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불교계만의 갈등 아니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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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인터뷰

ⓒ시사저널 박은숙
불교계의 시국 선언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주도로 이루어졌다. 실천승가회는 인권·민주·통일 등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법안 스님은 지난해 4월부터 실천승가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인권위원회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불교의 대표적인 실천운동가이다. 6월17일 그가 주지로 있는 북한산 금선사에서 만났다.

이번 불교계의 시국선언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시국선언이 나온 배경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면 균형감이 상실되었다. 빈부와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이, 무조건 성장 일변도로 간다.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정책적인 배려와 관심이 없다. 반면, 가진 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만 한다. 이래서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없다. 지금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불교계는 그동안 피땀으로 이룬 민주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해결될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와 국민은 잘 지내는데 불교계만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불교계와 정부의 갈등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이다.

정부의 ‘종교편향’은 얼마나 시정되었다고 생각하나?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종교차별법 제정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고, 공무원 복무 규정만 몇 자 수정했을 뿐이다. 지난해 범불교도대회 때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종교 차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이대통령은 마지못해 떠밀려서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그게 더 구차한 모습이었다. 불자나 스님들의 마음을 읽고 진정성을 가지고 화답해야 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불교를 깊이 이해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불교의 역사·전통·문화 등을 살펴야 하는데 단순한 종교로 보니까 풀어가는 방법도 어설프다.

이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종교성’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 이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 시절부터 종교 성향이 강했다.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라는 말이 문제가 된 것도 그렇다. ‘종교 갈등’은 이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예견되어온 것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각료들과 정부 주요 인사들의 상당수를 자신과 친분이 있는 개신교인으로 채웠다. 또한, 일부 개신교도들이나 대형 교회들은 이대통령을 통해 개신교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워야 한다.

어떤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미 알려진 대로 권여사는 20년 넘게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들어간 후 다른 종교에 영향을 미칠까 봐 언행과 행동을 조심했다. 퇴임하기 직전에야 다니던 절을 찾고 청와대에 들어간 후 내지 못했던 신도 회비를 한꺼번에 냈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의 가치는 ‘돈’이다. 돈은 탐욕에서 나온다. 돈을 쫓다 보니 개발과 성장 일변도로 간다. 이런 국정 철학이 출발에서부터 잘못되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참여’와 ‘절차’인데 이런 것도 무시되었다. 국민의 인권도 무시되고 있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국민을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불교계는 각종 인권운동과 사회운동에 앞장서왔다. 종교의 사회 참여가 갖는 의미는?

종교는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는다. 불교계는 오랫동안 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왔다. 한때 내부 혼란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종단이 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중생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나눌 것이다. 그 자체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수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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