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대박’을 노리다가…
  •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 팀장) ()
  • 승인 2009.05.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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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현·이도훈 씨 사례로 본 무모한 투자 / 장기 여유자금 운용이 정석

▲ 종합주가지수가 1400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 객장을 찾은 고객이 주식 현황판을 보며 낙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만 해도 3월 대란설이 불어지며 지수 1천 선을 위협하던 증시가 불과 두 달이 조금 지난 현재 1천3백 선을 훌쩍 넘어섰다. 다시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펀드 투자로 손해가 컸던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 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대출을 이용하거나 신용 투자를 이용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는 5년 이상의 장기 자금에 한해 해야 하고 빚을 내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원칙이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40세 양두현씨는 1년 전 서울 대림동 집을 팔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몇 년 전부터 주식 투자를 해왔던 양씨는 거듭되는 투자 실패로 최근 2년간 2억원의 빚이 생겼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지자 대림동 아파트를 팔아 빚을 일부 갚을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수원으로 옮긴 것이다. 수원으로 이사할 당시 한때 4억원에 육박했던 대림동 아파트를 3억1천만원에 급매로 처분했다. 기존 담보대출금 1억2천만원과 신용대출 등 2억원을 상환하고 나자 손에 쥔 돈은 고작 1억원 남짓. 가족들에게 일부 지원을 받고 기존의 담보대출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병점역 부근의 아파트를 1억8천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최근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지난 4월 저축은행을 통해 추가 담보대출 4천만원을 부인 몰래 받아 또다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조심스럽게 투자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마음이 급해지자 투자 종목을 여러 번 바꾸고 신용으로 주식을 사면서 또다시 5백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부인과 여러 번 부부싸움을 한 끝에 더 이상 주식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상태이지만 노후 준비와 자식들의 교육비 마련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다.

거듭된 투자 실패로 아파트 팔아 빚 갚아


경기도 분당에 사는 32세 이도훈씨는 올해 9월께 결혼을 할 예정이다.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지난 6년간 모아둔 7천만원을 잘 불려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초 펀드에 투자했다. 이 중 4천만원은 국내 펀드에, 나머지 3천만원은 중국과 동유럽 펀드에 투자했다. 가입 시점인 지난해 4월의 주가지수는 1천4백70 선. 불과 몇 달 전에 2천 선을 돌파했던 상태에서 1천5백 선이 무너지자 충분히 하락했다고 생각하고 펀드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10월 초에 지수가 다시 1천3백 선을 위협하자 이번에는 펀드를 담보로 1천5백만원을 대출받아 국내 펀드에 물타기를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주가는 1천 선이 무너지고 9백 선까지 내려갔다.

문제는 펀드 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 부족. 결국, 이씨는 펀드를 환매해 대출금을 상환해야 했다. 당시 펀드를 환매하고 대출금을 상환한 후 남은 펀드 잔고는 불과 9백만원 정도. 만약 지금까지 그대로 국내 펀드를 유지했더라면 상당 부분 손실이 만회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원금의 30%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해외 펀드 역시 원금의 절반가량 손실이 났다. 불과 1년 만에 투자 원금 7천만원이 2천5백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깨끗하고 위치 좋은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려던 이씨는 지금 빚을 내서 전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어버렸다.  

위의 두 사례는 모두 무리하게 투자를 해서 낭패를 본 경우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투자를 하는 이유는 정상적인 급여만 가지고는 내 집 마련 자금,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등 목적 자금을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투자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고 장기 여유 자금에 한해서만 투자를 해야 한다. 아쉽더라도 현재의 자산에 맞게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큰 화를 면하는 길이다.

위의 사례는 이미 손실이 발생한 상태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과거의 손실을 확정시키고 현재의 자금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미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장은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수가 있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것이 좋듯이 고통은 빨리 떨쳐내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된다. 특히 빚이 있는 경우는 상황이 심각하므로 무조건 빚부터 없애거나,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줄여놓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투자를 할 때에는 수익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많다. 각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과도한 욕심보다는 합리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여유 자금에 한해 투자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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