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계 화두 중 하나는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경기가 급강하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지난주 메세나협의회가 공개한 자료에는 이런 걱정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이 나와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5백대 기업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총 6백29개사가 문화예술 활동에 지원한 금액은 1천6백59억8천만원으로 지난 2007년 1천8백77억3천만원보다 11.5%가 줄었다. 지난 2003년 이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이었으나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일거에 두자릿수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중소기업도 가세하는 등 오히려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예술 지원 매칭 펀드의 경우 올해 예산을 잡아놓은 것이 4월 말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매칭 펀드는 중소기업이 10을 내놓으면 정부에서 10을 더해 중소기업이 지정한 예술 단체에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7~ 08년까지 성도GL이 헤이리 오케스트라와 맺어지는 등 총 68커플이 결연을 맺고 25억여 원이 지원되었다. 최근 메세나협의회 회장에 재선임된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은 “이런 사업은 정부에서 과감하게 예산을 늘려 도와줬으면 한다. 문화부장관에게도 건의했다”라고 밝혔다. 박회장은 “가을 정기 국회 때 메세나특별법이 제정되어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업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문화예술계 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으로 ‘메세나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매칭 펀드가 중기적 처방이라면 특별법은 장기적이고 근본적 처방이라는 것이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과거의 메세나 활동이 기업의 자선적 관점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적 사회 공헌 개념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화 경영’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 세제 지원책을 마련해 주기만 하면 정부 예산을 따로 들이지 않고도 문화예술계를 지원해 주고 기업 경영 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메세나협의회의 주장이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메세나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미 공청회도 가졌다. 메세나특별법의 모델은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는 기업 매출액의 0.5% 한도 내에서 지원금의 60%까지 세액을 공제해 준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메세나특별법에 프랑스처럼 예술 기부 금의 세액 공제, 개인의 경우 1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 금액의 90% 이상을 세액 공제, 문화예술 비영리 법인에 대한 지방세 감면,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 훈련비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담으려고 하고 있다.
불경기로 세수가 줄어든 것이 정부의 부담이 된다면 일단 법 제정부터 하고 시행 시기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메세나협의회의 입장이다. 메세나협의회에서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세수 감소분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메세나는 문화예술뿐 아니라 과학이나 스포츠 분야에 대한 기업의 지원 활동도 포함된다. 스포츠 분야 중 최근 들어 생활 스포츠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골프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세계적인 골프용품업체인 던롭 스릭슨은 7월부터 한국 중·고등학교 골프연맹에 소속된 주니어 골퍼를 대상으로 스릭슨 볼 Z-STAR, Z-STAR(X)를 50% 할인가로 판매한다. 던롭 마케팅팀 김세훈 팀장은 “최고의 기량과 성적으로 최고의 골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니어 선수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후원 활동을 통해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크린 골프업체 골프존도 골프 관련 메세나 활동에 나서고 있다. 골프존은 ‘골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남양주 수동초등학교 박소혜 학생과 대전체육고등학교 김진호 학생에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여에 걸쳐 1억5천여 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남극 세종기지에 한국 대원들을 위해 골프존 시뮬레이터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동안 남극에서 체육 활동은 탁구와 헬스가 전부였지만, 지난 1월 골프존 설치 이후 날씨와 관계없이 실내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