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높이 날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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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김연아, 왕좌 등극…추신수는 6위로 껑충

ⓒ연합뉴스

운동 경기에서 스타는 성적으로 말한다. 성적에 따라 인기와 영향력이 좌우된다. 스포츠 스타 순위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박찬호, 이승엽 등이 1위부터 다섯 자리를 가져간 것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지만 순위에는 변동이 있었다.

박지성·박태환·박찬호 ‘3박’이 2~4위

지난해 4위였던 김연아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1위로 등극했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성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2위를 차지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최고 명문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해 측면 공격수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유럽 최대 축구 이벤트인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선발로 나선 최초의 동양인 선수가 되기도 했다. 활약이나 명성 면에서 박지성은 국내 스포츠 인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2위로 내려앉은 것은 김연아가 상대적으로 돋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부활투를 보여주는 박찬호도 한 계단 올라섰다. 올 시즌을 선발투수로 시작했던 박찬호는 선발로서는 부진했지만, 중간계투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전 종목(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박태환은 순위가 하락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주전 자리 확보조차 버거워 보이는 이승엽 역시 순위가 하락했다. 

10위권에서는 6위에 오른 추신수가 눈에 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여하며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추신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3할대에 육박하는 타율에 8월12일 현재 13홈런, 61타점, 17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에서 조금만 분발한다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달성도 가능하다. 그는 지난 조사에서는 20위권에도 오르지 못했었다. 그 뒤로는 해외파 골프선수 3인방 신지애(7위), 박세리(8위), 최경주(9위)가 나란히 자리했다. 지난해 3인방 중 가장 뒤처져 있던 신지애가 맨 앞자리로 올라섰다. 신지애는 미국 LPGA에서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새로운 골프 여제 등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위권 안에는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축구에서 차범근(10위), 허정무(11위), 홍명보(20위)가, 야구에서 선동렬(12위), 김인식(14위), 김성근(19위)이, 농구에서 허재 감독(16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로서는 이종범(13위), 장미란(15위), 추성훈(17위), 임창용(18위)이  20위권에 들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위에 올랐다. 상위 10위권에 스포츠 스타가 포함된 것은 김연아가 유일하다. 지난 1997년 박찬호가 6위에 오른 데 이어 10위권에 스포츠 스타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부문에서 김연아가 1위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 세계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 못지않게 김연아라는 인간이 갖는 매력과 인기가 순위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 권력이나 재력이 아니라 인물이 지닌 호감과 인기 때문에 영향력 10위 안에 포함된 이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한국은 지금 김연아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녀가 입는 옷과 액세서리는 곧바로 패션이 되고 있다. 그녀가 광고모델로 나오는 냉장고와 에어컨은 매출이 급증한다. 김연아가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에는 그녀와 연결하고자 하는 팔로우어가 3만6천9백29명(8월12일 기준)이나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김연아를 후원하거나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나이키가 공식 후원 업체로 나섰다. 삼성전자, 현대차, KB국민은행, LG생활건강을 비롯해 국내외 굴지 기업 17개 업체가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아의 햅틱’이라는 휴대전화 단말기 제품을 출시했다. 김연아가 경기 중 달고 나오는 제이에스티나의 왕관 모양 귀걸이와 목걸이는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는 기업 PR모델로 김연아를 기용하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 PR모델로 한 인물이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이밖에 화장품, 냉장고, 에어컨, 교복, 제과, 우유, 음료, 세제에 이르기까지 김연아가 나오지 않는 CF가 없다.

기록 행진,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에서 나왔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자 4대륙선수권 챔피언이며, 2006년과 2007년 그랑프리 파이널을 연거푸 제패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ISU(국제빙상연맹)가 주관하는 선수권대회, 그랑프리 시리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총점 2백7.71을 기록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백점을 돌파했다. 또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총점에서 모두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아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다. 피겨스케이팅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가 출중한 데다 춤과 노력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대중스타가 갖춰야 할 스타성을 고루 지녔다. 김연아는 이제 2010년 캐나다 벤쿠버올림픽 금메달 수상을 노린다. 금메달을 딴다면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는 첫 금메달 수상자가 된다. 김연아 선수는 이제 18세이다. 김연아는 계속 성장한다. 2014년 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2세가 된 김연아 선수를 보게 된다. 22세이면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기량이나 체력이 절정에 이른다. 그녀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김연아는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 아니라 지금도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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