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에 걸린 ‘동아 4세’ 경영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7.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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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사장 등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미디어법 통과 앞두고 정치 쟁점화 움직임

▲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옆에 세워진 구독판에서 시민들이 신문을 보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이 지난 2008년 1월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생겼다. 동아일보측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에서 촉발된 사건이 정치적 외압설,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 개입설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이다.

이는 김재호 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사장은 지난해 3월 동아일보 사장에 취임했다. 인촌 김성수, 일만 김상만, 화정 김병관 전 명예회장에 이어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사장 취임 이후 그가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전성기 시절 동아일보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방송 사업에 진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신년사에서 “미디어 빅뱅 시대에 방송 진출은 언론사의 시대적 사명이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동아닷컴을 통해 인터넷 뉴스 방송인 <동아 뉴스스테이션>을 시작했다. 올 3월에는 방송 PD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 각종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김사장뿐 아니라 동아일보사의 방송 진출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부에는 이미 이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회 공기인 언론사의 사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방송마저 허용하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 검찰 조사와 별도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검찰 고발’ 취지로 금감원이 올린 안건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위)를 거치면서 ‘수사 기관 통보’로 낮추어지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자조심위 회의 과정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 심의를 앞두고 실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금감원 직원을 회의장에서 퇴장시켰다.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나 해당 부서는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자조심위 일자와 참석자, 회의록 자료 등을 금융위에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측 “검찰에서 모든 내용 밝히겠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당시 자조심위 참석 인사는 금융위원회 ㅎ국장, 금감원 ㅈ본부장과 민간 위원인 법무법인 율촌 ㄱ변호사, 한국외대 ㅇ교수, 성균관대학교 ㄱ교수 등이다. 증선위 상임위원인 ㄱ씨의 경우 당시 해외 출장 관계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조심위를 통과한 안건은 지난 6월24일 증선위 의결을 거쳐 검찰에 통보되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당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의결 안건은 총 10개였으며, ‘OCI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 조치안’은 마지막에 다루어졌다. 하지만 별다른 수정 없이 총 9개 안건을 두 번에 걸쳐 일괄 상정한 뒤, 원안대로 의결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자조심위에서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쳐 ‘수사 기관 통보’로 결정되었는지가 향후 의혹을 풀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인사는 “자조심위에서 검찰 고발을 수사 기관 통보로 낮추기 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 구체적으로 논의 사항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조심위에서는 한 가지 안건만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민감한 경우 보호를 위해 담당자를 제외하고 퇴장을 명령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불거지자 동아일보측도 진화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지난 7월11일자 2면을 할애해 “동아일보가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투자에 활용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다”라는 해명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A사(OCI 지칭)는 2007년 매출 1조3천억원, 순이익 1천3백억원의 실적을 올린 우량 회사이다. 증권사 역시 투자자들에게 배포하는 각종 리포트에서 매수 유망종목으로 추천했기 때문에 주식 불공정거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동아일보가 해당 종목을 처음 매입한 시점은 2008년 1월25일이었고, A사의 호재성 공시는 6일 뒤인 1월31일이었다. 동아일보가 사전에 정보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주식 매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새로운 정보도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조심위 절차 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당 실세들이 관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6월 초 동아일보측 인사가 저녁 늦게 금융위와 금감원에 찾아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이다. 현재까지 동아일보측 인사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동아일보측 인사를 만난 곳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당시 금융위 쪽 인사가 이들을 만났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물론 금융위측은 현재 이같은 내용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공은 검찰로 넘어간 상태이다.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김재호 사장 외에도 OCI 오너 일가 등 1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금융조사1부에 사건을 배당한 상태이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통보되었다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판단을 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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