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군웅할거 시대’ 오나
  • 김지영·김회권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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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이을 리더’ 각축…정세균·정동영·손학규 ‘각개약진’, 친노 인사들도 ‘정중동’

▲ (왼쪽부터)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왼쪽부터)주간사진공동취재단, 시사저널 박은숙, 주간사진공동취재단

 

▲ (왼쪽부터) 박지원 의원, 유시민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왼쪽부터)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 유장훈,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 (민주당에) 군웅할거 시대가 올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날인 8월19일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포스트 DJ’와 관련해 이렇게 관측했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자 ‘고아’가 되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거 정국’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누가 DJ의 뒤를 이을 리더가 될 것이냐를 놓고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스트 DJ’라고 부를 만큼 부각된 리더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정대표는 미디어 정국을 통해 평소 자신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벗었다. 단식과 장외 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과거 야당 대표의 ‘투사’ 이미지를 심고 있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때마다 상주 역할을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도 ‘호남의 적자’임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의 핵심 인사는 “DJ 서거는 정대표에게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당 대표로 있으면서 DJ만큼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향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큰 뜻’을 접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모두 김 전 대통령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사부였다”라고 DJ와의 인연을 자주 소개하곤 했다. 서거 이후에는 상주를 자임하면서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그는 과거 당내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동교동계와 소원해진 적이 있다. 하지만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후보로 선출되었고, DJ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통일부장관을 맡아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자산이다. 지난 4월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정’인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그의 한 측근은 “올해 안에는 복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DJ, 호남 출신이 될 것”

불비불명(不飛不鳴; 큰일을 위해 날지도, 울지도 않는다)하며 강원도 춘천에서 1년째 지내고 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거명된다. 지난 대선 당시 정의원과 후보 경쟁을 벌였던 점이 그의 위상을 올려놓았다. 그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손 전 대표의 측근 역시 “10월 이전에는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다. 최근 서대문 사무실을 다시 가동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하지만 과거 DJ는 여러 차례 그에 대해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DJ의 유훈인 ‘화합’을 생각할 때 오히려 한나라당 출신의 수도권 정치인인 손 전 대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DJ의 복심을 읽었던 최측근 박지원 의원도 DJ의 후계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구속되기는 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명예를 회복한 데 이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뛰어난 정보력을 발휘해 주목되었다.

친노 진영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가 꼽히고 있다. 유 전 장관은 DJ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한 전 총리는 DJ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유 전 장관의 지지도는 상당히 올라갔다.

<시사저널>이 최근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정치 분야 조사에서 그는 4.8%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공동 5위(2.0%)에 오른 정동영 의원이나 지난 해 3위에서 올해 8위로 떨어진 손학규 전 대표보다 앞선 것이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이 민주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에게 ‘자상한 어머니’ 인상을 심어준 한명숙 전 총리는 0.9%로 11위를 차지했다. 한 전 총리는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일부 친노 인사들이 추진하는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DJ의 뒤를 이어갈 맹주는 호남 출신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는 “2002년 대선 당시 호남 유권자들이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DJ가 노후보의 뒤에 살아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J가 서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호남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고, 지역 발전에 신경 쓸 수 있는 호남 출신 정치인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 이후 등장할 거물 리더는 호남 인사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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