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린 유로화“10년 내 세계 통화”
  • 조명진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아디아 컨? ()
  • 승인 2009.04.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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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개국 3억3천만명 사용…무역·투자 촉진 등 수혜

▲ 지난 1월1일 유로존 가입을 축하하는 폭죽이 슬로바키아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유럽중앙은행의 트리셰 총재. ⓒXINHUA(왼쪽), EPA(오른쪽)

유로화는 1999년부터 국제 외환시장에서 전자화폐로 거래되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02년 1월1일부터 통용되기 시작했다.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은 유럽연합의 단일 통화 유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로는 먼저 가입 국가의 증가를 들 수 있다. 2007년 슬로베니아, 2008년 키프로스와 몰타 그리고 올해부터 슬로바키아가 가입해 총 16개국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덴마크와 폴란드도 가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는 이제 16개국 3억3천만명이 사용하는 화폐가 되었다. 유로 덕분에 나타난 낮은 인플레이션은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국가 지역) 내에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해 지난 10년간 1천6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러한 고용 인원 수는 그 이전 10년간 고용이 창출된 인원의 3배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ECB) 트리셰 총재는, 유로는 유럽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며, 유로 덕분에 물가 안정을 이룩했고 물가 안정이 유럽 연합 회원국의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회 푀터링 의장은 전세계적 금융 위기에서 유로가 안정의 절대적 요소라며 단일 통화가 유로존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그 역할을 유럽중앙은행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ECB는 환율의 안정 장치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금융 위기에서 부동산 거품이 많았던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심각한 외환위기에 빠졌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리셰 ECB 총재는 “금융 위기와 같은 풍랑의 바다에서는 작은 배보다 크고 든든한 배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유로가 성공한 화폐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로화의 도입에는 단순히 새로운 통화가 등장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즉, 달러가 점유해온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대신할 화폐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의 대이동>의 저자 프레스토위츠는 유럽이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수요자라는 점을 감안해 영국이 유로를 채택한다면 OPEC가 유로화로 유가를 표시하게 되어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은 과연 유로존에 가입할 것인가. 유로가 언제 기축통화로서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인가.

‘보수적인’ 영국의 유로존 가입이 관건

유로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화폐로 평가되는 독일 마르크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독일인들이 유럽중앙은행이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유로화의 도입은 1957년 유럽 통합이 시작된 이후 유럽 경제를 주도해온 독일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델라메이드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독일에서는 결국, 나치당이 등장했다. 이런 이유에서 독일중앙은행, 이제는 유럽중앙은행의 주된 역할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통화 안정이다”라고 역설한다. 델라메이드는 “독일 경제가 굳건한 이상, 유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심지어 프랑스가 탈퇴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한다. 그저 독일 경제만 문제 없으면 유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를 펴며 유로는 독일의 전유물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논조를 펴고 있다.

유럽 통합은 195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영국이 가입한 것은 1972년이었다. 영국의 ‘보수주의’는 유로존 가입을 주저하게 만든 요소이다. 런던 금융 지역을 일컫는 ‘더 시티(The City)’에는 1, 2차 세계대전을 극복하고 우뚝 섰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 더불어 파운드는 세계 52개국이 가입된 영연방(Commonwealth)에서의 기득권의 상징임과 동시에 대영 제국으로부터 이어온 영국의 자존심이다.

금융 산업은 영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유로를 도입하는 것은 더 시티의 기득권을 독일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영국 금융 산업에서 환전과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가 30만명이나 된다. 유로를 도입함으로써 유럽 각국의 방문객이 자국 화폐를 영국 파운드로 바꾸면서 환율과 수수료에서 얻어지는 수익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미국 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달러 보유국들의 태도와 달러 방출 시기도 관건이다. 이들 달러 보유국들이 조용히 유로를 대체 통화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로는 이미 기축통화의 위상을 차지한 것 같다. “유럽연합의 완성을 논할 때까지는 반세기가 더 걸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로화는 10년 내로 세계 통화가 될 것이다”라는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전망은 결코 꿈이 아니다.


ⓒ연합뉴스
유로 지폐와 동전은 각각 7가지이다. 동전으로는 1센트, 2센트, 5센트, 10센트, 50센트, 1유로, 2유로가 있고, 지폐로는 5유로, 10유로, 20유로, 50유로, 100유로, 2백 유로, 5백 유로가 있다. 유로폴과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7가지 지폐 중 위조지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50유로이다. 지난 2008년 발견된 위조지폐 중에 약 40%가 50유로이고, 약 30%는 20유로 지폐이며, 20% 정도가 100유로 지폐였다. 2백 유로와 5백 유로의 고액 지폐는 위조지폐의 5% 정도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2백 유로 이상의 고액권은 주유소에서 받지 않고, 일반 유럽 사람들은 50유로 지폐 이상은 갖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은행 현금 인출기에서 나오는 가장 높은 단위의 지폐가 50유로이다. 지난해 발견되어 폐기 처분된 유로 지폐는 약 31만장이었다.

지폐뿐만 아니라 위조 동전도 발견되고 있는데, 지난 한 해 약 21만개가 적발되어 폐기 처분되었다. 2002년부터 위조 동전이 발견되어 매년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약 7백억개 동전이 유통 중인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규모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위조가 가장 많은 것은 2유로 동전으로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작은 단위의 위조 유로 동전은 50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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