방되기는) 여의치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 (수배 생활을 할 때) 민주노총 위원장을 재워 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조합원이 어디 있나. 그런 조합원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있을 수 없다(지난 12월5일 이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된 뒤 민주노총은 진영옥 수석부위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위원장 석방이 늦어지고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위원장직을 사퇴하고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데.

부위원장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오지는 않는다. 민주노총에게 새해 1~3월은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내가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그 시기를 놓쳐 버리면 나중에는 책임 논쟁만 남게 된다.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임원과 중앙집행위원, 사무총국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만 담보된다면 어려울 것이 없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명박 정권은 반노동자 정권이며, 친재벌 정권이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우리 스스로가 헤쳐나가야 한다.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헤쳐나가야 한다. 노동자 계급이 크게 단결해서 투쟁해달라. 그런 면에서 새해가 더 중요하다.

한편 단식 20일째인 지난 12월26일 이위원장은 몸무게가 10kg이상 빠지고, 혈압과 시력 저하, 황달현상이 나타나 옥중단식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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