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 ‘인사로비’ 했나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1.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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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역 기업인들과 골프 즐기고, 대통령 동서 신기옥씨와 식사 / 청와대 관련 사실 파악. 경고 조치 내려
▲ 7일 저녁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가진 전현직 국세청직원 모임인 국세동우회 신년회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이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해 12월25일 경북 경주에서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포항 지역 기업인들과 골프를 즐기고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신기옥씨와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들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청장은 크리스마스 휴일이었던 지난해 12월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쯤까지 경북 경주에 있는 경주컨트리클럽에서 경북 포항 지역 기업인인 최영우씨와 김은호씨 그리고 포항에 여러 개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과 한 팀을 이루어 골프를 했다. 포항에서 가스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최씨는 포항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의 유력 인사이다.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김씨는 중소기업이업종교류 대구경북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총선 때 경기도 광명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다. 경북 영덕 출신인 강의원은 포항에 있는 삼일그룹의 부회장을 지냈다.

한청장의 팀에 뒤이어 채아무개 국장, 서울청 조사국 소속 이아무개 과장, 김아무개와 손아무개 등 대구·경주 지역 세무서장이 팀을 이루어 골프를 했다. 골프를 한 뒤 한청장은 대구에 있는 한 횟집에서 코오롱 전 영남본부장을 지내고 대구 지역 포항향우회 회장을 지낸 김아무개씨, 현재 부동산 임대업 등을 주로 하는 대구 지역 포항향우회 회장인 원아무개씨, 정아무개 병원장, 지역의 한 세무서장 등 다섯 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한청장이 식사를 하고 식사를 한 기업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날 한청장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인 신기옥 경북고 총동창회 부회장도 참석했다는 점이다. 건축자재업을 하는 신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셋째 언니인 김숙혜씨의 남편이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는 이명박 경선 후보 대구시 선대위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평소 발이 너른 것으로 알려진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나름대로 널리 알려진 인사이다.

한청장은 왜 지방까지 내려가 정권 실세와 가까운 포항 지역 기업인들을 집중적으로 만났고 대통령의 친인척을 만났을까?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한청장이 12월26일 경주세무서 신축 청사 준공식에 참석하러 간 김에 아는 이들과 만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 주변에서는 한청장이 국세청장의 유임 여부 나아가 입각과 관련한 ‘인사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골프와 식사를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숨기기에 바쁘다. 신기옥씨는 “국세청장이 내려오니 식사를 하자는 전화를 아무개씨로부터 받았으나 운동하느라고 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 우연히 보문단지에서 한청장을 만나 차를 한 잔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포항향우회 원회장은 “한청장을 만나거나 식사한 적이 없다. 몸이 아파 더 통화하기 힘들다”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미 이 같은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다. 사정당국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신씨에게는 '강력한 경고‘가 내려졌고, 한청장에게도 ’기관장 경고‘가 내려졌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씨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나 어쨌든 한청장과 식사를 했고, 한청장은 대통령의 ’골프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했다. 개각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포항 지역 기업인들과 만난 것도 적절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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