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리더십 그늘에서‘군심’이 흔들리고 있다
  • 김종대 (D&D Focus 편집장) ()
  • 승인 2009.08.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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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국방부장관, 인사·정보·획득 등 핵심 프로세스 모두 장악하나

 

ⓒ연합뉴스

 

2006년 4월 하순. 경기도 평택시 미군 기지 예정지에서 한 용역업체가 대추리 일대 농수로에 레미콘을 부으며 이 일대의 영농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키자 지역 농민과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극도로 험악해진 분위기에서 당시 이상희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과 김태영 합참 작전본부장(현 합참의장)은 윤광웅 국방부장관에게 일명 ‘Y지원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희 합참의장이 보고한 계획의 내용은 국방부가 소유권을 취득한 미군 기지 사업 부지에 ‘진압 장비와 무기를 휴대하고 실탄도 지정된 장소에 보관해 필요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병력을 투입하여 부지 경계선에 윤형 철조망을 설치한다’라는 것이었다. 자칫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무장 군인과 민간인이 충돌할 수 있는 첫 번째 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날 합참의 보고 자리에는 황규식 차관, 김영룡 혁신기획본부장, 정태용 정책보좌관, 안정훈 대변인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합참의장의 보고가 끝난 직후 이들 문민관료들은 차관실로 다시 모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상희 합참의장이 큰일 날 짓을 하고 있다”라며 ‘Y지원계획’을 차단하기로 결의하고 그 뜻을 윤광웅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건의로 합참의 계획은 무산되고 5월4일 새벽에 투입된 2천8백명의 군 병력은 비무장에 체육복 상의를 착용했다.

3년 전의 Y지원계획이 지금 다시 국방부를 뒤덮고 있다. 월간 <신동아>가 지난해 9월 보도에서 이 부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강력히 부인하며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7월25일 법원은 1심에서 이장관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장관은 즉각 “항소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또 다른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상자 기사 참조).

이 과정에서 보여준 이장관의 처신에 대해서 국방부와 군 안팎에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육군의 한 인사는 “자신이 지휘하는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지휘관의 당연한 본분이다. 특히 당시 시위대로부터 군 병력이 공격받는 데 대해 많은 언론이 과격 시위를 질타하고 나선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군부는 이상희 장관의 당시 의도에 대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직접 수립한 작전 계획을 이제 와서 부인하는 것이 과연 고위 공직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냐 하는 점이 실망스러운 것이다. 법정에서도 드러난 마당에 당시 군 지휘관으로서 당당하게 사실을 시인하고 이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Y지원계획 처신도 적절하지 못해

때마침 현재 청와대와 국방부 주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8월 개각 시나리오와 함께 이장관의 교체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안팎으로 이장관이 코너에 몰려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지낸 인사가 현 정부에서 초대 국방부장관에 임명되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새로운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장관이 부임한 이후 국방개혁법에 제시된 ‘국방부 문민화’ 개혁안이 대폭 후퇴한 것이다. 민간인 전문가가 임명되기로 한 정책실장은 현재 3성 장군이 부임했고, 언론인 출신이 임명되던 국방홍보원장은 예비역 장군이 부임했다. 국방부 직위의 70%를 공무원으로 대체한다는 문민화 계획은 백지화되었으며, 국방 개혁 기본 계획에서는 그 항목조차 삭제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반전 속에서 국방부가 문민의 시각으로 군을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군사적 요구에 충실한 야전사령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국방부가 앞장서서 전면전을 불사한 강경 대응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합참의 작전부서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군 원로는 “민간인 복장을 한 국방장관은 군복을 입은 합참의장과 달리 문민 통제를 구현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데 그 일차적 임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장관이 부임한 이후 국방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또 있다.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현상이 너무 가속화되었다는 점이다. 19년째 합동군 체제를 운영하는 우리 국방은 장관과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이 각기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음으로써 적절한 위임과 업무 분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총장을 주축으로 행사되던 군 인사는 ‘전문성에 기초한 인사 관리’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국방부로 그 권한의 대부분이 이동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 57명의 준장 진급자 중 작전 직능이 40%에 육박해 예전에 비해 파격적인 특혜를 누리게 되었고, 사단과 군단 참모장은 작전 출신이 아니면 진출조차 할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개혁은 통상 6~7년이 걸리는데, 단 1년 만에 해치운 것이어서 그 타당성 여부를 놓고 군의 여론이 양분되는 등 격심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준장 진급자 중 40% 가까이 ‘작전’ 출신

