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로 내부 단속하고 태국식 왕조 체제로 가는가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3.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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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명이 진단하는 북한의 변화 /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 지난 1월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중대회.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외교’가 재개되었다. 로켓 발사 실험은 북한이 대내외적 위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히든 카드이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4월4일에서 4월8일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다’라고 통보했다. 국내의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로켓 발사 시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발사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 체제에 대한 인정과 확고한 안전 보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와병 상황에서 한국과 서방 세계에 급속히 번진 ‘북한 붕괴론’이 평양 주석궁을 상당히 긴장시켰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로켓 발사 실험의 일차적 목표는 김정일 위원장 3기 체제 출범을 앞둔 결속력 강화에 있다는 것이다. 3기 체제는 곧 차기 후계 구도와도 맞물린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3대째 부자 세습이 지금 평양에서 준비되고 있다. 가능할까. “가능하다”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태국식 왕정 체제’가 공통적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김동현(미국명 통 킴) 고려대 연구교수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지금 체제는 사실상 왕조 체제이다. 북한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난 일제 식민지 하에서의 36년을 제외하면 왕조 체제 외에 다른 체제를 운영해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지난 27년간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관으로 일하면서 한·미 외교와 북·미 외교의 현장에 늘 함께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을 17차례 방문한 전력이 있다. 지금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2005년 12월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 “2000년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김위원장이 직접 태국식 왕정 체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김위원장은 그 제도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다만, 미국 국무부 통역관의 신분으로 들었던 내용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이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시사저널>은 국내의 유력한 북한 전문가 5명에게 설문 인터뷰를 요청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동현 교수 외에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 국책연구기관의 ㄱ실장 등이다. 이들은 비교적 객관적 시각에서 학계와 연구소에서 북한과 관련한 연구·발표를 활발히 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노림수는 무엇인가?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EPA

로켓 발사 카드는 북한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선택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또한, 대외용이라기보다는 대내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으로서는 (로켓 발사로) 잃을 것은 거의 없고, 얻을 것은 상당히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실패의 부담도 있지만,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얼마든지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김정일 체제에 대한 선양의식을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군부의 강한 충성심을 유도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ㄱ실장은 “북한의 최대 목표는 내부용이 60~70%이고, 대미협상용이 20~30% 정도이다.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에 앞서 대내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셈이다”라고 밝혔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사일 능력을 확보한다는 군사적 목적과 미국과의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한다는 외교적 목적 두 가지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그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목적은 체제 수호와 정권 유지를 담보 받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백승주 센터장은 “무엇보다 핵 탑재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군사적 의미가 상당히 크다.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미사일의 수출 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일의 와병 이후 어수선해진 북한 내부를 결속시키고, 무엇보다 후계 구도와 맞물리는 김정일 3기 체제를 확고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이런 미사일 발사 카드가 가장 효과 만점이다”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교수는 “현재 여기(미국)의 입장은 일단 (로켓 발사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지만, 설사 또 발사를 강행한다고 해서 북한과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상황에 대해 김교수는 “현재의 오바마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원만한 대화를 원한다. 전쟁을 할 여력도 없지만 전혀 원치도 않는다. 하지만 지난 정권의 네오콘들은 아직도 남아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팀이 완전히 구성된 것도 아니다. 시급히 대처할 상황이 못 된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방안은 무엇인가?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새 군 지도부와 함께 포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수는 “얼마 전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한 인터뷰에서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그것은 아버님만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는 대단히 의미가 크고 가장 신뢰성 있는 내부 정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미국)에서는 북한의 3대째 권력 세습을 부정적으로 봐왔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것이 가능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 예언해왔다. 이곳 사람들은 동양의 봉건주의적 사고를 잘 모른다. 냉철히 보면 북한은 이미 지금도 왕정 체제 국가이다. 정통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유교적 민족주의 군주 체제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북한은 김정일 일가라는 절대적인 상징 아래에 당과 군부 내각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권력 분산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태국식 왕정 체제 가능성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의외로 많다. 백센터장은 “김정일 3기 체제는 사실상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셋째 아들 김정운으로의 후계 가능성이 강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절대적 독재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태국을 모델로 하는 왕정 체제를 구상할 가능성은 매우 크고, 또 오래전부터 그런 가능성을 보여왔다”라고 분석했다.

