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만8천km 위성 ‘교통사고’ 재앙이 시작됐다
  • 조중현 (우주물체감시그룹장·한국천문연구원) ()
  • 승인 2009.02.24 01: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5년간 쏘아올린 우주 물체 수 6천개 육박 최근 미국-러시아 두 위성 충돌로 각국 ‘비상’


세계 표준시로 지난 2월10일 오후 4시56분에 일어난 미국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 스트렐라 통신위성 간의 충돌은 일반인에게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위성 관계 일을 하는 전문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리듐 위성은 1997년에 발사해 여전히 작동 중이었지만, 1993년 발사된 러시아 위성은 불과 2년 뒤에 작동을 멈춘 ‘우주 쓰레기’였다. 물론 이번 위성 간의 충돌이 최초의 사건은 아니다. 랑데부 시도 중에 충돌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1996년 프랑스 첩보위성이 자국의 아리안 로켓의 잔해물과 충돌해 큰 손상을 입기도 했는데, 이 사건이 확인된 최초의 우주 물체(space object) 간의 충돌이었다.

위성을 자체적으로 발사해본 나라는 아직까지 열 손가락에도 꼽히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사되어 지구 주변을 떠도는 위성들은 그 수조차 정확히 모를 정도로 많다. 유엔에서는 1962년부터 인간이 발사한 우주 물체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이 방대한 자료는 꾸준히 증보되어 ‘우주의평화적이용 위원(UNCOPUOS)’에서는 2007년에 11판을 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갱신할 전망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초까지 인간이 쏘아올린 우주 물체의 수는 5천8백31개이다. 물론 이 기록에 접수되지 않은 것도 상당수일 것이다. 지구 주변의 우주는 더 이상 넓기만 하지 않다.

▲ ⓒ출처 : 미 국방부 홈페이지

▒ 위성은 왜 충돌할까

위성을 발사하려면 우선 그 위성의 임무에 맞는 궤도를 결정한 뒤 이 궤도 주변과 발사에서 최종 궤도에 이르는 길을 샅샅이 조사해 기존 위성이나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는 발사 시간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런 조사는 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알려진 궤도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에 등록되지 않은 물체가 있거나 자료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면 곤란해질 수 있다. 특히 최종 목표 궤도는 비슷한 임무를 가진 다른 위성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상태여서 그 임무 기간 동안의 궤도도 미리 예측해 매우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런 사전 조사와 확인을 거쳐 발사된 위성도 다른 우주 물체와의 충돌에서 안전하지 않다. 임무 중인 위성의 궤도는 지구 중력장의 비대칭성, 대기의 마찰, 외부의 섭동, 우주 환경의 변화 등에 의해서 계속 변하고 그 주변 우주 물체들의 궤도 역시 같은 이유로 변한다. 위성과 다른 우주 물체와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우주 물체들을 정밀 추적하고, 그 추적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 궤도를 결정한 후에 미래 시간으로 궤도를 정밀 전파해서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의 각 부분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특히 추적 부분의 능력은 우주 선진국에서조차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주 물체의 숫자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난다면 현존하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위성 충돌의 확률은 계속 커지게 된다.

이번 위성 충돌 사고를 일으킨 고도는 지표면 7백89km 상공이었다. 원래 이리듐 33위성의 설계 고도는 7백80km였고, 스트렐라 위성은 임무가 해제된 후 13년간 궤도가 변형되어 근지점 7백78km, 원지점 8백3km의 타원 궤도를 갖고 있었지만 마치 교차로 충돌 같은 대형 사고가 나고 말았다. 시속 2만8천km(음속의 약 23배)로 달리는 1t 트럭 둘이 교차로에서 측면 충돌한 셈인데, 그때의 충격은 우리의 상상을 간단히 뛰어넘는다.

지구 주변의 위성은 그 궤도 고도에 따라 저궤도 위성(2백50~2천km), 중궤도 위성(2천~2만km), 지구 동기 위성 궤도(3만6천km), 그 외 고궤도 위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에서 이번 위성 충돌이 일어난 저궤도는 우주관측 위성, 지구관측 위성, 저궤도 위성전화 통신위성, 첩보위성, 우주망원경, 우주셔틀, 우주정거장 등으로 매우 붐비는 궤도이다.

저궤도는 일단 고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추력으로 최종 궤도에 올릴 수 있고, 궤도 경사각이 90˚ 근처인 극궤도를 이용할 경우 지구나 우주의 전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게다가 저궤도에서만 가능한 태양 동기 궤도를 이용하면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밀 지구 관측이 용이하며 지구를 하루에 12~16번 회전하면서 그 관측 횟수를 늘릴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에 고해상도의 화상을 얻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고해상도의 지구 중력장 관측이 가능하며, 거리가 가까워 저출력 휴대용 위성전화 통신에 사용된다. 이외에도 기술적·과학적·경제적·군사적인 이유 등으로 저궤도는 빈번하게 이용된다.

