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MBA’는 경영의 적격자 아니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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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으로 MBA 출신 내세운 기업의 실패 원인 분석해

외국 유명 대학교에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MBA를 취득해 귀국한 유학생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시대가 있었다.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 중견 기업들은 도약을 위해 좀더 나은 인재를 필요로 했고, 인재를 고르는 데 MBA를 취득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MBA를 믿고 맡긴 일이 실책으로 돌아오고, 헛수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MBA 출신이 회사를 휘저어놓는 바람에 문 닫는 기업도 생겨났다. 믿었던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20인’에 선정된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실적 미달 기업 경영진의 MBA 출신 비율이 92%였다”라며 숭배하던 경영 방식에서 깨어나기를 바랐다. 그는 거의 모두가 신봉해 온 MBA의 근원적인 문제까지 파헤친 <MBA가 회사를 망친다>(원제 ; Managers Not MBAs)를 펴내면서 경영 일선의 잘못된 인식이나 교육 현장의 구 시대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MBA 과정이 대학을 갓 졸업하거나 조직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선발해 과거의 사례 분석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정작 ‘실전에 필요한 경영 능력’을 배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드러난 문제점을 보자. MBA에 데인 기업은 MBA라는 간판만 보고 ‘잘못된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즉 넓은 의미의 경영은 ‘경험·직관·과학’의 세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론에 치중한 경영은 관료적일 뿐 아니라 ‘계산형 매니저’를 낳는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육받았다고 해서 자신이 직관력이 탁월한 통찰가인 양 행동하는 ‘영웅형 매니저’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사람과 잘못된 방식이 문제”

MBA 출신이 ‘잘못된 방법’을 쓴다면, 그 기업이 망하는 것은 ‘100프로’이다. 그들이 배웠다는 경영 기법이 어떤 특정한 상황과 긴밀히 연결되지 못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 맞춰 변경, 조정할 수 있는 기법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기업을 존속시킬 의무가 있다. 그런데 기업을 유지시키는 도구라는 것이 관료주의와 형식화에 젖어 직원들의 행동이나 통제하는 것이라면 문제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계획, 시스템, 실적 평가 등을 도구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도구에 대해 충분히 배웠다는 MBA 졸업생이 실무 현장에서 이론을 직관과 경험으로 상쇄하지 못한 채 기업의 경영자가 되면, 그 기업도 역시 통제와 형식화에 치우침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실패하지 않고 MBA 출신 등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유능한’이라는 헛될지 모를 수식어가 붙은 인재보다 ‘현명한’ 인재, 즉 사려 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고루 갖춘 사람을 찾을 것을 권했다.  그런 사람을 키운다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는데, 그것은 ‘IMPM(International Masters in Practicing Management ; 국제 경영 실습 석사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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