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끼얹는 경쟁자의 귀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2.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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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의원 재·보선 출마 논란의 의미

▲ 열린우리당 시절의 정동영 전 의원(왼쪽)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호남이다.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당의 중심이던 때와 비교하면 많이 약해졌지만 호남의 지지세는 여전히 민주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만큼 당의 ‘간판’ 역할을 맡으려면 이곳에서 얼마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전통적인 지지층으로부터 우선 인정을 받은 후에야  ‘플러스알파’의 지지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경쟁 후보를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정세균 대표가 당권을 넘어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배경에도 이러한 지역적 고려가 한몫하고 있다. 전북 장수 출신인 정대표는 15대부터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7대에 이어 18대에도 원외에 머물러 있지만 정 전 의원도 자신의 텃밭인 전주 덕진구에서 재선을 지냈다. 그는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정동영 당선하면 정세균 대표 등 신주류 위상에 변화 불가피

신·구 주류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바뀌었다. 정 전 의원이 야인으로 돌아가면서 무주공산이 된 호남 맹주 자리에 현재 가장 근접해 있는 정치인이 정대표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정동영계에 속하지 않은 호남 의원들 사이에 그를 대권 주자로 내세우려는 물밑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었지만, 통합된 민주당을 이끌면서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정대표가 중심이 된 신주류 입장에서는 4·29 재·보선을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하려는 정 전 의원의 행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지역 민심을 파악한 후에 논의하자는 공식 입장의 이면에는 구주류 수장의 귀환이 달갑지 않다는 기류가 느껴진다. 정 전 의원이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당내 세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며 그 경쟁 대상은 일차적으로 정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같은 전북 출신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복당을 놓고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배경에도 신·구 주류의 경쟁 관계가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전주 덕진구 출마를 강행할 경우 한 전 대표가 당내 견제 역할을 맡게 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DJ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동교동계 인사인 한 전 대표는 전주 완산 갑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공천을 받을 경우 당선은 물론 정치적 위상도 여느 지역과는 다를 수 있다. 전주 지역 두 선거구의 공천이 한 묶음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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