중궤도의 경우는 현재 일반인이 많이 사용하는 위성 항법용 위성들이 떠있는 궤도로 상대적으로 이용 밀도가 낮다. 지구 동기 위성 궤도(정지 위성 궤도)도 적도 상공 3만6천km라는 특성으로 통신위성, 기상위성, 해양위성 등이 조밀하게 위치하고 있지만 대신 궤도 자원이 제한적이어서 국제통신연맹(ITU)에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운용이 끝난 통신위성이나 다른 지구 동기 궤도 위성들은 지구 동기 궤도에서 상당히 떨어진(저고도나 고고도) 위치의 폐기 궤도로 이동시켜 후발 위성의 자리를 확보한다. 따라서 중궤도와 지구 동기 위성 궤도에서는 아직까지 위성 사이의 충돌 확률이 저궤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다.

앞서 지적했듯이 인간이 이미 우주에 쏘아올린 우주 물체는 5천 여 개가 넘는다. 그리고 발사 중 발생하는 많은 우주 공간 상의 잔해물(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뿐만 아니라 우주 유영 중에 우주인이 놓친 장갑까지)들은 운용 중인 위성이나 다른 우주 임무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냉전 시대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우주방공사령부(NORAD)는 적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대륙 간 탄도탄이나 비행기를 감시하기 위해서 다수의 거대 레이더 망을 운용하고 전 지구적인 광학 우주 감시 시스템, 우주기반 위성 감시 시스템 등을 운용한다. 그 일환으로 운영되는 것이 ‘우주 감시 네트워크’이다.

▒ 늘어만 가는 우주 쓰레기

현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우주 물체 관련 정보(궤도)는 이 NORAD에서 추적한 궤도 정보나 목록이다. NORAD에서 현재 추적 중인 우주 물체의 총 수는 약 1만8천개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지름이 10cm가 넘는 물체만 추적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위성 충돌로 생성된 파편 중에서 수십 내지 수백 개가 그 목록에 추가될 예정이다. 이처럼 우주 물체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20곳의 센서 기지들의 정보를 취합해 우주 물체에 대한 추적, 확인, 궤도 결정, 목록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구 주변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에 따라 다르지만 저궤도에서는 초속 약 7.8km 내외의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5g짜리 작은 나사도 이 정도의 속도면, 선동렬 선수가 전성기 때 던진 야구공에 맞는 충격량보다 약 6배나 강하다. M16으로 쏜 총탄과 비교하면 속도가 8배에 달하기 때문에 충돌시에 전달되는 에너지는 64배에 달한다.

우리가 탐지할 수 있는 것들은 전체 우주 쓰레기 숫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현재 지름 1cm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60만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7년 1월11일에 있었던 중국의 ‘대위성’ 요격 실험은 2천3백여 개의 추적가능한 잔해물을 남겼고, 1cm 이상의 우주 쓰레기를 3만5천개 정도 발생시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적인 파괴 △로켓 발사나 위성 분리 △잔여 연료의 폭발에 따른 로켓이나 위성의 폭발 △잔해물 간의 충돌 등 잔해물을 증가시키는 활동이 계속되는 한 우주 쓰레기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 지구 주변 궤도를 부유하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우주 쓰레기가 중력에 이끌려 점점 궤도가 하강해 대기권에서 불타 자연 소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러나 궤도 조건에 따라서는 수십만 년이 흘러도 계속 우주를 떠돌 수 있다. 이를 응용해 우주 쓰레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해 대기권 쪽으로 재진입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총알의 7배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를 고려한다면 그 하나하나에 접근하는 비용만도 너무 엄청나다. 따라서 현재는 위성에 특별한 장치(전기역학적 사슬)를 달거나 최후 가동 로켓을 장착해 지구 대기권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시키거나, 위성 궤도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즉, 우주 쓰레기의 숫자를 줄이기보다 늘리지 않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물론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상과학적인 많은 연구는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레이저를 빗자루처럼 이용해서 순식간에 우주 쓰레기를 증발시켜버리는 방법, 대형 우주 쓰레기에 새로운 추진 장치를 달아 서서히 대기권으로 떨어트리는 방법, 거대한 풍선형 위성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주어 담듯 충돌시켜서 한꺼번에 같이 궤도 이탈시키는 방법 등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 우주 쓰레기는 고도 3백~1천5백km 사이의 저궤도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아주 작은 우주 쓰레기 하나도 위성에 구멍을 낼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은 크다. ⓒ자료:

▒ 위성 충돌이 가져올 국가 간 분쟁

2007년도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은 자국 위성이 대상이었지만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다른 위성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이리듐 위성의 충돌로 위성 전화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이리듐 위성망을 운영하는 회사는 위성 손실 이외에도 서비스 비용 및 추후 위성 대체를 위한 인적·물질적 손해를 입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법적인 분쟁이나 국가 간 분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그 책임 소재와 배상에 대한 분쟁이 민간 또는 국가 간에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이미 UN 산하 ‘우주의 평화적이용위원회(UN-COPUOS)’ 등의 국제기구에서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논의가 상당 기간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09년 2월17일부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UNCOPUOS의 주요 의제로 우주 쓰레기가 채택되었고, 우주 쓰레기 완화 지침을 각국이 자발적으로 이행해주기를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