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배우 되고 싶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11.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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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염종’ 역 엄효섭씨 인터뷰

ⓒ시사저널 임준선

<선덕여왕>을 이끈 미실이 50회로 죽음을 맞이한다. 미실 이후는 제2부라 부를 정도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춘추를 보좌하는 처세가 염종은 드라마에 뒤늦게 투입되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캐릭터이다. 비담과 함께 등장인물 중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염종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엄효섭씨(43)를 만나보았다. 그는 브라운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탤런트이지만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연극판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다.

<선덕여왕>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드라마 <히트>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았었다. <히트>의 김영현 작가와 박홍균 PD가 의기투합한 <선덕여왕>에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방영된 지 오래되었어도 연락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박PD로부터 염종 역할을 제의받았다. 바로 다음 날부터 얼떨결에 첫 촬영을 했다.

염종이 보여주는 코믹 연기는 이전부터 해 온 것인가?

코미디가 어렵기도 하고 잘못하면 진실성이 결여되어 보이기에 선호하지 않았다. 지난해 울릉도를 배경으로 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연극 <선착장에서>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복덕방 사장으로 나온 것이 코믹 연기의 시작이었다. 이 역할을 하면서 코믹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2탄 격인 <돌아온 엄사장>(이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연기 생활을 해 오면서 처음부터 작업에 참여한 적보다 우연히 연기를 본 관계자를 통해 캐스팅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한 곳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누군가 나를 찾는구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힘을 기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를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캐스팅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연극배우 엄효섭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이야기해달라.

연기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연극이다. 연극을 통해 실력을 쌓고 연기 맛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도 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 <캣츠> 국내 초연 오디션에서 코러스로 캐스팅되면서 데뷔했다. <처녀비행> <마로위츠햄릿> 등으로 연극배우 이력을 쌓아가던 내게 연극 연출가 박근형씨와의 만남은 전환점이 되었다. 그가 연출한 <쥐>라는 작품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이후 1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고 극단을 만들면서 배우 엄효섭이 대학로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로는 어떻게 진출했나?

ⓒMBC

초연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박해일, 윤제문, 고수희를 스타로 만든 <청춘예찬>이라는 연극이 있다. ‘연극열전 1’에 올려진 이 작품에 출연했는데, 영화 <로망스>를 준비하던 배우 조재현씨와 감독이 공연을 보러 왔다. 감독이 내 연기를 좋게 보았고 <로망스>에 캐스팅되었다. 조재현씨와는 <마린보이>까지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새 얼굴을 찾던 드라마 <히트> 감독이 <로망스>에서 보여준 연기를 좋게 평가해 브라운관으로도 진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남고 싶나?

악역 배우, 멜로 배우, 코믹 배우라고 정해놓고 연기하기보다 전체적인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폭 넓은 연기를 하고 싶다.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배우가 되기보다는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옷을 입을 수 있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 개성이 없는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폭넓고 다양한 연기는 생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식당에서 ‘엄효섭’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사인을 요청한 팬을 만났다. 이전까지는 소개를 하거나 받을 때 ‘어디에서 무슨 역할을 한 엄효섭이다’라는 설명이 필요한 배우였다. 이름을 내걸고 연기하는 배우로서 이제야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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