고교수 역시 “북한은 이미 가계 우상화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 현재 김정일 가계를 뛰어넘을 세력도 없다. 다만, 김일성 대와 김정일 대가 다르듯이 3대째에 가면 또 다를 것이다. 따라서 3대째로 넘어가면 일본이나 태국식의 왕정 체제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띌 가능성은 크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일본 천황처럼 권력자가 상징적 성격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최근 펴낸 저서 <전쟁과 평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태국의 국왕 체제에 관심이 많다’라고 밝혔다. 장대표는 “얼마 전 태국의 외무장관이 입북한 적이 있는데, 탈북자 문제 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태국의 왕조 체제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김정일이 꿈꾸는 권력 구도는 자신을 포함해 자식까지는 왕족으로 남고, 그 후손들은 태국 왕족처럼 어떤 권력도 손대지 못하게 영원히 보호해줄 장치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성장 실장은 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그는 “북한이 분단 국가가 아니라면 모를까, 남한 및 서방세계 국가들과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좀더 강력한 지도 체제가 필요하다. 왕정 체제로는 남한을 상대로 싸울 수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ㄱ실장은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는 “김정일의 아들은 과도기적 성격의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상징적인 권력자로 대접은 받겠지만 과거처럼 절대 권력은 어렵다고 본다면 집단 지도체제 형식이 유력하다고 본다. 왕정 체제는 형식 논리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대외적으로  표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 향후 남북 관계의 전망은?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의 분석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도 쏟아진다. 고교수는 “남북 관계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설정이 제대로 안 되면 정권 내내 상당히 어렵다. 지금은 양쪽 모두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은 상황이다. 설사 남한이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표방했던 것을 완전히 뒤집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은 중국이 북한을 떠안고 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 극복에 있어 남한 말고도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입장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라고 우려했다.

김교수는 “북한은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대화 제의도 술수라고 본다. 현재 남한 정부는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도 목소리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곧 붕괴된다고 확신한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북한을 고립시켜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은 (남한의) 오판이다.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ㄱ실장은 “최근 정부가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기는 하지만,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대통령의 발언이 당초 ‘통미봉남은 가능하지 않다’에서 최근 ‘개의치 않겠다’는 쪽으로 변화하는 기류 역시 우리의 입장이 점점 궁색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동북아의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중국 간의 협조 체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민족 내부 대화가 단절되다 보니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정실장은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한이 계속 대화를 제의하고 설득하면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냥 ‘기다림의 전략’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 주변에는 확실한 북한 전문가가 없고, 소위 ‘MB 네오콘’을 설득할 파워엘리트도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백센터장은 “지금의 상황이 경색 국면이니까 이 정권 4년 내내 남북 대화는 단절될 것으로 보는 것은 대단히 편협한 시각이다. 지난 1998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남북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 충분히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 개성공단 육로 통행이 뚫리자 남측 화물 차량이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출경 심사대로 향하는 방북자들. ⓒ연합뉴스

개성공단이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는 남북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 속에 혹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 개성공단을 잇는 육로 통행 길을 놓고 허용과 불허 사이를 숨 가쁘게 오가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개성공단을 사실상 방치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진심이 결국, 폐쇄 쪽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개성공단을 먼저 폐쇄하자고 나서는 쪽이 결국은 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개성공단이 처한 현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서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외 신인도와 경제적 실효성 모두에 있어 그렇다. 다 떨어진 끈이나마 남북 간의 유일한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서로 필요에 의해서 당분간은 현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고려대 연구교수는 “북한이 남한 정부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개성공단 문제에는 또 달리 복잡한 요소가 있다. 북한으로서는 굶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있다. 폐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더 문제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계속 이렇게 끌고 가면서 현 남한 정부가 물러나면 새 정부를 상대하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4년은 아직 길다. 문제는 남한 정부의 명확한 태도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면 꼭 지난 부시 정권을 보는 것 같다.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않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것이 상대방을 더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 국책 연구기관의 ㄱ실장은 “국책 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금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현 정부는 당초 나들섬 구상에 더 관심을 보였고, 이후에는 변형된 형태의 파주 계획을 갖고 나왔다. 개성공단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을 미리 보여준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현상 유지를 원할 것으로 본다. 폐쇄할 경우 부담이 엄청나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갖는 역사적 의의는 현 정부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개성공단이 갖는 효과는 크다. 남한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일견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듯하지만 또,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못하게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개성공단 문제는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우리에게도 역사적 가치가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북한 역시 경제적 이유를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얀마 식의 극단적인 고립주의로 나가지 않는 한 개방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함부로 폐쇄하기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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