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판치는 ‘양면의 정글’
  • 하윤금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
  • 승인 2009.03.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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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노동시장, 스타급·신인급 대우 ‘극과 극’…표준계약서 도입 등 관련 법 제정 서둘러야

▲ 한 연예인의 전속 계약서. ⓒ뉴시스

장자연씨의 죽음으로 또다시 신인 연예인들이 직면해 있는 적나라한 현실과 부당한 처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가수, 매니저 등 40여 명이 모였던 ‘대중음악개혁포럼’에서도 가요계 PR비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었다. 당시 포럼에 따르면 소속 연예인을 스타로 띄우기 위한 일부 연예 기획사의 로비에는 접대, 골프, 현찰, 성상납 등이 주로 동원되었다.
 이는 연예인 노동시장의 특성상 항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먼저 연예인 노동시장은 상위의 희소한 스타급 연예인을 공급하는 수요 밀집 시장과 하위의 조역, 단역, 신인 연예인들로 이루어진 공급 과잉·수요 빈곤 시장으로 이중적 구조를 이룬다. 그러므로 상위 시장의 스타급 연예인들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하위 연예인들은 연예기획사, 제작사, 광고사 등에 대해 불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는 연예기획사로 불리는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이 명확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해 적자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이는 우회 상장된 대형 기획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우리나라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의 업무가 매니지먼트 업무(연예인의 관리)와 에이전시 업무(연예인의 고용 알선 업무)로 전문화되지 않고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업무 범위와 업종 규정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수수료나 이익 배분율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아 명확한 계약과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사들, 적자 보전 위해 탈법 불사

그 결과 스타급 연예인에게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속금 지급과 고비용 지출, 9 대 1이나 10 대 0 등과 같은 고수익 분배 비율을 제시하게 된다. 반면, 교섭력이 없는 신인 연예인에게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위험 부담을 이유로, 또 스타급 연예인에게 투자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서 2 대 8, 3 대 7 등과 같은 낮은 분배 비율을 강요하게 된다. 이와 같이 체계화되고 합리적인 경영 방식과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은 적자 보전을 위해 왜곡된 사업 방식을 영위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복합 대형화(제작 부분과의 수직 결합 등), 금융화(우회 상장, 주가 조작 등)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나, 대부분 규모가 작은 중소 매니지먼트사들은 장자연씨의 경우처럼 소속 연예인들의 불리한 위상을 이용한 불법·탈법적인 비리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연예인들과 연예기획사들 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은 노예계약 등으로 불리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등을 통한 시정 조치로 일정 부분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표준계약서가 도입되지 않고 있고,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인 연예인들에 대한 비리와 불합리한 문제점들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연예매니지먼트업에는 여타 사업과 다른 여러 가지 특수성이 존재한다.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문화 산업에 필수적인 전문화된 노동력을 관리하고 거래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 분야가 발달된 미국에서조차도 오랫동안 그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다가 1959년 캘리포니아 주가 관련 법인 ‘탤런트 에이전시법’을 만들면서 시장이 투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여러 문제점들이 고려된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졌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현재 국회 최문순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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