지난 6월 초 대전 계룡대 인근에서 벌어진 육군 장성들의 술자리 폭행 사건은 이런 혼란의 한 단면이었다. 북한의 무력 시위로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던 당시 장성들의 회식 자리에서 빚어진 이런 부적절한 사태에 대해 국방부와 육군은 쉬쉬하고 있다. 이날 술자리 다툼의 원인에도 이장관이 등장한다. 이날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ㄱ준장은 이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이장관의 인사에 불만을 가진 장성들이 ㄱ준장에게 인사 불만을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군 참모총장이 제정하는 군 규정을 폐지하고 국방부장관 훈령으로 흡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규정을 제정할 권한이 없는 총장의 권한 약화는 필연적이다. 각 군으로부터 “국방부가 통합군으로 가려고 한다”라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장관은 올해 초 “합참은 전투 정보에 전념토록 하고 전략 단위의 군사 정보는 장관실이 컨트롤한다”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이것도 역시 각 군으로부터 “이라크 정보를 잘못 다룬 럼스펠드 장관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정치적 의도로 군사 정보가 왜곡될 위험을 초래한다는 비판이다. 뿐만 아니라 이장관은 방위사업청의 획득 집행 업무를 장관 직속의 2차관을 통해 행사하겠다는 복안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1년이 넘도록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감정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우리 군의 인사, 정보, 획득 등 핵심 프로세스의 대부분이 장관 한 명에게 너무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군이 선진화·전문화되기 위해서는 군정과 군령의 계선에 위치하는 주요 직위자들이 합당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데 유독 우리의 경우 장관 1인이 제왕적 통치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인사의 문제는) 개혁의 초기 과정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잡음이다. 장관의 개혁 의지는 언젠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 증대, 전시작전권 전환이라는 안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전에 두고 이장관이 강력한 ‘개혁 카리스마’를 발휘하려 한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이장관이 꿈꾸는 ‘국방 이데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도 법과 원칙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고 각 군과의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무리 원대한 개혁의 청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항상 독선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 국방부의 평택기지 이전터 철조망 설치 작업이 실시된 2006년 5월4일 오전 작업에 동원된 군 장병의 작업을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희 국방장관이 합참의장으로 있던 2006년 당시 ‘Y지원계획’이 존재하느냐는 사실 여부는 최근까지 <신동아>와 이장관 간에 벌어진 법정 공방의 핵심이었다. 이장관은 이 월간지가 지난해 9월 보도한 ‘Y지원계획’의 존재 자체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7월22일 판결에서 “당시 원고가 (윤광웅) 국방부장관에 보고한 내용 중에는 시위 진압 병력에 총기를 휴대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혀 이장관의 고소를 기각했다.

과연 국방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느냐는 여부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이장관은 판결 직후 “당시 Y지원계획에서 소총을 휴대하도록 한 것은 ‘경계’를 위한 것이지 ‘진압’ 목적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항소하겠다”라며 이 공방에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일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으로 알려진 2006년 5월4일 새벽, 비무장에 체육복 차림으로 평택에 군 병력이 투입되어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군 병력이 일부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5월5일은 휴일임에도 이상희 합참의장과 주요 간부가 출근하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의장은 ‘시위대 4천명 전원을 구속시킬 수 있도록 조치하라’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구체적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필자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장관은 처음부터 시위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진압→전원 구속’이라는 시나리오에 깊이 집착하고 있었다”라고 증언한다.

이에 대해 필자가 국방부에 질의한 결과, 국방부는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은 그러한 지시를 한 일도 없고, 어떤 의견도 제시한 바 없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 답변 역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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