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공들인 충청권만 ‘수성’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7.2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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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선거, 친박계가 영남권 싹쓸이하면서 ‘무게 중심’도 옮겨

▲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왼쪽)이 7월23일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7월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서울시장 뽑는 줄 알았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사뭇 치열했다. 총 유권자의 80%에 가까운 대의원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권영세 의원은 경쟁자로 나선 전여옥 의원을 2백50표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1년 임기의 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날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인 이유는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가 깔린 대리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친이재오계와 정몽준 최고위원측이 전의원을, 친박근혜계와 소장·중립파가 권의원을 지원한다는 주장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친이명박)계’가 그동안 수도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 투표 결과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물론 이를 곧바로 친박계의 승리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다만, 친박계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도권에서 중도파를 등에 업고 친이계를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이번에 선출된 시당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직·간접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차후 당권은 물론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계파별 우세 지역 확연히 드러나…수도권도 친박계 약진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를 끝으로 한나라당의 전국 시도당위원장 선출은 사실상 마무리가 되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계파별 우세 지역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친이계가 다소 주춤한 사이 친박계가 기세를 높이는 경향이 엿보인다. 영남권은 친박계가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서상기 의원이 친이계 이명규 의원과의 대결에서 이겨 대구시당위원장에 재임했고, 유기준 의원이 친이계 김정훈 의원의 후임으로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았다. 경북에서도 친박계 김태환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경선 없이 선출되었고, 경남 역시 친박 성향인 이주영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

반면, 충청권은 친이계가 모두 장악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충청 지역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점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셈이다. 원외 인사로 구성된 충청 지역에서는 검사장 출신의 이훈규 아산 당협위원장이 충남도당위원장에,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로 활동한 송태영 청주 흥덕 을 당협위원장이 충북도당위원장에 각각 선임되었다. 연임에 성공한 송병대 대전시당위원장도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강원도당위원장도 친이계 허천 의원이 맡았다.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수도권에서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주도권을 행사해 온 친이계가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은 물론, 인천시당위원장도 친이계 홍일표 의원 후임으로 친박계 중진 이경재 의원이 맡게 되었다. 친이계 원유철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친이계의 힘이 수도권에서 상당 부분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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