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가관’
  • 석유선 (의학 전문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7.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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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지자체 “우리가 최적”…선정 후폭풍 우려

▲ 5월6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청주실내체육관 광장에서 열린 충북도민 궐기대회에서 정우택 도지사(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충북 오송 유치를 기원하며 오색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 선정이 임박하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7월 말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중앙 정부에는 연일 유치전에 뛰어든 10개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첨복단지는 2012년 가동을 시작으로 2038년까지 총 5조6천억원을 투입해 100만㎡ 규모로 조성하는 범정부 차원의 블록버스터급 프로젝트이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병원) 등 연구개발을 위한 핵심 인프라와 벤처 기관 및 연구 기관이 들어서면서 약 82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8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향후 100년간 먹고살 길이 열리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생각에 10개 지자체는 너나없이 첨복단지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곳은 ▲서울 마곡R&D시티 ▲인천 송도국제도시 ▲경기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부산·울산·경남 양산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 ▲대전 대덕R&D특구 ▲광주·전남 진곡일반산업단지 ▲강원 원주기업도시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충남 아산 인주산업지구 등 총 10곳이다. 단 1곳만을 선정한다는 정부 계획이 이행된다면 경쟁률이 무려 10대 1인 셈이다.

경쟁자가 많아지다 보니 지자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최적지라고 난리이다. 첨복단지 선정 발표 직후 가장 유력시된 곳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이다. 이곳에는 1997년 국가 바이오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11개 국책 기관과 CJ제일제당, LG생명과학 등 국내외 58개 제약 관련 회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첨복단지 인프라가 있어 초기시설투자비 8천억원 중 5천억원의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지난 2002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2008년 바이오코리아 등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경험으로 첨복단지에 따른 바이오산업 육성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정치 논리만 배제한다면 오송이 최적지이다”라고 강조했다.

오송을 바짝 뒤쫓고 있는 곳은 대구·경북이다. 대구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등 지역 내 6개 의과대학과 4개 대학병원 임상센터를 갖춰 의료 인프라가 뛰어나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스스로를 ‘메디시티’로 지칭하며 서울 지역 전광판, 지하철, 시내버스에까지 한 달간 집중적으로 광고를 벌이는 등 첨복단지 유치로 ‘대구=의료도시’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부산·울산·경남도는 올해 초 정·관·학계, 병원, 언론 등 지역 대표 100명이 동남권 첨단의료복합단지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첨복단지의 양산시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 기관 인프라와 연구원이 거주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 뛰어나고 외국의 대학연구소와 연계가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치 논리로 결정될 것” 관측도 나와

▲ 강원도 원주시가 5월18일 대규모 범시민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막바지 유치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시는 이미 2005년부터 단지 조성을 추진해 부지 매입까지 끝낸 상태로, 단지로 지정되면 바로 조성 공사에 착수할 수 있어 시간과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교통 접근성에서도 수도권과 가깝고 충청, 영남, 호남, 영동권과 연계성이 좋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2005년 혁신클러스터 지정 이후 첨단의료기기의 대외 수출 비중이 전국의 30%를 차지하는 점도 강점이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 내 첨단의료복합단지(99만㎡)와 한국뇌과학연구원(5만2천㎡) 부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송도에 이미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기업의 입주가 확정되어 의료단지 조성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원 광교신도시(2011년 완공)는 화성 향남 의료·제약단지와 가까워 의료 허브로서의 성장 잠재성을 부각시키고 있고, 대전시는 35년간 국내 연구 개발의 거점이 되어 온 대덕연구개발특구뿐 아니라 74개 정부 출연연구소와 민간기업연구소, KAIST 등 1만8천여 명의 풍부한 인력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잇달아 결의대회를 열고 박성효 시장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만나는 등 막판 세몰이에 열심이다.

서울 마곡지구는 10곳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에 자리해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 의료 관련 기업과의 연계가 용이하고 김포공항, 인천공항 인접성 등 인적-교통 인프라가 풍부해 최단 기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광주·전남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권에 선정되어야 한다는 국토 균형발전 논리로 접근했으나,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와 F1대회 유치에 주력하면서 힘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 선정이 임박하면서 유치전이 점차 가열되자 결국은 ‘정치 논리’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선정 후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최근 대구·경북을 상대로 정치권에서 지지 목소리가 속속 감지된 것이 불씨가 되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3월 대구시청을 방문해 대구 출신인 (전재희) 장관에게 ‘전화 좀 하라’며 지원사격하는 한편, 대구가 지역구인 이명규 의원은 “첨복단지를 정권 차원에서 대구 경북에 선물로 줘야 한다”라고 발언하면서 다른 지자체의 비난을 샀다. 특히 입지 선정 평가단 추천 권한을 가진 4대 국책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토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의 수장과 주무 부처인 전재희 장관이 모두 TK 출신이라는 점도 ‘대구 밀어주기’라는 ‘선입견’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치 논리설에 대구는 시의회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된 선전으로 폄훼하고 있다. 정치적·지역적 고려를 일절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해 달라”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복지부는 우선 10개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내놓았다. 정주 여건의 우수성 및 개선 가능성, 교통 접근성 및 개선 가능성, 우수 의료연구개발 기관의 연계 정도, 우수 의료연구개발 기관의 집적 정도, 우수 의료 기관의 집적 정도, 부지 확보의 용이성, 사업의 조기 추진 가능성, 첨단의료복합단지 운영 주체의 역량, 지자체의 지원 내용, 국토균형발전 기여 효과 등이다. 복지부는 신중한 심사를 위해 한 차례 입지 선정을 미룬 만큼 평가단도 무작위로 뽑기로 했다. 현 2백40여 명의 평가단에서 무작위로 60여 명을 선정해, 현지 실사 등 엄정한 평가로 배점을 맡겨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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