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왜 무리수 뒀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3.16 22: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 정부가 미는 유력 인사가 라이벌로 급부상하자 조바심에…” 분석 많아

▲ 한 시민단체가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이상하다. 그럴 양반이 아닌데…. 젠틀하고 상당히 모범적이었는데….” 문흥수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03년 4차 사법부 파동을 주도하며 법복을 벗어던진 이후 사법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로 남아 있다. 그는 신대법관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신대법관은 그와 충남 동향으로 서울대와 사법연수원 3년 후배가 된다. 그는 “지난해 1월 법원노조에 의해서 신대법관과 나, 그리고 차한성 현 대법관 등 세 명이 대법관 제청 후보자로 동시에 추천받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법원노조는 노조원들의 투표에 의해서 세 명을 추천했다. 

비슷한 성격의 사건 그 전에 또 있어…대법원장 의심하는 목소리도

하지만 신대법관이 조직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은 거세다. 판사 출신으로 현재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장 정도 되면 특정 재판에 대해 한마디쯤 할 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판사 시절 그런 경험이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압력으로 느낄 수도 있을 법한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구두 차원이다. 그런데 그것을 메일로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대외비’라는 표현을 써가며. 더군다나 그는 법원의 요직을 두루 섭렵한 최고의 엘리트 아닌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현직 판사는 “(신대법관은) 누구보다 법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으로 알고 있다. 현명하게 처신하실 것으로 안다”라는 말로 사퇴 주장을 대신했다. 

법원 주변에서는 메일 파동의 배경에 대해서 여러 갈래로 설왕설래가 오간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신대법관이 지나치게 현 정권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한다. 그는 “대법관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같다. 세 번째 도전인 그로서도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여긴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처음에는 신대법관의 영전이 유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법원 주변에서는 신대법관과 함께 대법관 후보에 추천된 강병섭 변호사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는 지난 2004년 2월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오르며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신임 대법관에 사시 8년 후배인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되자 불과 6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당시 춘천지법원장이었던 이영애 현 자유선진당 의원도 같이 옷을 벗었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소속 변호사로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28일자 보도에서 ‘법무법인 바른이 현 정부 출범 후 실세 로펌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곽노현 방통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대법관의 촛불 사건 개입과 본질적인 성격에서 같은 건이 또 있었다. 이대법원장의 지난 2월18일 삼성 사건 재배당 및 특정 대법관 배제 행위가 그것이다. 이대법원장은 삼성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고집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한 특정 대법관을 향후 심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전례 없는 코드 배제의 주인공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